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바퀴벌레라면 왜 치를 떠는가?
그저 가만히 있거나 기어 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는 초강력 내공을 가진 주인공! 짐작했듯이 바퀴벌레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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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진정한 지배자, 벌레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싶을 때 그리워지는 것이 귀뚜라미 소리, 여치 소리, 방울벌레 소리 등이다. 어떤 시인의 말대로 “자욱한 풀벌레 소리가 발길에 차이는” 계절이 가을이건만 도시에서는 그 소리를 만끽하기 힘들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듯 가을 풀벌레 소리는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벌레라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벌레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인간을 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벌레들이 보기에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자신들인데, 주인을 몰라보는 인간들의 비명이 괘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940년대에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동물의 종류는 250만 종이고 그중에서 곤충은 무려 150만 종이나 된다고 한다. 모기만 해도 1,200여 종, 바퀴벌레는 4,000종이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 중에 종류가 가장 다양한 것이 바로 곤충이다. 해마다 전 세계 곳곳에서 7,000~8,000종의 곤충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1940년에서 7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곤충의 종류가 과연 얼마나 될까? 바퀴벌레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여성들이라면 상상만으로도 몸서리를 치지 않을까 싶다.
바퀴벌레는 지금으로부터 약 3억 5,00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해 지금까지 환경에 잘 적응하며 끈질기게 살아왔다. 인간은 겨우 10만 년 정도 지구에 살았으니까 따지고 보면 바퀴벌레가 ‘지구의 임자’인 셈이다. 바퀴벌레의 종류는 약 4,000종인데,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략 30종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주변에 널린 바퀴벌레들은 실제 바퀴벌레 수에 비하면 ‘새 발에 피’라는 이야기다.
곤충은 종류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그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서식하는 곤충이 100경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100경이면 10의 16 제곱으로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엄청난 단위이다.
이렇듯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곤충의 위력 때문인지 곤충의 생태를 연구해서 응용하는 다양한 공학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꿀벌이나 나방을 이용해서 폭발물을 찾아내거나, 바퀴벌레를 이용해서 유해물질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곤충들이 뿜어내는 효소를 연구해서 섬유산업이나 약품 등에 응용하는 것 등이다. 인간은 이제 곤충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들과 함께 공생할 궁리를 해야 할 날이 온 것이다.
바퀴벌레는 억울해
3억 5,000만 년 전에 등장해서 지구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는 공포의 지배자! 그저 가만히 있거나 기어 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는 초강력 내공을 가진 주인공! 짐작했듯이 바퀴벌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바퀴벌레에겐 좀 독특한 면이 있다. 사실 바퀴벌레만큼 미움을 받는 존재도 없지만, 또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 존재도 없으니까. 물론 여기서 관심이란 주로 ‘박멸’이라는 목표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 미국 미시간 대학 사회조사연구소의 자이욘스 교수가 바퀴벌레들과 함께 아주 엉뚱한 실험을 해서 화제를 모았다. 자이욘스 교수는 사람이 혼자 있을 때와 집단 속에 있을 때 행동이 달라지듯이, 바퀴벌레에게도 그런 습성이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해서 실험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한쪽 방향에서만 빛이 들어오는 미로 상자를 만든 다음, 처음에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그 안에 넣어보고 그다음에는 똑같은 바퀴벌레를 일흔두 마리의 다른 바퀴벌레들과 함께 넣었다.
