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르쉬르우아즈 1890년 5월-7월
나아가 의사 가셰로부터 형제와 같은 완벽한 우정을 발견했어.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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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쉬르우아즈
1890년 5월-7월


「아를 여인의 초상」 습작을 그려 넣은 편지 883

883 1890년 6월 5일경

사랑하는 누이(빌헬미나),

생레미에서 받았던 너의 편지 두 통에 훨씬 전에 답장을 썼어야 했으나, 지금까지 여행, 일, 수많은 새로운 감동으로 지금까지 늦어졌구나. 네가 왈롱Wallon 병원에서 환자들을 간호하다니 흥미롭구나. 그것은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유용한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야. 나는 유감스럽게도 그런 면에서는 그야말로 무지하고, 여하튼 그다지 잘 알지 못해.

테오와 재회하고, 요와 아기를 처음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테오는 2년여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기침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말을 해보고 가까이에서 보니 조금은 나아진 것처럼 보였어. 그리고 요는 양식 있고 선의로 가득한 사람이야. 아기는 허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튼튼하지도 않아. 대도시에서 사는 경우, 출산을 위해서는 아내를 시골로 보내고, 처음 몇 달은 아기와 함께 시골에서 사는 게 좋아. 그렇지만 특히 초산은 어렵기 때문에 그들도 달리 좋은 방법을 강구할 수 없었어. 그들이 조만간 여기 오베르에 왔으면 좋겠구나.

나는 여행 등 모든 일이 순조롭고, 북쪽으로 돌아와서 대단히 행복해. 나아가 의사 가셰로부터 형제와 같은 완벽한 우정을 발견했어. 그 정도로 우리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유사하더구나. 그는 매우 신경질적이고 이상한 사람이야. 새로운 유파의 예술가들에게 힘이 미치는 한 우정을 쏟고 도움을 주고 있어. 나는 벌써 그의 초상을 그렸고, 19세인 그의 딸 초상도 그릴 예정이야.

그는 몇 년 전에 상처해서 심히 낙담해 있단다. 우리는 말하자면 즉석에서 친구가 되었어. 나는 매주 하루 이틀은 그의 집에서 지내고, 그의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어 있어. 이미 습작을 2점 그렸지. 하나는 알로에, 실편백나무, 금잔화 같은 남쪽 식물을 그린 것이고, 또 하나는 백장미, 포도, 인물, 미나리아재비꽃들을 그린 거야.

「가셰 박사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68?27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1890

그 밖에 나는 큰 시골 교회 그림을 완성했어. 단순하고 깊은 파란색과 순수한 코발트색 하늘을 배경으로, 건물은 보라색이 섞인 파란색의 효과를 내지. 스테인드글라스의 창이 감청색 색반처럼 보이고, 지붕은 보라색인데 부분적으로 오렌지색이야. 앞에는 꽃이 핀 작은 녹색 풀들 약간과 햇빛이 비치는 분홍색 모래밭이 있어. 다시 말해 누에넨에서 낡은 탑과 묘지를 그린 몇 점의 습작과 거의 같아. 단, 색채는 더욱 표정이 풍부하고 장엄하다는 점이 달라.

그러나 생레미에서는 마지막 무렵, 신들린 것처럼 열심히 그렸어. 특히 장미와 보라색 붓꽃 같은 꽃더미를 그렸지. 테오의 아기와 요를 위해 매우 큰 그림을 가져갔는데ㅡ그들은 그것을 피아노 위에 걸어두었어ㅡ흰 아몬드 꽃의 그림으로 하늘색 파랑을 배경으로 한 거대한 가지가 뻗쳐 있는 거야. 또 그들의 아파트에 아를 여인의 새로운 초상화도 걸려 있고.

의사 가셰는 이 마지막 아를 여인의 초상ㅡ나는 그 복제화 한 점을 자신을 위해 가지고 있어ㅡ과 나의 자화상을 정말 좋다고 칭찬하고 있어서 매우 기쁘단다. 그는 나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 설득했는데, 나를 위해 흥미로운 모델을 구해주리라고 믿기 때문이야, 작업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정열을 쏟는 것, 그건 바로 초상화, 현대적인 초상화야.

