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하루카 세븐틴』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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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종의 하나는 연예계라고 한다. 가수, 배우, 탤런트 등등. 충분히 이해는 간다. 끼와 재능만 있다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배우나 가수라고 생각하니까. 일단 뜨기만 하면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연예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모든 직종이 그렇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2, 3%에 불과하다. 뛰어드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그중에서 먹고살 만큼 돈을 버는 사람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스타가 되는 것은 다시 그중에서도 1% 정도다. 잠깐 떴다가 어느샌가 사라지는 스타도 부지기수다. 연예계에 뛰어든 대부분의 사람은 TV에 얼굴을 한두 번 비치다가 사라져버린다. 아니, 그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이 가혹하다고 해서 꿈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있고 정말 끈질기게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연예계다. 일본에서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될 수 없었던 재일교포가 많이 진출했던 곳은 연예계와 스포츠였다. 재능이 있다면 그나마 차별이 적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재능이란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지 연기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뭔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 야마자키 사야카의 『하루카 세븐틴』은 일본의 연예계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꽤 사실적으로 그린 만화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너무 어둡지는 않게 긍정적으로 그려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미야마에 하루카. 하지만 원하던 대기업에 취직이 안 되고, 취직이 안 되면 고향에 내려와 선이나 보라는 부모의 압박이 강해지자 눈을 낮추기로 한다. 중소기업이라도 일단 취직을 하고 경력을 쌓아서 전직하려는 것이다. 하루카는 조그만 기획사의 매니저 자리에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간다. 초조한 마음에 1시간이나 일찍 가서 기다리던 하루카는 난데없이 들어오라는 사원의 말에 면접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기획사에서 탤런트를 뽑는 오디션이었다. 언제나 착실한 모범생이었고 연예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하루카지만, 사장 후쿠우라는 그녀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리고 하루카에게 권한다. 가끔 탤런트로 오디션을 본다면 매니저로 일하게 해주겠다고.

한때 메이저 기획사에서 일하며 탁월한 수완을 보여주었던 후쿠우라는 하루카를 스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일단 필요한 것은 하루카의 이미지. 22살의 아이돌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이를 17살로 속인다. 그래서 하루카는 졸지에 17살의 아이돌 스타가 되어 오디션에 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단지 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작했지만, 하루카는 점점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 연기나 화보촬영을 하고 있으면 즐겁다는 것을. 그렇게 하루카는 아이돌로서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다른 사람을 밀어내면서까지 성공하려는 마음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보다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재능, 즉 화(華)라고 하는 게 훨씬 중요한 거야.’ 이 말처럼 하루카에게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끌어당기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스타는 단지 재능을 발산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고 그 결과로 선택되는’ 것이다.

하루카는 스타가 되려는 강한 열망이 없었지만, 보통의 연예계 지망생은 다르다. 정말 치열하게, 악착같이 경쟁을 한다. 처음에는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하루카도 점점 배우게 된다. 그들이 경쟁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것임을. 연예계는 단지 재능만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재능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비전과 강한 의지’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을 너무 과신해도, 자신을 비하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번 떴다 해도 계속 팔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하루카의 라이벌로 그려지는 사쿠라 유리는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자신에게 도취한 스타였다. 예쁜 표정은 무엇, 귀여운 표정은 무엇 등 자신만의 매뉴얼로 모든 연기를 끝내는 인형 같은 스타. 메이저 기획사인 파인 프로의 파워로 늘 승리하지만, 사쿠라 유리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정체한다. 그런 사쿠라 유리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한낱 장기판의 말에 불과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기가 떨어지면 언제든 버려질 수밖에 없는 존재.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사쿠라 유리는 변한다.

하루카도 마찬가지다. 하루카도 계속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 덤덤하다가 점점 재미를 느끼면서 일하는 하루카지만, 여전히 초보자다. 여동생 때문에 늦잠을 자고 화보 촬영을 나간 날, 한 사람의 스타를 위해서 얼마나 수많은 사람이 노력하는지 하루카는 알게 된다. 자신이 지금 하는 것은 그냥 즐거우면 하고 귀찮으면 마는 놀이가 아니라, 정말로 프로페셔널하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인 것이다. ‘아빠가 기뻐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시작한 하루카의 일은 점차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는 일로 변해간다.

