안중근은 ‘순정한 사람’
소설 『불멸』은 추상적인 영웅이 아닌, 인간적인 한 남자의 초상을 보여준다. 시대와 외세의 흐름을 읽는 데 실패하기도 하고, 사업에서 좌절을 겪기도 하며, 의병을 끌고나간 싸움터에서 여지없이 패하기도 하는 안중근.
글ㆍ사진 김수영
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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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이문열의 소설로 찾아왔다. 조국의 운명을 안고 온 가슴으로 고뇌하다가, 만주 땅에서 불꽃처럼 타올라 30년 6개월 남짓의 짧은 생애를 마친 안중근. 올해는 그가 뤼순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10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소설 『불멸』은 추상적인 영웅이 아닌, 인간적인 한 남자의 초상을 보여준다. 시대와 외세의 흐름을 읽는 데 실패하기도 하고, 사업에서 좌절을 겪기도 하며, 의병을 끌고나간 싸움터에서 여지없이 패하기도 하는 안중근. 그의 삶은 이러한 인간적 나약함을 딛고 일어서는 위대함을 보여준다.

“안중근의 생애와 동양 평화의 큰 뜻을 21세기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때로는 테러리스트로 폄하되기까지 하는 하얼빈 의거의 정당한 의미를 돌이켜 보기 위해서” 이 작품을 썼다고 밝힌 작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기다리는 안중근의 모습을 ‘모색하는 인간’으로 그려냈다.

2010년 2월 2일 세종 벨라지오에서 장편소설 『불멸』 출간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이문열은 “완전히 실존 인물을 픽션화한 소설을 생각하고 집필했지만 시간적 근접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픽션 요소가 사라지고 평전에 가까운 형식이 되었다”고 이 소설을 설명했다. 간담회는 아래와 같이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서문에서 안중근 의사에게 찍힌 ‘봉인’에 대해 언급했다. 그중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무엇인가?

일제의 봉인을 가장 염두에 두었다. 그중에서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상징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바라본 왜곡의 봉인은 무엇일까?

일본인들의 왜곡 때문에 영향을 받았겠지만, 은연중에 우리 안에서도 안 의사를 협객 정도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무장 투쟁에 대해 백안시하는 부분도 그런 경향 때문일 것이고, 애국 계몽 운동에 대한 이해 부족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언제나 안 의사에 대한 이미지는 ‘하얼빈에서 저격하는 모습’으로 고착화되어 있는데, 이 역시 하나의 봉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 이문열이 『불멸』에 녹인 안중근 의사의 성격을 묘사해 달라.

타이틀을 정하면서부터 굉장히 고민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제목을 정하지 않으면 작품을 집필하지 못한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기존 이미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자객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국가적 범주 안에서 장군, 군사적 영웅 같은 느낌,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신화적 영웅과 같은 초상이다. 나는 그 세 가지 모두 안중근 의사를 그려 내기에 적합한 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불멸’이라는 제목을 정했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귀한 가치 하나에 모든 것을 바친 한 사람의 인간을 떠올렸다. 불멸이라는 개념은 마지막 순간 그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된 데 기인한 조국에 대한 사랑, 지상으로서의 민족애를 형상화한 것이다. 장군이나 영웅이나 자객 등 활동에 집중한 인간상이 아닌, 자신의 실존으로 설정한 하나의 신념, 즉 ‘관념’에 헌신한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을 그리고 싶었다.



조선일보 연재 원고와 단행본 원고의 차이는?

많은 부분 수정하지 않았으며, 10% 정도 윤문과 가필 수정이 있었다. 원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가피한 부분만 손보려고 했다.

표현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평전과 같은 형식을 취했다고 했다. 사실관계에서 벗어난 픽션 부분에서 어디까지 안중근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안중근 의사가 ‘분할’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기념 사업회만 해도 4개가 있다고 들었고 그들이 주장하는 ‘우리 안중근’의 상이 저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총체적인 안중근 상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 목표였지만,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그 자료들끼리 충돌하는 것을 보면서, 그 속에서의 진의 여부를 고민했다. 최종적으로는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진실성에 의존하게 되었다.

