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받은 전쟁 영화의 걸작 <풀 메탈 자켓>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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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메탈 자켓 DE> 리뷰

저주 받은 전쟁 영화의 걸작, <풀 메탈 자켓>

* <스탠리 큐브릭 SE 콜렉션>의 네 번째 리뷰는 <풀 메탈 자켓 디럭스 에디션>입니다.

<풀 메탈 자켓, 1987>이 처음 극장에 공개되었을 때, 이 영화는 시대착오적인 또는 한 발 늦은 영화로 보였다. 똑같이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했으며 감독 자신이 베트남전에 종군 기자로 참여한 바 있었던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은 1986년 공개되어 이미 다음 해의 아카데미상의 주요 부분을 석권했었던 상황이고 존 어빈의 사실적인 전쟁 영화 <햄버거 힐, 1987>도 공개되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기로 따지자면 <풀 메탈 자켓>은 이미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큐브릭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1979년 즈음에는 이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1979>이 공개된 상황이었고 마이클 치미노의 <디어 헌터, 1978>이나 할 애쉬비의 <귀향, 1978> 같은 영화들 모두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1.컨트리 뮤직 ‘Hello, Vietnam’이 흐르는 가운데 머리를 깍이는 신병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오프닝 시퀀스. 군사 고문이자 해리스 상사 역의 리 어미가 구해온 양털깍이로 머리를 깍았다고 한다.

#2. 당초 군사 고문으로만 초빙되었던 전직 해병대 교관인 리 어미는 세상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해병대 교관 욕설의 어드바이저이기도 했다. 결국 리 어미를 지켜보던 스탠리 큐브릭은 리 어미를 영화의 주요 배역인 해병대 교관 역에 캐스팅된다.

# 3~4. 평소 대칭 구도를 선호했던 큐브릭은 위 캡처 화면 3과 4에서 보듯 <풀 메탈 자켓>에서도 훈련소 막사의 모습을 완벽한 대칭 구도로 묘사함으로서 기괴함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관객들의 평가 역시 <풀 메탈 자켓>에 대해 호의적이지 못했다. 말랑한 휴머니티 정서가 넘쳐났던 <플래툰>에 비해서 냉정하기 짝이 없었던 <풀 메탈 자켓>은 감정 이입도 잘 되지 않았고 모호한 구석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풀 메탈 자켓>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영화가 되어간다. DVD로 새롭게 <풀 메탈 자켓>을 보면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더욱 탄복하게 된다. 거의 완벽하게 3등분된 영화의 형식적인 구조, 집요할 정도로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스탠리 큐브릭의 연출은 오히려 모호한 설정으로 인해 관객에게 더 많은 해석과 생각을 품게 한다. 큐브릭이 <풀 메탈 자켓>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결코 ‘베트남 전쟁’이 아니었다. 큐브릭은 좀 더 ‘전쟁’의 본질을 다루고 싶어했으며 DVD의 음성 해설에서 누군가가 밝히듯 ‘전쟁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대의 목적?

<풀 메탈 자켓>의 전반부는 해병대 신병 훈련소 장면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부드러운 컨트리 음악이 깔리고 바로 신병들의 머리가 양털 깍는 기계로 몽땅 잘려나가는 장면이 잠깐 등장한다. 그리고 바로 훈련의 시작. 3등분된 영화의 1부는 이렇게 시작되고 영화의 주인공인 조커(매튜 모딘)와 그의 동료들이 소개된다. 하지만 큐브릭은 영화의 등장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중심 인물은 조커이지만 그의 개인사나 인간적인 면모는 부각되지 않고 어느 정도 호감을 느낄 즈음에는 그 역시 집단 린치에 가담한다. 또 다른 1부의 등장 인물 파일(빈센트 도노프리오)은 시쳇말로 ‘고문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타의 영화에서라면 유머러스한 인물이거나 동정을 사야할 대상일 파일에게도 관객들은 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1부의 막바지에 고문관에서 우수한 병사로 개과천선한 것처럼 보였던 그는 킬러 본능을 전장(戰場)이 아니라 훈련소에서 실행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기술 고문이자 하트만 상사 역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던 리 어미의 고증을 받아 만들어진 1부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역동성과 현실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큐브릭은 이 훈련소 장면들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수행되는 전쟁을 위해 동원된 병사들이 결국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키워진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지우고 단순하고 공격적으로 진화(?)한다. 영화 속에서 무시무시한 연기를 선보인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연기한 파일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신병 훈련소의 교육 내용을 완벽하게 체득하게 된 파일은 동료들 중 가장 먼저 킬러가 되지만 그 자신의 파멸도 피하지 못한다.

#5. 파일 이등병 역의 빈센트 도노프리오는 매튜 모딘의 연극 시절 친구로 이 영화 이전에는 영화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키 크고 말랐던 체형의 빈센트 도노프리오는 이 영화의 고문관 병사 파일 역을 위해 단기간에 36kg 정도의 몸무게를 늘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처럼 도노프리오는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으며 큐브릭의 전작 <샤이닝>의 잭 니콜슨의 연기와 비견되기도 했다.

