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은 어떻게 천재로 만들어지는가 -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
1998년 500자리 숫자를 한 번 듣고 외워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에란 카츠가 『천재가 된 제롬』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다. 에란 카츠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으로,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김치의 맛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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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00자리 숫자를 한 번 듣고 외워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에란 카츠가 『천재가 된 제롬』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다. 에란 카츠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으로,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김치의 맛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화문 근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에란 카츠를 만났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간 늦게 기자 간담회 장소에 에란 카츠가 도착하자, 참석자들은 기억력 천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모두 고개를 돌려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는 체구가 건장한 전형적인 백인 남성의 모습이었다.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의 총기가 아니었다면 옆집 아저씨로 여겨질 만큼 평범한 겉모습이었다.
유대인은 정말 다른 민족보다 머리가 좋은가
『천재가 된 제롬』은 우화 형식으로 유대인의 기억술과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이스라엘에서 출간된 후 20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7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Adei-Wizo 문학상을 받는 등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대인이 머리가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미 통계학적으로 유대인이 지적 영역에서 이룩한 성취가 타민족보다 높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전 세계 인구의 0.25%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45%를 차지한다. 이쯤 되니 전 세계가 유대인의 공부법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유대인은 자신들이 타민족보다 정말로 똑똑하다고 생각할까? 이것이 바로 『천재가 된 제롬』의 출발점이다. 10년 전, 에란 카츠는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린 강연회의 연사로 초대받았다. 강연회 날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별 의미 없이 “당신네 유대인들은 정말 똑똑하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에란 카츠는 ‘정말 유대인이 다른 민족보다 똑똑한 걸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그 의문을 풀고자 유대인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연구했다.
『천재가 된 제롬』은 별로 똑똑하지 않은 유대인 제롬이 대학교수인 이타마르와 기억술의 대가 에란의 도움을 받아 기억술과 학습능력을 증진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유대인은 천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천재로 만들어진다. 유대인의 기억술과 학습법을 배울 수 있으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생존을 위해 계발한 유대인의 기억술
“유대인은 교육열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육열과 기억력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있다고 봅니다. 유대의 유명한 랍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교육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지의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이죠. 인간은 플레이스테이션 없이는 살 수 있어도 교육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교육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유대인의 기본적인 삶의 자세입니다. 그래서 교육 기술도 많이 개발하게 되었지요. 더 배울수록 우리의 두뇌는 더욱 발달합니다. 지적 능력이 활발해지는 거죠. 일례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뇌를 촉진하는 활동, 곧 십자낱말풀이나 카드게임, 스도쿠 같은 것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런 활동은 두뇌의 세포와 뉴런을 자극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낮춰 줍니다.”
“에란 카츠 씨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 어떤 기억술이나 학습방법을 따로 배우신 것이 있나요?”
“부모님에게 공부에 대해 어떤 압력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학교 공부를 잘하려고 기억력 공부를 스스로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저는 공부 때문에 노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시간은 절반만 들이고 효과는 2배인 것을 찾다가 기억술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기억술에 관한 책을 한 권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기억술은 그리스 로마 시대 때 이미 만든 것인데, 그 시절 유대인은 노트북이나 PDA 같은 게 없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억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문명의 이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고, 두뇌를 계발하는 일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의 힘은 상상력에 있다
“유대인 공부법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상상력입니다. 유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유대인 상상력의 기본이죠. 다른 민족이 신의 우상을 숭배하고 섬기던 3천 년 전에 유대인은 이미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 만질 수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가능한 것도 상상을 통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비논리적인 것도 상상력의 도움으로 논리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중세에 누군가가 ‘언젠가 우린 달에 갈 수 있을 거야’라고 얘기했다면 당시에는 비논리적이었겠죠. 그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술의 진보 덕분에 현대에는 사람이 달에 갈 수 있게 되었죠.
많은 유대인은 혁명가였습니다. 그들은 현실을 바꾸고 싶어 했습니다. 여러분도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상상의 힘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천재가 된 제롬』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실존인물입니까? 에란 카츠 씨의 이름이 직접 나와선지 제롬이라는 인물도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반은 허구이고 반은 사실입니다. 유대인의 여러 공부 기술을 쉽게 알려주고자 이야기 형식을 사용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제롬처럼 이 방식을 사용한다면 학업과 비즈니스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에서 제롬은 3년 안에 5천만 달러와 경영학 박사라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데요. 성공하나요?”