안중근의 인간적, 영웅적 면모 두 부분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인간적 면모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는 로맨스, 사생활에서의 문제 등의 내용이 될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삶에 1년간 빠져 있어 보니, 그를 이런 일반적인 개념의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상당히 순정한 사람이다. 한 일화로 젊은 시절, 기생들과 놀면서 그들에게 ‘어째서 현모양처로 살지 않고 이런 삶을 사는가?’라고 꾸짖기도 했단다. 그런 일화를 보면서 이 사람의 삶은 이런 식으로밖에 규정될 수 없는 것이구나, 느꼈다. 그는 일탈을 찾아보기 힘든 순진한 인간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모두 나의 정신적 자식이지만 최근 『호모 엑세쿠탄스』를 떠올리면 어쩐지 사고로 죽은 자식을 보는 것 같은 애틋함이 든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를 읽으면서 더욱 그 마음이 커졌다. 선수들끼리 알아보는 느낌이 있는데, 하루키는 행복한 나라에 사는 것 같다.

2010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책을 내는 감상은?

서문에 ‘시의’라는 단어를 적었는데 다음 달 26일이 순국 100주기이다. 그 주기를 맞아 책을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안 의사에게서 민족주의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의 삶을 논하는 데 민족주의는 중요한 코드이다. 민족주의가 폐기되었다고 하는 중론이 도는 요즘 세상에 안중근의 의의를 이런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새겨보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불멸’ 외에도 ‘이 사람을 보라’라는 타이틀도 고려했었다.
#불멸 #안중근
1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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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2.07

뮤지컬 안중근 보셨나요? 세계무대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요. 장기공연!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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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신부

2010.04.16

영화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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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63095

2010.04.14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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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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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북 영양, 밀양, 부산 등지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들소」, 「황제를 위하여」, 「그해 겨울」, 「달팽이의 외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여러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현란한 문체로 풀어내어 폭넓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은 문단의 주목을 이끈 대표작이다. 한국 전쟁 당시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 이원철이 홀로 월북을 하는 등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고등학교 중퇴 후 검정고시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였으나, 다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등의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대구매일신문]에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가작으로 뽑힐 때까지 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서울대 사범대까지 모두 중도에 포기했으며, 신춘문예, 사법고시 등에서 연이어 실패를 맛 보았다. 1994년 학문 연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교수제의를 받아들여 세종대 강단에 섰으나 3년만에 개인적인 이상실현의 문제와 작가로서 충분히 작품 세계를 이룩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지는 것을 우려,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사임했다. 2003년 12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조각가 친구의 권유로 경기도 이천에 작업실을 마련했고, 그곳에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깊은 학문 연구를 할 수 있는 조그만 자리를 젊은 친구들에게 마련해주고자 뒷동산 부아악負兒岳이라는 산 이름을 따와 「부악문원」을 설립하여 새로운 지식의 샘을 젊은 학도들과 함께 탐구하려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2000년 5월 이문열의 책 판매량이 2천만 권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가운데 삼국지, 수호지 평역을 제외한 순수 창작물의 판매량이 천만 권 이상이라니, 한국인 4명에 한 명은 그의 소설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집 등을 따지면 그의 글을 집에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인은 없다고 해도 무리한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업적 성공은 이문열을 이해하는 단서 가운데 작은 하나일 뿐이다. 이문열의 작품 세계엔 그의 경험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한 좌절, 전통적인 가풍의 집안은 그의 경험이며, 동시에 그의 소설에서 쉽사리 읽어낼 수 있는 특징이다. 『사람의 아들』, 『황제를 위하여』, 『금시조』, 『선택』 등의 책은 이런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경험이 한국 현대가 겪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가 거듭 묻는 질문, 전통과 현대의 문제, 분단 상황의 문제 등은 바로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며 한국사회가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이문열의 대답은 보수적이고 전통지향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수구주의나 남성우월주의로 비판받기도 했다. 『선택』을 둘러싼 논쟁이나, 총선연대 활동이나, 언론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이문열이 자신의 소설에 담고 있는 주장이 무엇이든 그가 소설을 통해, 또는 소설 속에서 던지는 질문이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바로 그 문제라는 것은 확실하다. 한국문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서 문학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가장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 대표 작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젊은날의 초상』, 『영웅시대』, 『시인』, 『오디세이아 서울』, 『선택』, 『호모 엑세쿠탄스』 등 다수가 있고, 단편소설 『이문열 중단편 전집』(전 6권), 산문집 『사색』, 『시대와의 불화』, 『신들메를 고쳐매며』, 대하소설 『변경』(전12권), 『대륙의 한』(전5권)이 있으며, 평역소설로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