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분당을 비롯해 용인과 평촌 등 경기도 남부권 주택 시장이 판교 입주 폭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판교 신도시에 수천 가구가 입주하면서 일시적으로 주택 공급이 늘었고, 그 결과 분당을 비롯한 판교 주변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태풍의 눈’인 판교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도 지난 2006년 처음 분양했을 때 열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현실적인 시세’로 형성돼 있다. 당시 판교 신도시 청약경쟁률은 최고 2,000대 1이 넘었고 분양이 끝나면 집값이 3.3㎡당 3,000만 원이 넘는 강남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로또’와 다름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너무 낮은 분양가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채권입찰제’를 적용한다 해도 크게 남는 장사가 될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했다.
그러나 입주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지금, 판교 신도시 아파트 값은 3.3㎡당 2,000만 원대 중반으로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는 한참 낮은 수준이다. 분양가에 비하면 많이 오른 것이기는 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입성한 판교 신도시 주민 입장에서 보면 실망스러운 수준일 수 있다. 더욱이 편의시설과 교통 등 기반시설이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하고 한동안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판교 로또’의 실체는 초라한 편이다.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2006년 부동산 이상 열기로 청약자들의 기대감이 컸던 것도 원인이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집을 살 때는 많은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을 막아 거래가 감소했고 매매가 줄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판교와 그 주변 지역은 대규모 입주로 인한 타격을 함께 받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들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분당과 평촌, 용인 등 판교 주변 지역의 집값은 판교 입주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그 이전에 비해 가격이 수천만 원씩 하락했다.
물론 경기 남부권의 주택 시장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판교 입주 뿐만은 아니다. 판교 외에도 용인 인근에서는 입주 단지가 매우 많다. 또 미분양 아파트도 있고 광교신도시와 같이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곳도 많다. 판교를 제외하더라도 용인 주변에서는 내년 말까지 2만 가구 가까이 입주가 예정돼 있다. 따라서 이 지역 집값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입주 리스크(위험)’가 해소된 이후 경기도 남부권의 대표적인 신도시인 판교와 분당은 어떻게 될까? 이미 많은 아파트가 건립돼 있는 데다 서울 집중 현상이 더 심화돼 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머물 것인가? 이와 반대로 도로와 철도 등 교통 여건이 개선돼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다시 가격이 상승할까?
현재 판교의 집값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5, 6위권, 분당은 8, 9위권이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용산과 과천 등과 함께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경기도에 위치한 곳의 집값이 이 정도 수준이면 낮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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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서울 지역의 뉴타운 개발이 끝나면 판교와 분당은 소외될 수도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분당과 용인 택지지구의 집값 흐름을 보면 이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 분당 이매동 대형 아파트 중에는 한참 가격이 올랐던 2006년 10억 원이 훨씬 넘었던 것이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6억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억 원 정도 반등한 상태에서 멈춘 곳이 적지 않다. 야탑동의 중소형 아파트는 7억 원대에서 4억 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7억 원대로 회복한 단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백과 죽전지구 등 경기 남부권의 다른 대규모 택지 지구 아파트 가격도 분당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 3구와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값이 금융 위기 직후 폭락했다가 대부분 2006년과 비슷한 시세로 돌아온 것과 대조된 현상이다.
하지만 분당과 판교가 가진 내재 가치를 생각하면 강남권의 90%까지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판교 신도시의 기반시설이 완성되면 분당이나 인근 용인의 주요 도시와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동반 상승세를 띨 수도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병원, 행정기관이 모두 도시 안에 있는 신도시들이 몰려 있으면 그 지역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특히 분당과 판교 신도시는 경부고속도를 타고 지방으로 가기도 좋고 버스 전용차선이 생긴 뒤에는 명동 중앙극장까지 30분대면 도착할 수 있다.
서울은 경부선 축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나중에는 판교와 분당, 조금 더 멀리는 광교까지 실질적인 서울권으로 편입될 수 있다. 광역교 통망이 계속 확충되고 있는 것도 경기 남부권 신도시의 미래를 밝게 한다. 특히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하 40m의 대심도 철도가 뚫리면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도 시간적 거리는 획기적으로 준다. 대심도 철도가 개통되면 분당과 판교는 서울 강남권과 더욱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판교와 용인 지역의 입주 폭탄으로 가격이 많이 내렸을 때 급매물 위주로 집을 사 두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특히 투자 목적이 아니라 진짜 거주하려고 판교나 분당을 찾는 실수요자라면 내년이 이 지역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장기 주기로 봤을 때 분당과 판교 집값은 내년에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판교와 용인 인근 아파트의 입주가 모두 끝나면 분당이든 판교든 공급이 감소한다. 교통이 좋아지고 분당과 판교가 다시 관심 지역으로 떠오를 때 집값은 회복될 수 있다. 최고점이었던 2006년 말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흐름으로만 보면 역시 서울 강남이나 강북 도심에 비해서는 가격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예를 보면 신도시는 대부분 오피스 빌딩이 없어 잠만 자는 ‘배드타운’으로 바뀐다. 신도시와 반대로 서울의 도심은 고밀도로 재개발되면서 가치가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분당과 판교의 미래 전망은 낙관과 비관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곳으로 이사 가려고 하는 수요자는 좀 더 추세를 봐야 할 것 같다. 쾌적한 자연 환경이나 직장 문제 때문에 판교와 분당으로 이사가 실제 거주하려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투자를 위한 것이라면 시간을 두고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도 분당이나 판교 보다 더 미래 가치가 높은 곳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도 경기 남부권 신도시의 부동산 시장 흐름은 항상 관심 있게 지켜 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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