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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이라는 정원적 삶의 태도를 통한 마음 산책

『정원의 위로』 김선미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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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들어서면요. 마음에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와요. 서라운드 음향으로 들려오는 새 소리는 또 어떻고요. 그렇게 제 스스로가 큰 위로를 받았어요. (2024.06.28)


정원과 사랑에 빠져 「김선미의 시크릿가든」를 연재하게 된 기자 출신 작가이자, 조경학을 공부하는 ‘산림교육전문가’인 김선미 작가가 해외의 유명 정원들 못지않게 아름다운 정원 24곳을 소개한다. 『정원의 위로』는 단순히 아름다운 조경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닌 보살핌이라는 정원적 삶의 태도를 통해 소중한 삶의 균형감각을 찾는 마음 산책을 제안하는 책이다. 책 속 정원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위로와 회복이 있는 내 삶의 정원을 가꾸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랜 시간 예술과 패션에 대한 글을 써오시다가, 별안간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시고, 서울대 조경학 박사과정도 밟으시고, 정원에 대한 책까지 출간하게 되셨습니다. 처음 정원에 대한 책을 쓰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올해로 신문기자 27년째인데요. 그러다 보니 그동안 여러 분야를 담당했었어요. 문화부, 경제부, 산업부, 사회부, 위크엔드팀…. 예술과 패션, 여행과 디자인을 좋아해서 어느 분야를 담당하든 그런 관심사를 반영해 기사를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국내든 해외든 눈이 호강하는 곳을 취재할 때마다 느낀 게 있었어요. 우리 인간에게 영감과 마음의 평화를 주는 원천이 자연이고, 그래서 우리는 울타리를 치고 정원을 만들어 그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인상파 화가들도, 세계적 디자이너들도 그렇게 정원을 가꿨거든요. 예술과 패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을 키우던 저는 점점 정원에서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정원에는 움트는 생명력도 있고, 격조 있게 시드는 퇴장의 미학도 있거든요. 그런데 연애할 때도 그렇잖아요. 처음에 관심이 생기면 점점 그에 대해 알고 싶어지잖아요. ‘저 사람이 마음에 든다, 그의 이름은 뭘까.’ 식물이 아름답기는 한데 정작 저는 아는 게 없었어요. 책을 봐도 머리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숲해설가 과정부터 등록했어요. 숲해설을 직접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뭐든 식물에 대해 배우고 싶었어요. 동아일보에 ‘김선미의 시크릿가든’을 쓰면서 정원들을 찾아다니다가 학문적으로도 관심이 생겨 조경학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됐고 이번에 ‘정원의 위로’도 펴내게 됐죠. 사람들은 워킹맘인 제가 일하고 공부하고 책을 펴낸 걸 보고 어떻게 계획하고 해냈느냐고 놀라워하던데, 그저 모든 게 물 흐르듯 진행됐어요. 마음이 시킨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동안 정말 바빴어요(웃음).

이번 책의 제목은 ‘정원의 위로’ 입니다. 제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정원으로부터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2년 전 저희 신문에 썼던 칼럼 제목이 ‘정원의 위로와 회복…나의 국내 정원 답사기’였더라고요. 당시엔 편집국 산업부 데스크였기 때문에 숲해설가 자격증도 따기 전이고, 정원에 대한 글을 쓰기도 전이었어요. 그 칼럼이 이렇게 시작해요.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삶이 헝클어져 있었다.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근속휴가를 신청해 당시 사춘기를 겪던 딸을 차에 태워 전국 곳곳의 정원들을 다녔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제 마음이 이끈 장소들이 정원들이었어요.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정원에 관심이 생긴 게 아니라 사실은 제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이 정원을 향해 있었던 거에요. 나이가 들면서 갈수록 주눅 드는 순간들이 생기고 엄마로서도 이도저도 아닌 것 같아 처량한 심정이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죠? 정원에 들어서면요. 마음에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와요. 서라운드 음향으로 들려오는 새 소리는 또 어떻고요. 그렇게 제 스스로가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래서 책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제목을 ‘정원의 위로’로 정했어요. 제가 이번이 다섯 번째 책을 펴내는 것인데 책 제목을 먼저 정하고 쓴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책 전반에 그 위로가 흐르고 있을 거에요. 나중에 한 작업이 정원마다 위로의 카테고리를 정한 것이었는데요. 로맨틱한 위로, 일의 위로, 폐허의 위로, 시간의 위로, 감각의 위로…. 요즘 사는 게 다 힘들잖아요. 학생은 학생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또 노년은 노년대로 마음의 어루만짐이 필요해요. 독자들에게 정원이 주는 다양한 감촉의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책 속에 전국의 정말 다양한 정원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들을 찾아내기도 어려우셨겠지만 수록될 정원을 고르시는 것도 힘든 작업이셨을 것 같은데, 선정 기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국가에서 정원을 구분해놨어요.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 이렇게 두 곳이 있는 국가정원, 경북천년숲정원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정원, 개인이 운영하면서 방문객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민간정원 이렇게요. 물론 각 개인이 집안 마당이나 옥상에 만드는 개인정원도 있어 제 책에는 이들 정원을 두루 소개했어요. 국립수목원, 화담숲, 신구대식물원, 오목공원처럼 ‘정원’이라는 용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우리 마음에 정원의 위로를 전하는 곳들을 소개했어요. 동네의 수목원이나 공원에 자주 드나들고 그곳의 나무들과 교감한다면 ‘내 정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전국 방방 곳곳의 정원들을 다녀오신 것 같아요. 보통 정원을 찾아다니실 때, 어디에 어떤 정원이 있다는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시는 건가요?

