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봉주르 와인』의 저자 이다도시와의 만남
지난 3월 18일, 공덕역 근처 한 레스토랑, YES24와 위즈덤하우스가 마련한 이다도시의 와인 클래스에서는 YES24 회원들과 이다도시가 편하게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을 가졌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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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인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와인은 이제 일상 속 문화가 되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이 넓어지고, 와인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대형 할인매장 또는 백화점이 아닌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와인이 우리 일상 속으로 깊게 들어왔다는 증거가 아닐까.

 

 

유쾌한 방송인 이다도시는 지난 2005년 와인에 푹 빠져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다. 보르도 와인스쿨에서 와인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최근 자신의 와인 지식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와인에 대한 기초에서부터 품종이나 각각의 스타일에 맞는 와인 고르는 법 등을 담아 『봉주르 와인 : 이다도시의 와인 클래스』를 냈다.

지난 3월 18일, 공덕역 근처 한 레스토랑, YES24와 위즈덤하우스가 마련한 이다도시의 와인 클래스에서는 YES24 회원들과 이다도시가 편하게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을 가졌다. 평소 나는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약간은 떨리고 걱정이 되었지만 활기차고 멋진 방송인 이다도시를 만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시간 전에 도착한 그녀는 TV에서 본 활기차고 유쾌한 모습 그대로였다. 초대 손님 한 분 한 분 어디에 사시냐고 묻고 관심을 갖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그 모습 때문에 쉽고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인간 냄새 나는 주제, 와인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단 와인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 나누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와인에 빠진 지는 오래되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책까지 나올지는 몰랐어요. 와인은 공부하면 할수록,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정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주제예요. 그리고 즐기다 보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인간 냄새 나는 주제예요. 와인 한잔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해요. 기본적인 정보, 테크닉이 있지만 배우기 어렵지 않아요. 스트레스, 부담 없이 와인에 푹 빠져보세요. 정말 재미있어요.”

와인이 담긴 잔을 함께 들고 외쳤다. “상테!”(불어로 Sante는 ‘건강’이라는 뜻으로 건배 제의할 때 쓰는 말)

프랑스 사람들은 일찍부터 와인 맛을 본다. 언젠가 부모 허락 없이 또는 허락받고 한잔씩 즐긴다고 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샴페인만 마셨는데, 지금은 와인 없이는 못 살 정도라며 와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음료수처럼 편하게 와인을 마시지만, 아직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처럼 쉽고 편하게 마시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와인 테이스팅할 때, ‘누가 맛을 볼까?’ 하며 스트레스부터 받는 것 같아요. 이건 아주 쉬운 문제예요. 와인에 문제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확인이에요.”라며 와인에 대해 아직은 어렵게 생각하는 우리에게 쉽게 느끼고 다가가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전통주에 대해 자세히 모르지만, 모른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우리의 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와인은 다른 나라의 술이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함께 마셔야 하는 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고 잘 모른다고 느낀다.

“관심만 있으면 자주 마시고 싶고 알고 싶어져요. 경험하고 체험해야 해요.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체험과 경험이 아주 중요해요.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경험을 하면 두 배, 그 이상 알게 돼요. 자신이 어떤 향과 맛의 와인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과 조화가 맞는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가끔은 실패하면서 배워요. 그러니까 꼭 체험하세요.”

와인은 삶이다

와인이란 단어를 입에 담을 때마다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다도시. 그녀에게 와인은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무언가에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와인은 어떤 것인지 정의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와인은 즐거움이고 삶이죠. 기분 좋을 때 와인 한잔에 더 기뻐지고, 우울할 때 와인 한잔에 기분이 나아지거든요. 혼자 와인을 마시기도 하지만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에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을 마셔요. 좋은 와인을 지인과 이야기하며 마시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즐거운 순간이자 삶의 멋이에요.”


처음에 이다도시의 와인 책이 나왔을 때,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녀가 와인을 즐기는 차원에서 벗어나 깊게 공부를 하게 된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와인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Q. 와인을 배우러 간 이유는?

A. 평소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와인을 즐겼어요. 그리고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알았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즐겨 마시지만 모두 전문가는 아니에요. 파리 시내에서 포도 품종이나 와인 산지를 말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20% 정도에 불과할 거예요.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모르죠. 어느 날 요리책을 내게 되었어요. 그 책에서 프랑스의 음식과 와인, 파티 문화를 소개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또 방송에서 와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었지만 가끔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특히 방송에서는 실수하면 안 되잖아요. 와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회가 생겨서 2005년에 아이들을 노르망디 친정집에 맡겨두고 보르도 와인스쿨에서 전문가를 위한 집중 코스를 마쳤어요. 처음에는 책 낼 욕심 없었고, 내 교양을 위해 떠났어요. 교육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너무 뿌듯했어요. 이젠 어떤 질문을 받아도 자신 있다! 하하하.


Q. 많이 마시면 와인을 몇 병까지 마시나요?

A. 프랑스에는 사랑하면 계산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보통 계산하며 마시지 않고 다음 날 아침에 ‘어머나, 마셨구나.’ 하고 생각해요.(웃음) 사실 제 주량은, 실망하실 텐데, 한 병이에요. 아무리 오래 시간을 두고 마셔도 한 병 이상은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거의 한두 잔씩이라도 즐겨요.