일본의 연예계는 한국과 조금 다르다. 한국도 기획사의 힘이 점차 강해지는 추세지만, 일본은 기획사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SMAP, Kinki Kids, V6 등 막강한 남성 연예인들을 거느린 쟈니즈는 일본 연예계의 막강 파워다. 자사의 유망주들을 끼워팔기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사의 연예인이 출연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그런 메이저 기획사에서 탈퇴하는 것은 곧 연예계를 떠난다는 의미다. 『하루카 세븐틴』은 그런 일본 연예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후쿠우라는 메이저 기획사 중 하나인 파인 프로에서 일하다가 마츠나가 사장과 트러블이 생겨 그만두었다. 하루카를 데리고 일하는 후쿠우라는 그를 말살하려는 파인 프로의 음모를 견뎌내야만 한다. 아니, 사실은 파인 프로만이 아니다. 연예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수많은 공격과 음모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예계는 개인의 즐거운 놀이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많은 사람이 헌신하는 직장이고, 일부에서는 목숨을 내거는 살벌한 전쟁터이기도 한 것이다.

1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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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12.15

한명 신청합니다. 작가님의 세대소통에 대한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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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3256179

2019.12.15

아 !!1명 신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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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3256179

2019.12.15

저는 원래 선천적으로 모든 것에 어떤 유형이던 오픈 마인드로 열려 있는 사람이였습니다.하지만 저희 부모님을 보며 어느새 저도 모르게 저의 정체성을 너무 잃어 버리곤 했습니다.정말 그런 정체성이 아예 내 안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오랜 기간 부끄럼을 많이타는 아이로 자라게 되었습니다.부모님의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았기 때문에 어떠한 토를 달고 싶지 않았었죠.그리고 먼저 살아오신 분이기에 어르신들의 지혜가 일반적으로 맞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러던 도중 문득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자주 휩싸이거나 우리 부모님세대에선 공감할 수 없는 꿈의 직업을 자주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그 때문에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저의 모습을 보며 모범생같다가도 멍을 때리는 행동,그리고 자기 꿈이나 가치관에 대해 말할 때 모습을 보며 알다가도 모르겠는 아이로 보여지는 경우가 허반다사였습니다.오랜기간동안 나와 사랑하는 다른 이들의 관념 사이에서 너무 많은 내적갈등을 겪었습니다.그리고 표현도 해보고 효녀였던 자로써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을 많이 시도해 보기도 했었죠.지금 돌이켜 보면 작가님이 주제로 삼으시는 내용에 대한 오랜 시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처음엔 old&new라는 개념과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존중받았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를 많이 다치게도 하면서 조화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고 창조는 또한 선대가 만들어온 안정을 기반으로 한 지혜덕분에 또 다른 생각때문에 무조건 호기심만 많던 아이가 어느새 외부의 영향으로 자리잡힌 보수적인 생각와 진보적인 생각 모두를 놓치 않게 되었어요.그래서 그것에 대해 책을 쓰신 분은 그것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혜를 가지고 계실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신청하게 되었고,또 보통은 이런 주제에 대해 저보다 더 열려있고 더 나아간 생각을 하는 아이디어뱅크 후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인생의 선배로써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은 처음이기도 하고 그런 시각에 대해 열린 선대라면 지혜와 통찰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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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글 쓰는 일이 좋아 기자가 되었다.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를 만들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쳤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소설, 만화를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중문화평론가, 작가로 활동하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내 안의 음란마귀』 『좀비사전』 『탐정사전』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등을 썼다. 15년 이상의 직장 생활, 7, 8년의 프리랜서를 경험하며 각양각색의 인간과 상황을 겪었다. 순탄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통과하고픈 생각은 별로 없는 그 시기를 거치며 깨달았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모두 쉽지 않고,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 월급도 자유도 결국은 선택이고, 어느 쪽도 승리나 패배는 아니라는 것. 모든 이유 있는 선택 뒤엔 내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남는다는 것. 다 좋다. 결국은,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2007년부터 13년간 상상마당 아카데미 ‘전방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쌍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 책에 그대로 풀어냈다. 글쓰기 초보자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준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할 것이라 확신한다. 주요 저서에는 『전방위 글쓰기』(2008), 『영화 리뷰 쓰기』(2008),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2012), 『나의 대중문화표류기』(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미스터리』(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호러』(2016), 『고우영』(2017) 등이 있다. 공저로도 『클릭! 일본문화』(1999), 『시네마 수학』(2013), 『탐정사전』(2014),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웹소설 작가 입문』(2017)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