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인터뷰] 한강 소설가의 말, 말, 말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을 보여주는` 작품을 써 왔어요.
2024년 10월 10일, 한강 소설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깜짝 놀란 소식이지만, 어쩌면 오랜 시간 인간과 소설에 관해 질문하며 작품을 써온 작가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오늘의 이 상이 우연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10여 년간의 인터뷰로 소설과 문학에 관한 그의 생각을 살펴볼까요?
"무엇을 써야지 쓰는 게 아니라, 상념을 담아내려고 하기보다는 써가면서, 마지막 장면 정도만 생각하면서 써 나가요. 함께 살았던 것 같아요. 소설 속에도 선을 덧그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것처럼 내 의지와 감정이 덧그려져 소설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 안에 스며들어 쓰기 때문에, 소설을 쓸 때는 남는 게 없어요."
"시간을 정해두고 읽기보다는, 책을 들고 다니며 시시로 읽는 편이에요. 바쁠 때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면서, 잠들기 전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읽고, 시간이 길게 나는 날에는 차분히 오래 읽곤 합니다."
"생명은 소멸에 저항하잖아요. 손톱 자르다 살을 자르면, 잘린 살점은 금방 썩어버리지만, 피가 흐르는 손은 썩지 않잖아요. 그런 생명과 소멸의 관계. 침묵과 말의 관계. 아주 긴밀하면서도, 서로 싸우는 그런 관계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안에서 어둠 속에 목소리만 남은 사람과 말을 잃었다가 찾는 사람의 이야기는 제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거죠."
"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중학교 교사를 그만두시며 광주를 떠났어요. 당시에 광주에는 없었지만 광주에 있던 친척으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 끔찍한 폭력성을 가진 인간을 마주하게 됐어요. 밝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인간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밝은 소설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언제나 눈부시게 밝은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렇게 안 돼요. 저도 아주 눈부신 『흰』 을 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삶과 죽음의 이야기, 그토록 껴안기 힘든 삶에 대한 기록을 쓰게 된 거 같아요. 소설의 한 부분에서 “더럽혀지더라도 너에게는 흰 것을 주고 싶다”고 얘기하는 게 있는데, 그건 소설 속 그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이제는 더 이상 삶을 껴안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않고, 흰 것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춘기 이후로 늘 질문이 많았어요. 나는 누구인가부터 왜 태어나서 왜 죽는 걸까, 고통은 왜 있나, 나는 뭐 할 수 있지, 인간이란 건 뭐지, 이런 질문들이 늘 괴로웠고요. 그걸 질문을 하는 방식이 글을 쓰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죠. 하나의 소설, 특히 장편 소설은 그 시기에 저에게 중요한 질문을 끝까지 완성해 보는 그런 거예요. 질문의 끝에 어떻게든 도달을 하면 그 다음 질문이 생겨나고요. 그러면 다음 소설에서 그 질문을 이어가고 그래요. 질문을 완성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닌데요. 그 질문에 끝까지 가보는 것, 그 자체가 답인 것 같아요."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폭로했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관한 독특한 인식을 시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산문으로 표현한 혁신가.”
- 노벨문학상 선정 심사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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