Q.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좋았던 점은?

A. 예전에 요리책을 냈을 때, 와인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책은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좀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책이 별로 없어서 쉽게 써달라고 부탁받았죠. 저도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누군가에게 와인을 알려주려면 제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1년 반 정도?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유럽 사람으로 와인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한국에 살면서 한국 음식과 궁합 맞추면서 쓴다는 것이 어려웠어요. 체험을 통해 음식과의 궁합을 맞췄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었어요. 여러 가지 와인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한국에 없거나 수입했다가 지금은 수입이 중단된 것들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Q. 책에 사진보다 글이 많은데?

A. 책에 와인 사진을 많이 넣는 것이 좋을 수 있죠. 와인 병에 집중하는 것보다 어떤 품종, 원산지라든지를 알고 어떤 맛과 향의 와인이 어떤 음식과의 궁합이 맞는지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해요. 와인 병 또는 브랜드에 대해서만 집중하시면 안 돼요. 같은 품종, 생산지 비슷한 것이 많고, 와인 찾는 재미가 있어요. 마시고 싶은 와인이 없을 때 또는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은 와인이 마시고 싶을 때, 비슷한 와인을 찾아서 즐겨야죠. 그래서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가장 중요하고 그런 것들을 책에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Q. 아이에게는 언제쯤 와인을 권할 예정인가요?

A. 우리 큰아이가 열두 살이에요. 제 생일 때 그 아이 인생 처음으로 샴페인 한잔을 권했어요. 제 생각에는 ‘오늘 특별한 날이니까 즐겨라.’라고 하는 것이 ‘절대 안 돼.’라고 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요. 와인을 즐길 때 향을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가 와인을 마실 때 꼭 냄새 맡게 해줘요. 후각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늘기 때문이죠.

Q. 좋은 와인은?

A. 향긋할수록 좋은 와인이에요. 삼키는 순간에 감이 오지 않는다면 좋지 않은 와인이죠. 맛도 향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 좋아요.

사람들이 와인을 알아야지만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와인 매너에 대해 무척 집착하기도 한다. 나 또한 와인이라고 하면 어렵고 부담스럽게만 느꼈다. 그런 내가 이다도시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쉽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즐기는 그녀이기 때문에 제 값(?)을 주고 와인을 마실 것 같았는데 의외의 면을 보였다.

그녀는 “일부 백화점, 와인 전문매장이나 와인 수입 업체들이 가끔 제품 회전을 위해 대대적인 와인 세일 행사를 열기도 해요. 세일이라고 해서 재고 정리나 낮은 품질이 절대 아니에요. 라벨이 찢어지거나 더러워진 경우에 와인 맛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제 가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예전에 이런 이유로 4만 원이 넘는 와인을 할인해서 1만 원에 샀어요. 할인 제품이라고 해서 절대 이상하거나 품질에 문제가 있지 않아요.”라며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절대 놓치지 말라고 했다.


와인을 즐길 때 정해진 룰은 없지만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맞춰 즐기면 더욱더 좋단다. 이다도시는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 대해서 잘 알았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음식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갈비나 불고기처럼 달착지근한 음식엔 시원하면서도 과일 향이 나고 아로마가 풍부하며 약간 달콤한 레드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좋아요. 그리고 모든 종류의 전에는 연한 보르도 와인, 보졸레, 이태리의 과일 향이 풍부한 와인,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 등이 좋고요. 하지만 식초에 절인 생선과 와인은 어울리지 않아요. 아쉽지만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은 없어요. 다만, 김치를 익힌 경우에는 시원한 스위트 화이트 와인이 어울리고요.”

한국 음식이 대부분 맵고 짜기 때문에 와인과의 궁합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가 삽겹살이나 제사상에 오르는 전이 와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했겠는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과의 궁합을 통해 와인이 한국 사람들의 일상에 한 걸음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불문과를 졸업하고 질문을 불어로 하셨던, 평소 이다도시를 너무 만나고 싶었다는 독자와 그녀의 친구, 홍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두 부부, 오늘 만남에 당첨된 것이 복권이라도 된 것 같아 기쁘다는 독자, 그리고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이다도시는 두 시간 동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처음 우리들의 만남은 어색했지만 헤어질 즈음엔 와인 한잔에 분위기가 한층 밝고 즐거웠다. 그녀의 말마따나 와인은 어려운 주제가 아니다. 와인은 일상이다.


“와인이라는 것이 복잡한 주제가 아니고 인생과 가까운 주제이니 시작하기만 하면 바로 빠지게 될 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로맨틱하게 생각하는 것이 여유롭게 마셔서일 거예요. 그런 순간부터 즐기게 되죠. 절대 부담 갖지 말고 즐기세요.”

#봉주르와인 #이다도시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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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8.06

이다도시씨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을 거같아요. 그런데 직접 만나고 대화에 식사까지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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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

2009.03.26

한국과 프랑스, 요리와 와인을 아는 이다도시씨가 쓴 책이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 기사로도 편안함이 전해지는군요. 우리네의 일상은 소주지만ㅋㅋ 가끔은 와인도 괜찮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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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논

2009.03.25

저 활기참이 이다도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음식도 이제 덜 짜고 덜 매운 분위기로 가고 있기 때문에 와인과의 궁합은 점점 더 나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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