“그 내용은 책을 읽고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웃음)”
“이 책은 유대교의 전통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타문화권 사람들에게 이런 유대교의 전통이나 역사는 어렵고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문화도 자기 문화에 갇혀서는 발전 가능성이 없습니다. 타문화 타종교에서 배워야 합니다. 유대인 특유의 지적 두뇌 계발 능력은 힘든 역사에 적응하면서 얻어낸 생존의 결과물입니다. 유대인식으로 지능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모든 문화권에서 성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억력 부문 세계 기네스 기록 보유자 에란 카츠
“500자리 숫자를 한 번 듣고 외워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계신데요. 어떻게 그렇게 놀라운 기억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신 능력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천재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는 고대 유대인의 기억술을 이용해서 긴 숫자를 외울 수 있었습니다.”
“그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저는 여러 자리 숫자를 외울 때 ‘기마트리아(Gimatria)’라고 하는 유대인 고유의 기억력 비법을 사용합니다. 이 방법은 실제 숫자 대신 글자를 기억합니다. 먼저 숫자 하나당 글자 한 자를 대입합니다. 그리고 이걸로 단어를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40개 숫자는 20개 단어가 되죠. 20개 단어는 40개 숫자보다는 훨씬 외우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에란 카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그리고 참석자들에게 돌아가며 영어 단어를 부르게 해 모두 스무 개의 단어를 화이트보드에 썼다.
화이트보드에서 등을 돌린 에란 카츠는 통역사에게 단어를 한 번씩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화이트보드에 쓴 단어를 안 본 상태에서 역순으로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단어 앞에 매긴 숫자를 말하면 그 숫자에 해당하는 단어를, 단어를 말하면 숫자를 말해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참석자들은 모두 에란 카츠의 기억술에 놀랍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당사자는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의 놀라운 표정을 즐기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대부분 사람들이 ‘할 수 없다’라는 선입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정신에 한계를 정하기 때문이죠. 또 어떤 일에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 스무 개의 단어를 외웠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저는 숫자마다 나름의 단어와 묶어서 외웁니다. 예를 들어, 저에게 2번은 노아의 방주입니다. 그래서 2번의 단어를 외울 때는 노아의 방주에서 여러 동물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서 외웠습니다. 14번의 경우는 면도기입니다. 그래서 악어가 면도하는 모습을 상상했죠.”
두뇌 계발에 늦은 때란 없다
“기억력과 IQ는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나이가 많아도 유대인의 기억술을 배울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기억력은 IQ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테크닉을 연마해서 훈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기억술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 중에 50대인 분도 많습니다. 그분들도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압니다. 두뇌 계발에 늦은 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소개한 공부 방법 중에 특히 수험생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될 수 있으면 불편하고 낯선 곳에서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할 때 불편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편한 곳에 있으면 두뇌도 편해집니다. 긴장하지 않고, 활동하지 않죠. 낯선 외국에 여행을 가면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집중이 훨씬 잘되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여행에서 짧은 기간에 많은 깨달음을 얻는 것은 두뇌가 긴장하기 때문입니다.”
“유대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스라엘에는 ‘예시바’라고 하는 종교학교가 있는데, 이곳의 학생들은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일어서서 책을 펼치고, 책의 내용이 지루하더라도 일부러 ‘이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우기면서 다른 학생들과 논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교사에게 질문을 던지지요. 책을 읽고 이게 옳은지 틀린지, 이걸 더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교사나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천 년 전에 쓰인 유대 민족의 책을 보면 ‘몸을 움직이면 정신이 기억을 더 잘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공부를 하면 기억이 더 잘됩니다. 몸을 흔들면 두뇌에 산소공급이 활발해져서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거든요. 천 년 전 이야기가 현대에 와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죠.