「꽃이 활짝 핀 아몬드 나무」, 캔버스에 유채, 73.5?92cm,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 1890

나는 그것을 색채로 탐구해왔고, 분명히 이런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야. 아무튼 그렇기를 바라고 있지. 그래,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여하튼 나는 노력하고 있어. 1세기 뒤 사람들이 계시의 출현이라고 생각할 초상을 그리기를 소원한다. 달리 말하자면, 나는 사람들을 사진처럼 너무 흡사하게 그리지 않고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을 그리고, 성격의 특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또 그 효과를 높이는 수단으로써, 색채에 대한 우리의 현대적인 지식과 감각을 이용하여 초상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어.

그래서 의사 가셰의 초상이 보여주는 얼굴은 과열된 기와 색이고, 그 햇빛에 탄 얼굴에 붉은 머리칼, 하얀 모자가 있고 배경은 푸른 언덕이 있는 풍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의 옷은 감청색이어서 그의 얼굴은 뚜렷하게 보이고, 기와 색임에도 더욱 창백한 느낌을 주고 있어. 두 손은ㅡ산부인과 의사의 손ㅡ얼굴보다 더 창백해.

그의 앞으로 붉은색의 정원용 탁자 위에 노란색 소설책과 어두운 빨간색 디기탈리스 꽃이 있어. 나 자신의 초상화도 거의 같은 방식이지만, 파란색은 남프랑스의 미묘한 파란색이고, 옷은 옅은 라일락색이야. 아를 여인의 초상은 거의 색깔이 없어. 윤기 없는 피부색 톤에 눈은 매우 조용하고 단순하며, 옷은 검고, 배경은 분홍색인데, 그녀는 녹색 책이 놓인 녹색 탁자에 턱을 괴고 있어.

그러나 테오가 가지고 있는 복사본에는 옷이 분홍색이고 배경은 노란색이 섞인 흰색이야. 그리고 열린 몸통의 앞부분은 흰색 옥양목으로서, 그것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어.

이처럼 밝은 색채 속에서 단지 머리칼, 속눈썹 그리고 눈이 검은 반점을 이루고 있어. 그 스케치를 그리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더구나.

전람회에 샤반의 멋진 그림이 출품되었어. 인물들은 밝은색 옷을 입고 있는데, 그것이 현재의 복장인지 고대의 복장인지 알 수가 없더라.

한쪽에는 길고 단순한 원피스를 입은 두 여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다른 쪽에는 화가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있으며, 중앙에는 한 여인이 팔에 아이를 안고 꽃핀 사과나무에서 꽃 한 송이를 꺾고 있어. 한 사람은 물망초의 파랑, 다른 한 사람은 밝은 레몬 노랑, 또 다른 사람은 부드러운 분홍색, 또 다른 사람은 흰색, 또 다른 사람은 보라색이야. 지면은 희고 노란 작은 꽃들이 점점이 핀 풀밭이고. 먼 쪽은 푸르고 흰 밭과 강이 있어. 모든 인류, 모든 자연이 단순화되어 있고, 만일 그것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그렇게 될 것 같아.

이런 설명은 사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아. 그러나 이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사람이 믿고 바라온 모든 것의 필연적이고 호의적인 재생, 즉 훨씬 먼 고대와 생생한 현대와의 기묘한 만남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거야.

나는 안드레 봉허르Andre Bonger를 다시 만나서 기뻤어. 그는 건강하고 안정된 모습이었고, 미술에 관해서는 정말 적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어. 내가 파리에 있는 동안, 그가 찾아와서 정말 기뻤단다.

편지 고마워. 조만간 다시. 마음으로부터 포옹을.

너의 빈센트

해설
1890년 5월, 빈센트는 오베르쉬르우아즈로 향한다. 그곳에서 가셰 박사를 만났고, 두 달 동안 80점 이상의 그림을 완성했다. 이 시기에 그가 남긴 작품들, 즉 가셰 박사를 그린 두 점의 초상화,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은 특히 걸작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운명의 그날, 1890년 7월 27일, 총상을 입은 채로 밤늦게 하숙집으로 돌아온 빈센트는 이틀 후 테오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베르쉬르우아즈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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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masa

2009.08.12

저토록 그림을 사랑하고 생각과 의욕이 넘쳤던 사람이
그토록 짧게 살다 가다니. 편지를 읽으니 고흐의 짧은 삶이 한층 더 처연하고 가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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