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 "홀로 있기 위해 책을 편다"
자발적 고립으로 얻는 이득을 책은 분명하게 환기해 줍니다. 홀로 있는 방에서 몸과 일체화된 책은 저절로 몰입되고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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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진작가 윤광준 저자는 “아름다움은 경험하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쌓아 아트 워커(Art Worker)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그렇게 벼린 안목과 깊은 조예로 저자는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순례하듯 찾아다녔고, 독자들로부터 그 공간을 알려 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저자는 전작 『심미안 수업』 에서 무엇이 아름다움인지 들려줬다면, 신작 『내가 사랑한 공간들』 에서 그 아름다움의 실체를 어디서 어떻게 경험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덕분에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 감각적 행복을 마음껏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심미안 수업』 , 『윤광준의 생활명품』 , 『소리의 황홀』 , 『잘 찍은 사진 한 장』 등 다수가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인가요?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된 계기는 학원사판 ‘세계대과사전 전집’이었습니다. 궁핍한 시절 월급쟁이인 아버지가 자식들을 위한 투자라 생각해 사 준 책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게 백과사전은 세상을 보는 창이 되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성향인 전방위적 관심의 출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후 책을 만드는 잡지사와 출판사를 거쳐 책을 내는 작가로 살고 있지요. 첫 책인 백과대사전의 영향은 내 인생을 관통하는 굵은 인연이 된 셈입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책 읽는 동안 펼친 책장과 ‘나’ 사이는 일대일 대응 관계가 됩니다. 책이 한쪽 면으로 제본된 이유가 있습니다. 한 손은 받치고 한 손으론 넘기도록 만들어졌지요. 책은 구조상 여럿이 쥐고 읽을 수 없어요. 책은 혼자만의 독점을 미덕으로 삼습니다. 주위의 시선과 공간까지 단절시켜야 효과적이죠. 자발적 고립으로 얻는 이득을 책은 분명하게 환기해 줍니다. 홀로 있는 방에서 몸과 일체화된 책은 저절로 몰입되고요. 책은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사인데, 책 읽는 동안 온전히 나만의 관심을 충족시키는 즐거움은 이래서 소중합니다. 책이 있어야만 쉽게 몰입됩니다. 결국 홀로 있기 위해서 책이 필요하고 몰입하기 위한 반복의 행동은 정당해지죠.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살면서 추구하게 되는 궁극의 소망은 자신만의 정원을 갖는 일입니다. 정원은 곧 자신의 이상향을 눈에 보이게 완성시키는 구체적 방법이라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언젠가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꿈을 꾼 지 2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정원을 돌아보았습니다. 인간의 생각은 비슷했습니다. 다들 자신의 흔적을 영원히, 아름답게 남기고 싶어하는 거지요. 그 생각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젠 저의 정원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때인 것 같습니다. 번복할 수 없도록 먼저 선언하고 실행의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라 생각해요. 벌써 정원에 관계된 책들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최근작 『내가 사랑한 공간들』 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작년에 낸 책 『심미안 수업』 의 실전 판에 해당될 『내가 사랑한 공간들』 이 나왔습니다. 아름다움의 실체를 직접 보고 확인할 전국의 멋진 공간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 장소의 의미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썼지요. 감각의 아름다움을 실감하게 될 실제의 공간의 힘과 매력을 녹여 냈습니다. 감각은 외부의 자극을 통해서만 느껴집니다. 그 감각이 펼쳐지는 장소와 그 안에 담겨야 할 아름다움의 내용이 중요해지는 이유죠.

 


 

 

 

 

 

명사의 추천

 

눈의 황홀
마쓰다 유키마사 저 | 바다출판사

인간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이미지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의 해박함은 감탄을 넘어 경탄할 정도다. 구태의연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은 이 책에서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이 축이 되어 세상의 역사를 편집해 내는 능력은 놀랍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저 | 21세기북스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슈필라움의 심리학을 풀어낸 책. 오랜 세월 지켜본 친구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토록 성실한 저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6년 이상 독일 전역을 누비며 바우하우스의 흔적을 추적했고, 신문에 연재하는 부지런함은 기본이다. 여수에 미역창고라 이름붙인 자기 공간을 통해 직접 슈필라움의 효과를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어려운 심리학을 김정운처럼 쉽게 풀어내는 이는 없다. 오랜 내공으로 다져진 전모의 파악에서 나오는 힘이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홍영남, 이상임 역 | 을유문화사

이제 고전이 된 듯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지적 유전자다. 지금 나오는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그의 주장이 인용되는 건 흔한 일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생물은 유전자의 대리물로 움직일 뿐이란 주장은 섬뜩하면서도 설득력이 넘친다. 생명공학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겨 주는 근원의 문제를 잘 짚어 줬다. 최근 20년 사이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책이기도 하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조현욱 역 | 김영사

유발 하라리의 천재성을 실감하게 된 첫 저작이다. 젊은 역사학자의 관심은 빅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인간을 다룬다. 변방의 유인원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을 실감 나게 설명하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읽는 내내 줄을 친 문장들로 책 전체가 울긋불긋했다. 이어진 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다 읽게 된 출발을 열어 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월터 아이작슨 저/신봉아 역 | arte(아르테)

인류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물로 추앙받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기물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의 작품이지만, 그 책보다 더 잘 읽히고 재미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튀는 상상력은 호기심의 산물이었고, 피렌체라는 도시의 역량이 뒷받침됐던 거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개인의 의지와 야심이었다. 현실과 공상을 넘나드는 창의적 인간은 시대의 관습과 기준조차 바꾸어 버렸다. 위대함을 공감하려면 이 한 권의 책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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