공원에서 산책을 할 때도 걷다 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가요? 이것도 몸이 움직이면서 두뇌가 생각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천재가 된 제롬』은 유대교에서 몇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인 기억술과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 책이지만, 제롬이라는 청년의 성장 소설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단지 테크닉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것이다.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아는 것이 지닌 힘,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방법…, 이 책은 유대인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앎의 힘, 무지의 고통을 그들만큼 잘 아는 민족이 없기에 유대인은 그것을 위한 테크닉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에란 카츠는 『천재가 된 제롬』의 한국어판 인세 10%를 한국두뇌과학협회에 기증하기로 했다. 한국뿐 아니라 책이 출간된 다른 나라에서도 교육 관련 비영리 단체에 인세 일부를 기부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간 늦게 기자 간담회 장소에 에란 카츠가 도착하자, 참석자들은 기억력 천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모두 고개를 돌려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는 체구가 건장한 전형적인 백인 남성의 모습이었다.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의 총기가 아니었다면 옆집 아저씨로 여겨질 만큼 평범한 겉모습이었다.
유대인은 정말 다른 민족보다 머리가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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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된 제롬』은 우화 형식으로 유대인의 기억술과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이스라엘에서 출간된 후 20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7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Adei-Wizo 문학상을 받는 등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대인이 머리가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미 통계학적으로 유대인이 지적 영역에서 이룩한 성취가 타민족보다 높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전 세계 인구의 0.25%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45%를 차지한다. 이쯤 되니 전 세계가 유대인의 공부법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유대인은 자신들이 타민족보다 정말로 똑똑하다고 생각할까? 이것이 바로 『천재가 된 제롬』의 출발점이다. 10년 전, 에란 카츠는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린 강연회의 연사로 초대받았다. 강연회 날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별 의미 없이 “당신네 유대인들은 정말 똑똑하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에란 카츠는 ‘정말 유대인이 다른 민족보다 똑똑한 걸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그 의문을 풀고자 유대인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연구했다.
『천재가 된 제롬』은 별로 똑똑하지 않은 유대인 제롬이 대학교수인 이타마르와 기억술의 대가 에란의 도움을 받아 기억술과 학습능력을 증진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유대인은 천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천재로 만들어진다. 유대인의 기억술과 학습법을 배울 수 있으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생존을 위해 계발한 유대인의 기억술
“유대인은 교육열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육열과 기억력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있다고 봅니다. 유대의 유명한 랍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교육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지의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이죠. 인간은 플레이스테이션 없이는 살 수 있어도 교육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교육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유대인의 기본적인 삶의 자세입니다. 그래서 교육 기술도 많이 개발하게 되었지요. 더 배울수록 우리의 두뇌는 더욱 발달합니다. 지적 능력이 활발해지는 거죠. 일례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뇌를 촉진하는 활동, 곧 십자낱말풀이나 카드게임, 스도쿠 같은 것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런 활동은 두뇌의 세포와 뉴런을 자극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낮춰 줍니다.”
“에란 카츠 씨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 어떤 기억술이나 학습방법을 따로 배우신 것이 있나요?”
“부모님에게 공부에 대해 어떤 압력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학교 공부를 잘하려고 기억력 공부를 스스로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저는 공부 때문에 노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시간은 절반만 들이고 효과는 2배인 것을 찾다가 기억술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기억술에 관한 책을 한 권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기억술은 그리스 로마 시대 때 이미 만든 것인데, 그 시절 유대인은 노트북이나 PDA 같은 게 없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억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문명의 이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고, 두뇌를 계발하는 일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의 힘은 상상력에 있다
“유대인 공부법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상상력입니다. 유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유대인 상상력의 기본이죠. 다른 민족이 신의 우상을 숭배하고 섬기던 3천 년 전에 유대인은 이미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 만질 수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가능한 것도 상상을 통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비논리적인 것도 상상력의 도움으로 논리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중세에 누군가가 ‘언젠가 우린 달에 갈 수 있을 거야’라고 얘기했다면 당시에는 비논리적이었겠죠. 그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술의 진보 덕분에 현대에는 사람이 달에 갈 수 있게 되었죠.
많은 유대인은 혁명가였습니다. 그들은 현실을 바꾸고 싶어 했습니다. 여러분도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상상의 힘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반은 허구이고 반은 사실입니다. 유대인의 여러 공부 기술을 쉽게 알려주고자 이야기 형식을 사용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제롬처럼 이 방식을 사용한다면 학업과 비즈니스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에서 제롬은 3년 안에 5천만 달러와 경영학 박사라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데요. 성공하나요?”
