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의 오만한 노인이 남긴 소설의 묵직함 - 『레미제라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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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마감이 있는 인생은 빨리 간다.”라는 말을 했는데, 요즘 부쩍 그 말에 100퍼센트 공감하고 있습니다. 7월부터 스케줄상 마감, 마감, 마감 그리고 또 마감하는 형태로 쭈욱 이어져오고 있는데, 뇌가 기억하는 계절은 7월에 멈춰 있는지라, ‘앗, 어느덧 12월이잖아. 추워!!’라든지, ‘앗, 머리가 언제 이렇게 많이 자랐어!!!’라고 놀라며 '앗, 그렇다면!“ 하고 통장을 확인해보지만 잔고는 그대로인지라 매우 우울해 하는 요즘입니다.

물론 마감이 없어도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집니다만, 한참 시간이 지났어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재밌는 기억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난 더 이상 꼬맹이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혼자 손톱을 깎을 수 있게 되었을 때라든지, 계란프라이를 혼자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장발장』『레미제라블』이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친구들이 할 수 없는 것, 다른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은 피노키오만큼 코가 길어져서 우쭐댈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었는데요. 장발장과 레미제라블을 두고 친구들에게 설명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성적과 상관없이 똑똑한 친구로 기억 될 수 있는 사건이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 6권짜리 완역판의 『레미제라블』을 접하고, 『노트르담의 꼽추』도 위고의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풍부한 상상력과 완벽한 문체의 기교, 무궁한 정력, 끊임없는 창작열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하였습니다.

빅토르 위고 개인의 삶은 벨기에로의 망명, 부인의 외도로 인한 문란한 성생활, 딸과 사위를 동시에 잃고 비탄에 빠진 나머지 10년 동안이나 문필생활을 중단하는 등 혼란스럽고 어지러웠지만 83세의 오만한 노인이 남긴 소설들의 묵직함은 어떤 소설과도 비교하지 못 할 만큼 훌륭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들도 스물두 살에는 절망했다』의 ‘빅토르 위고’ 편의 문장을 옮겨보자면,

여기에 낮과 밤의 투쟁이

빅토르 위고의 유언은 간단했다. “나는 5만 프랑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영구차로 묘지에 가고 싶다. 나는 모든 교회의 기도를 거절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도드리고 싶다.” 그리고 위고는 죽었고, 베토벤이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천둥과 우박이 몰아쳤다.

레 미제라블 전집
빅또르 위고 저/송면 역 | 동서문화사(고정일) | 2002년 07월


어둠 속에서 썩어 가고 있는 장 발장의 영혼이 미리엘 주교의 감화로 밝게 비추어지고 수많은 곡절과 운명의 급변 속에서 사람들의 경멸이며 사회의 부정과 싸워 나가는 장 발장의 거대한 드라마는 우리에게 극기주의와 신성의 정점에 오르는 한 영혼의 숭고한 승리를 보여준다.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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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바람일 뿐

2010.04.02

전 레미제라블은 읽어 보진 않고 장발장으로 읽었죠..그 책 어린 내가 읽고 참으로 반했더랍니다..그 뒤로 책이란 것이 이런거구나 했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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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bi

2008.09.08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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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ersenne

2007.12.17

아우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들렸습니다^^ 그림 개인소장해도될까요?(쭈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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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전집

<빅또르 위고> 저/<송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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