#6. 훈련소 장면에서 이어지는 2부의 시작 부분. 조커(매튜 모딘)는 군 신문사의 기자로 후방에 배치되어 있다. <풀 메탈 자켓>은 여행을 결코 하지 않았던 큐브릭의 바람대로 영국에서 모두 촬영되었는데, 이 장면 역시 런던 동부 지역에서 촬영되었으며 베트남 전쟁 당시의 자료 사진에 나와 있는 광고판을 본따 미술을 구성하였다.

#7. 조커의 '성조지' 기자 생활을 묘사하는 2부는 전쟁을 보도하는 미디어의 태도를 설명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8. 후방에서 유유자적 날조된 기사나 쓰던 조커 일행도 북베트남의 구정 공세를 맞아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전쟁의 본질

<풀 메탈 자켓>의 2부는 미군의 신문인 ‘성조지(Stars & Stripes)’의 기자가 된 조커가 근무하는 후방의 상황을 다룬다. 베트남전 당시의 ‘구정 공세’ 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파트는 영화의 중반부에 위치하며 킬러로서 키워지는 1부와 결국 킬러가 되는 3부를 이어주는 논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커의 헬리콥터 이동 시퀀스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죽일수 있느냐?’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간단하지. 걔들은 느리니까.’라고 말하는 헬리콥터 사수의 말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촬영팀의 카메라 앞에서 ‘동네에서 가장 먼저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거나 ‘베트남인들은 (서부극의) 인디언이다.’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대원들의 답변 장면에서처럼 ‘왜(why)’라는 질문을 ‘어떻게(how)’라는 기능주의적 답변으로 대체하는, 본말이 전도된 전쟁의 광기(狂氣)를 꼬집는 것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9. 재미로 베트남인을 사냥하는 헬리콥터 사수. 그는 ‘왜 아이들을 죽이느냐?’는 질문에 ‘쉽지, 아이들은 느리거든. 전쟁이 다 그런 거지.’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나중에 애니멀(아담 볼드윈)이 ‘우리가 하는 일은 학살이야.’라는 대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10. 취재 중에 지휘관에게 철모에 쓰인 ‘Born To Kill’과 가슴에 평화 마크 뱃지를 단 것에 대해 질문을 받는 조커. 조커는 ‘인간의 이중성’을 이야기 싶었다고 대답한다.

#11. 2부의 전투 시퀀스 끝에 배치된 페이크 다큐 인터뷰 시퀀스. 조커는 천연덕스럽게 ‘유서 깊은 베트남인들을 죽이고 싶었다’며 이와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12. 베트남 창녀 장면들은 언뜻 보기에는 그냥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영화의 세 부분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3부인 시가전은 시각적으로 다른 베트남전 소재의 영화와 흔히 구별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미국 개봉 시사회 이후에는 영국을 떠난 바 없었던 스탠리 큐브릭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탁월한 전쟁 비주얼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용맹한 미 해병대원들은 숨어 있는 단 한 명의 스나이퍼에 의해서 많은 대원들이 희생되고 만다. 훌륭한 킬러로서 성장한 듯 보였던 해병대원들이 정체 모를 저격수의 총탄에 힘없이 무너지면서 중반부까지 선보였던 이들의 킬러로서의 능력의 무력함, 즉 개인의 전쟁 앞에서의 무력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비슷한 시대에 만들어진 <람보 2> 같은 슈퍼 히어로 전쟁 액션 영화들과는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병사들은 결국 월맹군 저격수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기는 하지만 이 저격수가 단지 10대 초반의 소녀라는 것이 밝혀지는 부분 역시 충격적이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디어 킬러가 된 조커와 부대원들이 행군을 시작하면서 ‘미키마우스 클럽’의 주제가를 부르며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인간의 순수성 위에 살인 욕망을 덧씌운 채 진행되는 전쟁의 본질을 밝히고 있어 공포감마저 일으킬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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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커가 훈련소 동기인 카우보이(알리스 하워드)의 소대에 합류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전투를 다루고 있다. 베트콩 저격수 한 명을 맞이해 희생자만 늘어가며 쩔쩔매는 미군 부대원들이 공황 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

#14. 애니멀(아담 볼드윈)은 소대에서 가장 잔혹한 부대원이자 이를테면 람보 같은 인물. 그는 전쟁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기에 동료들의 희생에 괴로워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15. 많은 동료들을 잃고 분대장역을 맡았던 카우보이까지 잃게 되자 분대원들은 저격수에 대한 복수심으로 끓어오른다.

#16. 마침내 등장한 베트콩 저격수의 실체. 하지만 단지 소녀일 뿐이다.

#17. 전쟁영화 역사상 가장 아이러니한 엔딩 시퀀스. 조커는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킬러가 된다. 그리고 부대원들은 천연덕스럽게 ‘미키 마우스 클럽’ 노래를 부르며 전투의 승리를 기뻐한다.