그러고는 주인공 바퀴벌레가 출구를 찾아가는 시간을 비교했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미로가 단순한 경우에는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출구를 더 빨리 찾는 데 비해, 미로가 복잡한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 출구를 훨씬 빠르게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일은 남들과 협동했을 때 능률적이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은 혼자서 단독 플레이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단순하고 지루한 일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힘을 모아 척척 해치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들으니 비록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던 바퀴벌?와 뭔가 통하는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사실 지금까지 인간과의 관계에서 바퀴벌레는 좀 억울한 입장이었다. 얼마 전 호주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퀴벌레는 모두 4,300종이지만, 그중에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30여 종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바퀴벌레라고 하면 치를 떠니 바퀴벌레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바퀴벌레를 경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바퀴벌레는 억울해』라는 책을 쓴 일본의 모리구치 미쓰루처럼, ‘바퀴벌레야말로 오늘날 도시에 남은 마지막 야생’이라며 애정을 표시한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싶을 때 그리워지는 것이 귀뚜라미 소리, 여치 소리, 방울벌레 소리 등이다. 어떤 시인의 말대로 “자욱한 풀벌레 소리가 발길에 차이는” 계절이 가을이건만 도시에서는 그 소리를 만끽하기 힘들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듯 가을 풀벌레 소리는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벌레라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벌레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인간을 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벌레들이 보기에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자신들인데, 주인을 몰라보는 인간들의 비명이 괘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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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에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동물의 종류는 250만 종이고 그중에서 곤충은 무려 150만 종이나 된다고 한다. 모기만 해도 1,200여 종, 바퀴벌레는 4,000종이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 중에 종류가 가장 다양한 것이 바로 곤충이다. 해마다 전 세계 곳곳에서 7,000~8,000종의 곤충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1940년에서 7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곤충의 종류가 과연 얼마나 될까? 바퀴벌레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여성들이라면 상상만으로도 몸서리를 치지 않을까 싶다.
바퀴벌레는 지금으로부터 약 3억 5,00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해 지금까지 환경에 잘 적응하며 끈질기게 살아왔다. 인간은 겨우 10만 년 정도 지구에 살았으니까 따지고 보면 바퀴벌레가 ‘지구의 임자’인 셈이다. 바퀴벌레의 종류는 약 4,000종인데,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략 30종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주변에 널린 바퀴벌레들은 실제 바퀴벌레 수에 비하면 ‘새 발에 피’라는 이야기다.
곤충은 종류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그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서식하는 곤충이 100경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100경이면 10의 16 제곱으로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엄청난 단위이다.
이렇듯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곤충의 위력 때문인지 곤충의 생태를 연구해서 응용하는 다양한 공학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꿀벌이나 나방을 이용해서 폭발물을 찾아내거나, 바퀴벌레를 이용해서 유해물질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곤충들이 뿜어내는 효소를 연구해서 섬유산업이나 약품 등에 응용하는 것 등이다. 인간은 이제 곤충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들과 함께 공생할 궁리를 해야 할 날이 온 것이다.
바퀴벌레는 억울해
3억 5,000만 년 전에 등장해서 지구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는 공포의 지배자! 그저 가만히 있거나 기어 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는 초강력 내공을 가진 주인공! 짐작했듯이 바퀴벌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바퀴벌레에겐 좀 독특한 면이 있다. 사실 바퀴벌레만큼 미움을 받는 존재도 없지만, 또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 존재도 없으니까. 물론 여기서 관심이란 주로 ‘박멸’이라는 목표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 미국 미시간 대학 사회조사연구소의 자이욘스 교수가 바퀴벌레들과 함께 아주 엉뚱한 실험을 해서 화제를 모았다. 자이욘스 교수는 사람이 혼자 있을 때와 집단 속에 있을 때 행동이 달라지듯이, 바퀴벌레에게도 그런 습성이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해서 실험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한쪽 방향에서만 빛이 들어오는 미로 상자를 만든 다음, 처음에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그 안에 넣어보고 그다음에는 똑같은 바퀴벌레를 일흔두 마리의 다른 바퀴벌레들과 함께 넣었다.
그러고는 주인공 바퀴벌레가 출구를 찾아가는 시간을 비교했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미로가 단순한 경우에는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출구를 더 빨리 찾는 데 비해, 미로가 복잡한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 출구를 훨씬 빠르게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일은 남들과 협동했을 때 능률적이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은 혼자서 단독 플레이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단순하고 지루한 일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힘을 모아 척척 해치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들으니 비록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던 바퀴벌?와 뭔가 통하는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사실 지금까지 인간과의 관계에서 바퀴벌레는 좀 억울한 입장이었다. 얼마 전 호주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퀴벌레는 모두 4,300종이지만, 그중에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30여 종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바퀴벌레라고 하면 치를 떠니 바퀴벌레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바퀴벌레를 경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바퀴벌레는 억울해』라는 책을 쓴 일본의 모리구치 미쓰루처럼, ‘바퀴벌레야말로 오늘날 도시에 남은 마지막 야생’이라며 애정을 표시한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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