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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통 통, 절망에서 희망으로 튀어 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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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도 크느라 흔들리는 거겠지.” 책 속 문장처럼, 아이들이 시련에 흔들려도 결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멋지게 성장하기를 바랐지요. 『탱탱볼: 사건은 문방구로 모인다』 강이라 작가 서면 인터뷰.

아이들이 뛴다는 건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신호다. 저 셋이 동시에 뛴다? 그건 사건이다. 탱탱볼 던지는 초등학생 리라, 추리소설 좋아하는 중학생 하나, 프로파일러가 꿈인 고등학생 동우는 오래된 향수 문방구에 모인다. 전직 형사 영욱은 향수 문방구에서 아이들의 모험을 지켜보며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준다. 땅으로 던져도 하늘로 솟아오르는 탱탱볼처럼 결코 꺾이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 『탱탱볼』에 대해 강이라 작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소설 『탱탱볼』 출간을 축하합니다. 오랫동안 품어 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 년 전, 소설 도입부만 써 놓은 채 몇 달을 그냥 보내고 있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주중, 주말 없이 정말 열심히 썼어요. 마지막 며칠은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죠. 겨우 초고를 끝내고 머물던 레지던시 앞의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넋을 놓고 먼바다를 보고 있으니 벅찬 감동과 희열에 울컥하더군요. 막 나온 책을 받았을 때도 그랬고요.

까칠한 고등학생 동우, 엄마를 그리워하는 중학생 하나, 탱탱볼 던지는 초등학생 리라, 그리고 전직 형사 영욱. 이중에서 작가님과 가장 닮은 인물은 누구인가요?(혹시 의리 있는 강아지 무무?)

책을 읽은 지인이 제가 영욱과 닮았다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마른 체형에 까탈스러워 보이는 인상, 군더더기 없는 말투 때문인 거 같아요. 보기와 달리 친해지면 다정하다는 점도 비슷하리라 믿습니다. 영욱만이 아니라 동우, 리라, 하나 등 등장인물 모두가 저와 닮은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쓰는 내내 등장인물들과 거리두기가 잘 안 되어 마음이 많이 힘들기도 했어요. “저 아이도 크느라 흔들리는 거겠지.” 책 속 문장처럼, 아이들이 시련에 흔들려도 결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멋지게 성장하기를 바랐지요.

등장인물의 이름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이름과 별명이 중요한 작품이라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뜻도 좋고 부르기도 좋은 이름을 궁리하다가 ‘이기리라’를 떠올렸습니다. 한마디도 안 지고 매사 똑 부러지는 리라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반하나는 반할 만큼 당당하고 멋진 아이라는 의미로 반하나예요. 하나는 제 오랜 친구 김하나의 이름이기도 하고요.

김동우는 제가 학원강사 시절에 가르쳤던 남학생의 이름이에요. 그 친구도 소설 속 김동우처럼 매사 심드렁한데 상황의 핵심은 정확히 꿰뚫어서 도사 같았죠. 소설 속 김동우는 추리소설을 읽는데, 소설 밖 김동우는 판타지소설을 읽었어요.

강아지 무무의 이름은 없을 무(無)를 두 번 쓴 거예요. 슬픔도 괴로움도 없으라고요. 유기될 뻔하다가 저와 만나 13년을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까비가 모델입니다. 노견의 뒷모습은 몹시 쓸쓸해 보인답니다.

『탱탱볼』의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혹독한 성장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결국 탱탱볼처럼 다시 희망으로 튀어 가요. 작가님은 어떤 힘이 사람을 다시 일으킨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났어요. 그때는 딸보다 아들이 귀했지요. 친척들이 저만 보면 “쟤가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말했답니다. 결국 부모님은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큰집 사촌오빠를 양자로 들였어요. 이 일을 계기로 저는 학창 시절 내내 심각한 자기 부정을 겪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어하다가 서른이 넘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었어요. 시련과 부침 속에서 나를 지킨 건 결국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었죠. 『탱탱볼』의 아이들에게 닥친 시련은 가혹하지만 그걸 극복하는 주체는 스스로임을, 항상 잊지 않길 바랐어요.

동우는 자신의 어려운 조건을 못 본 척하려고 “나는 김동우가 아니다.”라는 주문을 외우던 아이입니다. 그렇게 본인을 부정하던 과거가 있기에 같은 반 영지의 아픔을 알아채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연대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환대’란 말을 아끼고 좋아합니다. 영욱은 향수 문방구에서 편견과 선입견 없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줍니다. 영욱이 보여 준 환대의 힘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바로 설 수 있게 되어요. 그리고 그 힘으로 흔들리는 다른 이를 붙잡아 줍니다. 환대가 있으면 연대는 어렵지 않습니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가장 극적인 연대의 순간은 병원 장면입니다. 강아지 한 마리를 위해 똘똘 뭉친 아이들의 모험을 통해 연대란 무엇인가를 쉽고 재미있게 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연대를 통해 성취와 성장의 기쁨을 만끽한 아이들이 만들어 갈 세상,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

영욱이 운영하는 향수 문방구는 실제 모델이 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울산 신정동에 있는 향수 문방구입니다. 동네에 으리으리한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차는데, 오래된 초등학교와 문방구만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 있어요. 문방구 앞 백계단은 지어 낸 공간이에요. 성별, 나이, 세대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백계단을 한 계단씩 딛고 오르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싶었고요.

『탱탱볼』에는 미스 마플, 셜록 홈즈 같은 추리소설의 고전부터 엉덩이 탐정 시리즈까지 다양한 추리소설이 언급됩니다. 청소년 독자에게 추리소설을 딱 한 권만 추천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어요?

제 인생 첫 추리소설이자 최고의 추리소설은 바로 앨러리 퀸의 『Y의 비극』입니다. 반전도 뛰어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범인 때문에 여운이 오래가는 매력적인 이야기이지요. 초등학생 때, 단짝이었던 하나가 권해 준 책이에요.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앉은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지요. 마지막 장면에 큰 충격을 받아 한참 동안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탱탱볼』을 쓰면서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반복해 들으셨다고 하셨어요. 플레이리스트에 어떤 곡들이 들어 있나요? 요즘 최애곡도 알려 주세요.

글을 쓸 때마다 그 글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요. 『탱탱볼』의 테마곡은 미카 「We Are Golden」이었습니다. “Running from Running”, 도망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자는 가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정을 살피는 정적인 장면을 쓸 때는 윤하의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별의 조각」 「답을 찾지 못한 날」 같은 곡들이요. 병원의 추격 장면을 쓸 때는 마데온 「Imperium」, 앨런 워커 「The Drum」, 에스파 「Supernova」의 리듬감이 큰 힘이 되었지요. 작업을 마치고 노트북을 덮으며 듣던 곡은 언제나 엑소 「Universe」였습니다. 모든 질문과 답은 우리 안에 있다는 노랫말이 제가 탱탱볼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였기 때문입니다.

요즘 즐겨 듣는 곡은 위아더나잇의 「티라미수 케이크」입니다. “티라미수 케이크”라는 가사가 “T라 미숙해”라고 들려서 밈이 되고 주목받는 현상이 흥미롭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청소년 장편소설을 쓰고 있어요. 다음 작품도 기대해 주세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강이라

추리소설과 여행을 좋아한다. 요가 수련을 하며, 대학원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을 쓴다. 제24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볼리비아 우표」가,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쥐」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현진건문학상에 단편 「스노볼」이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집 『볼리비아 우표』 『웰컴, 문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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