“그 내용은 책을 읽고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웃음)”
“이 책은 유대교의 전통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타문화권 사람들에게 이런 유대교의 전통이나 역사는 어렵고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문화도 자기 문화에 갇혀서는 발전 가능성이 없습니다. 타문화 타종교에서 배워야 합니다. 유대인 특유의 지적 두뇌 계발 능력은 힘든 역사에 적응하면서 얻어낸 생존의 결과물입니다. 유대인식으로 지능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모든 문화권에서 성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억력 부문 세계 기네스 기록 보유자 에란 카츠
“500자리 숫자를 한 번 듣고 외워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계신데요. 어떻게 그렇게 놀라운 기억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신 능력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천재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는 고대 유대인의 기억술을 이용해서 긴 숫자를 외울 수 있었습니다.”
“그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저는 여러 자리 숫자를 외울 때 ‘기마트리아(Gimatria)’라고 하는 유대인 고유의 기억력 비법을 사용합니다. 이 방법은 실제 숫자 대신 글자를 기억합니다. 먼저 숫자 하나당 글자 한 자를 대입합니다. 그리고 이걸로 단어를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40개 숫자는 20개 단어가 되죠. 20개 단어는 40개 숫자보다는 훨씬 외우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에란 카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그리고 참석자들에게 돌아가며 영어 단어를 부르게 해 모두 스무 개의 단어를 화이트보드에 썼다.
화이트보드에서 등을 돌린 에란 카츠는 통역사에게 단어를 한 번씩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화이트보드에 쓴 단어를 안 본 상태에서 역순으로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단어 앞에 매긴 숫자를 말하면 그 숫자에 해당하는 단어를, 단어를 말하면 숫자를 말해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참석자들은 모두 에란 카츠의 기억술에 놀랍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당사자는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의 놀라운 표정을 즐기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대부분 사람들이 ‘할 수 없다’라는 선입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정신에 한계를 정하기 때문이죠. 또 어떤 일에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 스무 개의 단어를 외웠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저는 숫자마다 나름의 단어와 묶어서 외웁니다. 예를 들어, 저에게 2번은 노아의 방주입니다. 그래서 2번의 단어를 외울 때는 노아의 방주에서 여러 동물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서 외웠습니다. 14번의 경우는 면도기입니다. 그래서 악어가 면도하는 모습을 상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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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계발에 늦은 때란 없다
“기억력과 IQ는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나이가 많아도 유대인의 기억술을 배울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기억력은 IQ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테크닉을 연마해서 훈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기억술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 중에 50대인 분도 많습니다. 그분들도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압니다. 두뇌 계발에 늦은 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소개한 공부 방법 중에 특히 수험생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될 수 있으면 불편하고 낯선 곳에서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할 때 불편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편한 곳에 있으면 두뇌도 편해집니다. 긴장하지 않고, 활동하지 않죠. 낯선 외국에 여행을 가면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집중이 훨씬 잘되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여행에서 짧은 기간에 많은 깨달음을 얻는 것은 두뇌가 긴장하기 때문입니다.”
“유대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스라엘에는 ‘예시바’라고 하는 종교학교가 있는데, 이곳의 학생들은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일어서서 책을 펼치고, 책의 내용이 지루하더라도 일부러 ‘이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우기면서 다른 학생들과 논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교사에게 질문을 던지지요. 책을 읽고 이게 옳은지 틀린지, 이걸 더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교사나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천 년 전에 쓰인 유대 민족의 책을 보면 ‘몸을 움직이면 정신이 기억을 더 잘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공부를 하면 기억이 더 잘됩니다. 몸을 흔들면 두뇌에 산소공급이 활발해져서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거든요. 천 년 전 이야기가 현대에 와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죠.
공원에서 산책을 할 때도 걷다 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가요? 이것도 몸이 움직이면서 두뇌가 생각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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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된 제롬』은 유대교에서 몇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인 기억술과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 책이지만, 제롬이라는 청년의 성장 소설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단지 테크닉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것이다.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아는 것이 지닌 힘,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방법…, 이 책은 유대인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앎의 힘, 무지의 고통을 그들만큼 잘 아는 민족이 없기에 유대인은 그것을 위한 테크닉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에란 카츠는 『천재가 된 제롬』의 한국어판 인세 10%를 한국두뇌과학협회에 기증하기로 했다. 한국뿐 아니라 책이 출간된 다른 나라에서도 교육 관련 비영리 단체에 인세 일부를 기부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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