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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 회장이 예능국 PD가 되어 최애를 섭외한다면?

『덕후가 브랜드에게』편은지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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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연예인이 밥 먹어주냐”는 차가운 질타를 받아도 “밥을 먹여주지 않아서 더 재밌게 놀 수 있다”고 자부하는 건강한 집단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팬덤의 특장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돈으로 낼 수 없는 바이럴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2024.07.10)


초등학교 시절 은지원 팬클럽 회장 출신이 지상파 예능국 PD가 되어 은지원을 MC로 섭외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기근의 시대에 6%의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바로 『덕후가 브랜드에게』의 저자, 편은지 PD다. 

편은지 PD는 현재 KBS2 <살림남> 메인 PD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예능국 동기들보다 가장 늦게 입봉을 했지만, 오히려 입봉작의 제목부터 화제를 모았다. 바로 <주접이 풍년>이라는 팬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 팬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도 생소했지만 KBS 지상파에서 ‘주접’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성공해 냈다는 건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주접’이라는 키워드로 지상파의 높은 문을 넘었다면, 이번엔 ‘덕후’라는 키워드를 정면에 들고 ‘책’이라는 매체의 문 앞에 섰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것 또한 팬으로 살아온 경험과 원동력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3대 기획사부터 지상파 예능 PD까지 몸소 현장에서 체험한 덕후 편은지 PD가 30여 년의 덕질 끝에 밝혀낸 팬덤 브랜딩의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덕후가 브랜드에게』라는 제목이 참 흥미롭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덕후’가 편은지 PD님이신가요? KBS <살림남 2> PD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덕후가 브랜드에게』의 저자 편은지로 처음 만나는 독자님들께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네, 제가 바로 덕후입니다! 어린이 때부터 동요보다 ‘가요톱텐’을 사랑하고, 그림책보다 가요 악보를 정독했던 본투비 덕후이자 『덕후가 브랜드에게』 작가 편은지입니다. 뭐든 빠지면 깊고 격하게 빠지고 우아하게 관조하는 것이 체질상 잘되지 않는 개인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 또한 그런 저만의 진정성을 담아서 써봤습니다. 책으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덕후가 브랜드에게』라는 제목이 참 인상 깊게 다가오는데요. ‘덕후’라고 하면 주로 아이돌을 떠올리는데, 이 책에서는 ‘브랜드’라는 키워드와 엮어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책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장기적인 불경기와 취향의 다변화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기획자와 경영인들이 보면 좋은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누구나 소비자를 팬덤화하려는 니즈는 있지만, 실제로 팬들이 어디에서 모이고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는지 갈피조차 못 잡고 있는 분들이 많을 거 같은데요. 실제로 ‘팬’이라는 것은 내가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엄청난 일이기 때문인데요. 통계나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같은 일에 대해 상세히 다루었으니 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덕질에 빠져있는 자녀가 걱정이신 학부모님들도 30여 년 덕후 인생으로 성공적으로 임상 실험을 마친 산증인인 저의 이야기를 담았으니 참고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턴으로 시작해 KBS 예능국 프로듀서로 입사한 후 팬들의 이야기를 담은 <팬심자랑대회-주접이 풍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PD로서 첫발을 내딛으셨어요. 지상파에서 ‘주접’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해내신 것도 모자라 이번엔 책 제목으로 ‘덕후’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네요. 보통 책 제목으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여서 더 눈길이 가는데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주접이 풍년>의 ‘주접’은 순우리말 동사 표현에서 동원되는 어근인 주접의 의미가 변절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좋아하는 정도를 표출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된 아첨을 해서 보는 이의 웃음을 유도하는 표현인데요. 실제로 ‘덕통사고’로 입덕 후에 최애를 향한 뻐렁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지극히 한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은 공감할 텐데, 최애를 향한 마음은 ‘호감’ 혹은 ‘애정’ 등의 다소 미지근한 단어로는 담기지 않는 뜨거운 두근거림이 있거든요. 물론 <주접이 풍년> 또한 팬 경험이 전무한 KBS 윗분들의 꽤 큰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힘겹게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덕후’라는 단어 또한 요즘은 오히려 자신의 뚜렷한 주관으로 견해를 피력하는 집단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데요. 덕심을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더욱 많고 현재 트렌드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주축 또한 이들이기에 첫 책의 제목의 주어로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매번 노력한다기보다, 솔직하게 임하려다 보면 그것 자체가 남들에게는 굳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문법을 따르며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제 진정성은 상실되는 것이기에 실제 성격은 소심한 편이지만 용기를 내보는 편입니다. 

