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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특집] 김선오 “책의 시간과 내 시간이 겹칠 때”

2024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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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간과 저의 시간은 서로 다른 우주에서 흐르다가 어느 순간 겹쳐진다고 믿는데 그때가 바로 제가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을 펼치게 되는 순간입니다. (2024.06.14)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총 12명의 후보를 모아 6월 17일부터 7월 14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만나볼까요?



젊은 작가로 선정된 소감

이렇게 변방에 있는 시인도 챙겨주시다니 정말 감사하다, 채널예스 최고,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시차 노트』의 제목

시를 쓸 때 ‘돌과 입맞춤’, ‘뼈와 종이’처럼 두 단어가 병렬로 배치되어 있는 제목을 제가 즐겨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왜 그럴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제목 짓기는 두 개의 컵을 탁자 위에 올려두는 일처럼 단순한 방식이지만 바로 그 단순함에 끌렸던 것 같아요. 또 일반적인 언어의 용례에서는 잘 연쇄되지 않는 두 단어가 단지 서로의 곁에 놓임으로써 생성되는 기묘한 긴장을 좀 지켜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에서 ‘도’는 그냥 ‘도’지만 ‘도’ 옆에 ‘솔’이 놓이는지 ‘라’가 놓이는지에 따라 장조가 될지 단조가 될지, 어떤 감정을 지닌 멜로디가 될지 결정됩니다. ‘도’와 ‘솔’과 ‘라’가 각각의 독립된 음으로 들려올 때에는 단순한 소리로 느껴지지만 서로의 곁에 놓이는 방식에 따라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처럼, 단어들도 그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단어의 예외적인 배치로 인해 유발되는 상상과 긴장을 독자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기에 ‘시차 노트’라는 제목을 고르게 되었어요. 단어들이 인접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통해 읽는 사람은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그 기분 때문에 단어는 보다 사물과 같은 인상을 줍니다. 사물과 사물 사이에는 언제나 관계가 있거나 혹은 우리의 마음이 관계를 만들어내고는 합니다. 그러므로 『시차 노트』는 결국 관계에 대한, 오직 관계만 남은 책이었던 것 같아요.

원고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잠을 잡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제가 느끼기에 좋은 문장을 쓰는 작가들의 책을 꺼내 읽습니다. 여러 책들을 뒤죽박죽 살피다보면 어떤 단어나 리듬에서, 혹은 책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나 표정에서 실마리를 찾아낼 때가 있고 그것이 풀리지 않던 원고에 구멍을 내어 그 틈으로 말과 생각이 흐르게 합니다. 언어보다 이미지가 필요한 순간에는 전시나 영화를 보면서 글의 새로운 전개를 고민해 봅니다. 독서는 집이든 도서관이든 어딘가 세계와 면해 있는 곳에서 하게 되는데 표백된 화이트큐브나 블랙박스의 내부로 몸의 위치를 옮기면 감각이 환기되어 또 다른 방식으로 글에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든 방법을 시도해도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원고 자체가 글러먹은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열 장을 썼든 백 장을 썼든 지워버리고 새로운 문장이 시작되기를 기다립니다.

퇴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퇴고는 본질적으로 글을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이지만 최근에는 글이 너무 매끄럽게 써지지는 않았는지 검토하는 방식으로 퇴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의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어떤 순진함, 나이브함, 아마추어적인 측면을 배제하거나 도려내지 않고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어요.

글 쓸 때 사용하는 애착 기기와 프로그램

젊은 작가 코너에 다소 걸맞지 않지만 중요한 글은 맥북에어 2015년형에 설치된 한컴오피스 한글 2014 프로그램으로만 쓸 수 있습니다. 요즘 분들(?)은 노션이나 페이지스나 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으로도 곧잘 쓰시는 것 같던데 저는 그런 사람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인터뷰 질문도 워드 파일로 보내주셨는데 한글 프로그램으로 옮겨서 답변을 적고 있네요……

자주 쓰는 단어

‘시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도 하고 많은 대상을 시간의 층위에서 이아기 하려는 태도가 언제부턴가 저에게 생겨난 것 같습니다. 현상이든 사물이든 시간의 축을 더해서 바라보면 대상의 표면이 두꺼워진달까요, 살펴볼 깊이가 생겨나는 것 같고 그 깊이란 것이 또 환상이기 때문에, 역시나 환상에 불과한 언어라는 도구가 그 앞에서 무력해지고 또 포착을 포기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관념은 분명 매력적인 데가 있습니다. 시간은 언어의 형식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호는 시간의 바깥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상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그 낙차에서 또 어떤 애틋함을 느낍니다.

최근 즐겁게 읽은 책

한병철의 『선불교의 철학』을 가장 여러 번 읽었습니다. 아래 인용구로 소개를 대신하겠습니다.

“달 전체와 온 하늘은 풀줄기의 이슬방울 속에, 즉 하나의 물방울 속에 거주합니다. 달이 물을 관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깨달음은 개별 존재자를 꿰뚫지 않습니다. 이슬방울이 하늘과 달을 방해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별 존재자는 깨달음의 상태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비어 있음은 개별적인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깨달음의 관점에서는 개개의 존재가 각각의 고유한 방식으로 빛나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주인 행세를 하지 않습니다. 달은 물에 친절합니다. 모든 존재자는 스스로를 내세우지도 다른 것을 방해하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속에 거주합니다.”

주로 사는 책

소개글이 흥미롭거나, 제목이 재미있거나, 표지가 예쁘거나, 어떤 이유로든 눈이 가는 책은 우선 사고 본다는 주의입니다. 책의 시간과 저의 시간은 서로 다른 우주에서 흐르다가 어느 순간 겹쳐진다고 믿는데 그때가 바로 제가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을 펼치게 되는 순간입니다. 며칠 뒤가 될지, 몇 년 뒤가 될지, 죽기 전에 그때가 올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삽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물건

잔스포츠 캐리어 백팩입니다. 집, 카페, 도서관을 전전하며 글을 쓰다 보니 언제나 노트북과 책들과 기타 등등 소지품을 모두 가방에 넣어 다니느라 고질적인 어깨 통증에 시달렸는데 캐리어 백팩을 산 후 구원을 얻었습니다. 간단히 여행 다닐 때에도 무척 편해요. 저처럼 운전에 소질이 없고 어깨가 아픈 유목 작가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 드립니다.

준비중인 작품

올여름 『싱코페이션』이라는 제목의 소시집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나이트 사커』『세트장』보다 가볍고 귀여운 시집이라 자평하고 있습니다. 번역 시집과 나란히 나올 예정이니 즐겁게 읽어주신다면 기쁠 거예요.


시차 노트
시차 노트
김선오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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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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