일단 우리나라의 민간정원은 산림청 누리집(//www.forest.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어요. SNS를 통해서도 새로운 정원을 알게 됩니다. 책에 소개한 충남 아산의 개인 장미정원은 지인의 소개로 남편분을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자주 페이스북에 ‘#아내의정원’이라는 해시태그를 걸어 사진을 올리는데 개인 정원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훌륭한 장미정원이더라고요. 그렇게 그 정원을 찾아가 장미를 가꾸는 아내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원에 진심인 아마추어 가드너들끼리는 SNS에서 정보도 교류하고 서로의 정원을 응원하면서 마음의 공동체를 이루더라고요. 제가 정원에 대한 글을 정기적으로 쓰니까 이제는 주변에서 이런 정원 가봤느냐고 많이들 추천도 해주십니다.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정원 단 하나만 꼽아보신다면, 어디일까요?

가장 좋아하는 정원을 단 하나만 꼽는 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누구와 어느 상황에 가느냐에 따라 식당을 다르게 고르는 것처럼 정원도 상황과 동행자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 것 같아요. 특히 정원은 사계절을 담고 있는 생명의 공간이라 같은 정원이라도 여름 정원과 겨울 정원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해주죠.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국가대표 수목원이니까 서울에서 다소 멀더라도 한 번쯤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려요. 1990년대 배우 박신양과 최진실이 나왔던 영화 ‘편지’를 다시 보고 가셔도 좋고요. 그 영화를 본 뒤 5월 초 국립수목원에 핀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을 보신다면 마음에 발레리나 꽃이 피어날 거에요. 너무 방대한 면적이니까 한 번에 다 보시려 하지 마시고요. 일단 육림호 주변을 천천히 산책한 뒤 방문할 때마다 보물찾기하듯 전시원들을 둘러보면 좋겠습니다.

책의 구석구석 정원과 얽힌 이야기가 있는 책이나 영화의 대목들을 만나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정원의 이야기를 담은 예술 작품을 하나 꼽아 소개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책이 세상에 나온 뒤 주변으로부터 듣는 말씀 중에 가장 기쁜 반응들은 ‘정원이 이처럼 문학, 미술, 음악, 산업 등과 만날 수 있다는 걸 알려줘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삼성, LG,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정원과 만나는 지점을 제 책에 소개한 데 대해 ‘그동안의 기자 경력이 다 녹아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정원이 진정한 통섭의 장소라는 것이 제 책 ‘정원의 위로’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022년 국내 개봉했던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저는 프랑스 파리에서 1년 기자연수를 할 때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바가텔 공원을 숲속 공부방 삼아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특히 감회가 남달랐던 영화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마음과 돌봄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실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작가님의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실까요? 최근 워낙 정원에 진심인 행보를 보여 오셨지만, 다음번엔 이 열정과 애정이 어디를 향할지도 궁금합니다.

뒤늦게 조경학 박사과정까지 밟게 된 것은 정원의 아름다움을 학문적으로 깊이 탐구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정원에 대한 저술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 ‘정원의 위로’는 정원에 녹아 있는 삶과 사람의 이야기이자, 정원을 향한 제 공부의 시작입니다.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행복한 일들을 도모해보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김선미

꽃, 새, 별을 사랑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정성껏 가꾸는 정원사들을 부러워하고 존경한다. 《동아일보》에 「김선미의 시크릿가든」을 연재하고 있다. 오랫동안 예술과 패션을 사랑하다가 식물과 정원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산림교육전문가’(숲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했고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30년 가까이 신문기자 생활을 해 오면서 『지금, 여기, 프랑스: 혁신, 창업, 교육, 문화, 예술 등 현재 프랑스를 말하다』, 『모녀지정: 우리 시대 어머니와 딸 20인의 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삶의 순간마다 식물과 정원에서 얻은 위로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정원의 아름다움을 깊이 탐구해 나가고 싶다.


정원의 위로
정원의 위로
김선미 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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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정원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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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이라는 정원적 삶의 태도를 통해 소중한 삶의 균형감각을 찾는 마음 산책! 『정원의 위로』는 조경학을 공부하는 ‘산림교육전문가’가 국내 아름다운 정원과 공원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꽃과 나무, 새소리와 숲의 매력에 빠져 국내외 많은 정원들을 방문했고, 우리나라에도 해외의 유명 정원들 못지않게 아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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