‘덕후’에 대한 이미지가 과거에는 부정적이었다면, 요즘엔 많이 달라지는 추세 같습니다. 실제로 인사팀에서 ‘덕후’를 모집하는 기업들도 있고, 직원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 팀을 구축하는 회사도 늘고 있으니까요. 아이돌 팬덤과 브랜드 팬덤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팬덤의 작동원리를 알면 브랜딩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팬들은 공통적으로 이성적 논리보다는 감성에 다소 치우쳐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대가나 본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대가를 바라지 않기에 오히려 열정을 다함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 무한동력을 자체적으로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연예인이 밥 먹어주냐”는 차가운 질타를 받아도 “밥을 먹여주지 않아서 더 재밌게 놀 수 있다”고 자부하는 건강한 집단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팬덤의 특장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돈으로 낼 수 없는 바이럴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목차도 참 흥미롭습니다. 특히 ‘돈쭐과 혼쭐의 그 어렵고도 미묘한’이라는 목차가 눈에 띄는데요. 팬 감수성을 제대로 읽어서 ‘돈쭐’이 난 브랜드 사례와 안일하게 읽고 대처해서 ‘혼쭐’이 난 사례를 알 수 있을까요?

팬들은 ‘진심 판별가’입니다. 어떤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 감각적으로 파악합니다. 이런 진정성으로 접근한 브랜드들, 예를 들면 ‘갓뚜기’로 추앙받는 오뚜기와 배달 음식에 친숙한 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일관해 성공한 배달이 민족이 그야말로 돈쭐이 난 브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대박이 아니라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의 ‘팬덤’이 생겼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팬덤의 생리를 몰라서 생긴 웃픈 해프닝과 같은 일도 있는데요. 한 탕후루 업체가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해 탕후루를 먹으면 한정판 포토카드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십 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모델에 포토카드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이는데요. 문제는 탕후루 세 개를 먹으면 한정판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주는 것인데, 여기서 오류가 벌어집니다. 팬들은 우연히 먹고 선물로 포토카드를 받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본인이 원하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노력에 노력을 하는 편인데, 문제는 탕후루를 무한대로 먹기에는 한계가 따르는 일이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팬들은 “포토카드 다 모으기 전에 치과부터 가겠다”며 반발했고 결국 업체가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표면적으로만 팬들을 바라보고 정작 팬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사려 깊게 파악하지 않아서 생긴 웃픈 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덕통사고’, ‘공감 마케팅’과 같은 단어를 통해 소비자의 정서와 팬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단 한 번도 덕질해 본 적 없는 기획자가 팬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팬들이 컴퓨터 코딩하듯이 A라는 입력 값을 넣으면 A라는 결괏값이 나오는 집단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첫 번째일 것 같습니다. 팬들은 애초에 논리적 판단보다는 감성의 영역에서 출발한 집단이기에 그들을 자극하는 것도 산술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기 영역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팬들이 이런 특성을 가진 집단이라는 것을 정확히 이해한 후로는 대어를 낚기 전에 큰 바다에서 멀리 보며 동태를 살피듯 팬들의 ‘노는 모습’ 을 관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SNS와 위버스 등 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로 팬들의 습성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졌기에 애정 어린 눈으로 집중하면 팬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많은 팬들은 ‘어덕행덕(어차피 덕질을 할 거면 행복하게 덕질하자)’이라는 마인드가 커져 팬 활동 그 자체를 취미로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Z세대의 특징과도 비슷한데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브랜드 기획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이 있다면?

팬들을 알바생이 아닌 사장으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알바생은 사장만큼 열정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건 요식업계의 대부인 백종원 씨도 무슨 수를 써도 사장보다 열심히 하는 직원은 있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불가능한 영역인데요. 팬들은 기본적으로 알바생보다는 사장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보수를 받지 않고도 최애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2차, 3차 콘텐츠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팬들의 역량을 인정하고 알바생 대하듯 아무 권한 없이 천편일률적인 마케팅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이들이 직접 사장이 되어 무언가 할 수 있는 ‘꺼리’를 주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합니다. 국민 영웅 임영웅을 만든 것도 <미스터 트롯>의 대국민투표가 만들어낸 ‘바이미(By-me) 신드롬‘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덕후가 브랜드에게』를 읽으실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팬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팬들은 ‘다소 과한‘ 평균 이상의 열정을 가졌지만, 평균 이상의 능력치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갖고 있기에 트렌드의 중심에 있게 된 것인데요. 실제로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SNS가 시장 마케팅 판도를 바꾼 것이 아니라 ‘팬’들이 바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을 정도로 팬들의 파급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들을 일부 마니아층으로 치부해 배제하기보다는 애정 어린 눈으로 샅샅이 살펴보고 지켜본다면 성공적인 브랜딩에 가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편은지

취향이 생긴 일곱 살 때부터 팬 또는 덕후로 살아온 KBS 예능 PD. 강다니엘을 시작으로, 기존에 없던 콘셉트인 ‘살림돌’을 런칭해 아이돌 팬덤은 물론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저자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과학적인 통계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팬덤에 대한 통찰을 체득했다. 소비자를 팬덤화하고자 하는 수많은 브랜드를 위해 업계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하고자 한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덕후가 브랜드에게
편은지 PD 저
투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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