와이드 포맷으로 최적화된 영상

<풀 메탈 자켓>의 기존 DVD는 4:3 스탠더드 포맷으로 출시된 바 있으며 새롭게 출시된 디럭스 에디션의 경우에는 와이드 TV에 대응하여 1.85:1의 아나몰픽 화면을 지원하고 있다. 영상 정보량의 경우 새로운 버전이 더 많으나 구 버전의 경우에도 영상 퀄리티가 높은 관계로 화질 자체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분적으로는 구 버전의 영상 퀄리티가 더 우수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으며 다른 SE 버전들과 마찬가지로 와이드 TV에 최적화된 리마스터링이라고 할 수 있다. ★★★★

음성 선택 메뉴

기본에 충실한 음향

근본적으로 영화 자체가 모노 트랙이었기 때문에 스펙 상의 돌비 디지털 5.1 채널의 음향이 기대만 한 효과를 전해주지는 못한다. 전쟁영화이기는 하지만 서라운드의 효과 음향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은 편. 하지만 하트먼 상사의 독창적이고 살벌한 대사음의 표현력은 발군이다.

★★★

스페셜 피처 메뉴

아담 볼드윈, 빈센트 도노프리오, R 리 어미, 제이 쿡스의 음성 해설

그 외에 본편이 수록된 첫 번째 디스크에는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들인 아담 볼드윈과 빈센트 도노프리오 그리고 군사 분야 고문이자 하트먼 상사 역을 연기했던 R 리 어미, 영화 평론가이자 각본가인 제이 쿡스가 진행하는 음성 해설은 제작 당시의 에피소드들을 상세히 기억해내는 배우들의 증언(?)과 새롭게 평가되는 <풀 메탈 자켓>에 대해 해설하는 제이 쿡스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어 음성 해설에서 접할 수 있는 양 측면, 영화에 대한 평가와 제작 에피소드를 모두 들어볼 수 있다. 배우들은 특히 스탠리 큐브릭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며 실제 군사 훈련 과정을 능가했던 훈련 과정과 실제로는 런던 동부에서 촬영되었지만 세트장에 세밀하게 재연된 베트남 전장의 모습 등 영화에 관한 많은 정보를 들어볼 수 있다.

Full Metal Jacket: Between Good and Evil (30분 47초)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참여했던 배우들과 스탭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볼 수 있는 메이킹 필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탠리 큐브릭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작업을 진행해 나갔지를 들어볼 수 있으며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캐스팅되기 위해 급속히 살을 찌웠던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영화 제작의 에피소드와 큐브릭에 대한 기억을 들어볼 수 있다.

Stanley Kubrick : A Life in Pictures (142분)

기존판인 <스탠리 큐브릭 박스 세트>에 수록되어 있었던 큐브릭에 관한 전기 다큐멘터리 <영화 속의 인생>이 이번 <스탠리 큐브릭 SE 콜렉션>에서 유일한 디럭스 에디션인 <풀 메탈 자켓 DE>에 서플먼트 디스크로 포함되어 있다. 박스 세트뿐 아니라 싱글 타이틀을 구매해도 이 다큐멘터리를 접할 수 있다. 풀 스크린 사이즈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이 타이틀은 큐브릭의 처남이자 큐브릭의 영화 제작자이기도 했던 얀 할란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내레이터를 담당하고 있으며 큐브릭의 필모그래피를 따라 그의 생애와 영화 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적인 진행 과정은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차곡차곡 큐브릭의 초기 영화로부터 마지막 영화인 <아이즈 와이드 셧>까지를 다루고 있어 큐브릭의 영화 세계 전반을 살펴보려는 팬에게는 큰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적지만 알찬 서플먼트

<풀 메탈 자켓 DE><스탠리 큐브릭 SE 박스 세트>를 구성하는 5편의 타이틀 중 유일하게 한 장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에 따라 서플먼트 역시 음성 해설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극장용 예고편만을 수록하고 있어 양적으로 다른 타이틀에 비해서 서플먼트가 적은 편이다. 다행히 출시사는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스탠리 큐브릭에 관한 가장 정통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속의 인생: 스탠리 큐브릭> 다큐멘터리를 담아 아쉬움을 달래준다. ★★★

<풀 메탈 자켓 DE>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주연 : 매튜 모딘, 빈센트 도노프리오, R 리 어미, 아담 볼드윈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78:1
음향 Dolby Digital 5.1

더빙 영어, 포르투갈어

자막 한국어, 영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상영시간 116분

지역코드 Dual 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7년
                                        출시일자 2007-10-26


Special Feature


- Commentary by Adam Baldwin, Vincent D’Onofrio, Lee Ermey and Cocks
- Full Metal Jacket: Between Good and Evil (30분 47초)
- Theatrical Trailer (1분 28초)


- 스탠리 큐브릭 : 영화 속의 인생 (Stanley Kubrick : A Life in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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