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
『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일기』 조연주 작가 서면 인터뷰
어린이는 끊임없이 자기를 봐 달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내 안의 어린이를 불러내서 대화하고 친해지고 화해하고, 어린이의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동심을 묻어둔 채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다가 힘든 순간을 만났을 때는 세상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2024.06.03)
『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일기』는 낯설어진 어린 시절로 우리를 초대해 주는 존재, 어린이들의 실제 감정일기 사례를 통해 감정과 심리를 이해하는 감정 심리 안내서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다. 그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더라도 어른들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웃음 짓고 때로는 상처받았던 경험을 꺼내기도 한다. 이 책과 함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숨겨진 나의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해하면서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번에 출간한 『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일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내 안의 어린이를 이해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첫걸음입니다. 우리에겐 의식을 상실하지 않고 다시 어린이처럼 되돌아가는 시간이 한 번쯤 꼭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 보는 것부터 변화는 시작되고, 그 시간을 통해서 내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도 알게 됩니다. 『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일기』는 영원히 존재할 내 안의 어린이와 마주하며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감정 심리 안내서이자 우리의 마음 성장 기록입니다.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책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 이론과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실제 어린이 감정일기 사례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감정일기 쓰기 tip과 한 달 동안 스스로 감정일기를 써볼 수 있는 「30일 감정일기 프로젝트」 워크북, 감정과 욕구를 알아보는 심리검사까지 감정일기 강의를 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감정일기는 어떤 사람들이 쓰면 좋을까요?
처음엔 우울하고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자의 삶에서 즐겁고 행복한 만큼 또 힘든 일은 누구나 겪으며 살아가니까요. 그래서 제가 “전 국민이 감정일기 쓰는 그날까지” 감정일기를 알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정일기는 큰 돈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마음관리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작성한다면 효과도 꽤 좋은 편이고요.
책 속에 감정일기 사례는 실제로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의 감정일기가 담겨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재밌고 귀엽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린이 감정일기는 어떤 일기인가요?
책에 모든 감정일기를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울 만큼 기억에 남는 게 너무 많아요. 어리게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깨달음을 주고 저를 돌아보게 하는 감정일기도 많았습니다. 특히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부모님을 세세하게 관찰합니다. 엄마의 표정, 몸짓, 목소리, 말투까지 기억하고 따라하면서 감정일기를 쓰거나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쓰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가까운 사이에서 특히 가족끼리 정말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느낍니다. 최근 사례여서 책에 담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사례 한 가지 말씀드릴게요.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하늘나라에 가셔서 편안하신 지 물어볼 방법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감정일기를 쓴 적이 있었어요. 우체국도 없고 공항도 없는 하늘나라가 어떻게 편안하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답답하다’는 감정을 깊게 느낀 것 같았고, 그 감정에 대해서 한참 얘기를 나눴습니다. 감정일기는 분량이 길지 않고 대단한 필력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어른들도 어린이처럼 쓰기 시작하면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위로가 되고 힘이 될 거예요.
아이들 감정일기는 단순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사랑, 관계, 학업, 양육 등 굉장히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책의 부제를 ‘어린이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어린이라고 상상하며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보고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보니 어린이들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게 익숙하고, 생소한 감정에 어린 시절을 마음껏 들여다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감정을 깨워주었습니다. 저는 어린이였던 제 모습을 비춰보면서 다른 어린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어린이들에게 어떤 어른인지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에필로그에 동심(童心)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심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린이들은 편견 없이 세상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어린이의 마음은 언제 사라지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동심의 반대말을 찾아보았더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혼란을 겪은 어른들의 마음은 어떤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일들을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면서 신선한 자극이 됩니다. 저는 동심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묻혀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누구보다 동심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을 숨기며 살아갑니다. 동심이 있던 자리에 다른 마음이 생긴 게 아니라 묻혀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동심을 중간에 두고 울퉁불퉁한 선을 그리며 자라납니다. 수많은 선에 묻힌 우리의 동심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어린이는 끊임없이 자기를 봐 달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내 안의 어린이를 불러내서 대화하고 친해지고 화해하고, 어린이의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동심을 묻어둔 채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다가 힘든 순간을 만났을 때는 세상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겐 의식을 상실하지 않고 다시 어린이처럼 되돌아가는 시간이 한 번쯤 꼭 필요합니다 감정일기는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여러분의 마음속 어린이가 다시 일어나서 성장하는데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감정을 꺼내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모든 것을 수용해주는 감정일기에 먼저 꺼내보세요. 우리에게는 안전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감정일기가 여러분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와 어른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린이가 사랑받으며 안전하고 자유롭게 자라길 응원하겠습니다.
*조연주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한다. 특히 사람의 감정, 기질, 행동에 관심이 많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함없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은 우리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지만 감정에는 엄청난 파워가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실감하고 있다, 오랜 시간 감정일기를 쓰며 나와 밀도 있게 만나는 시간을 통해 내 마음을 좀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다. 감정을 잘 다스리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책을 쓰고 강의를 한다. 초중고등학교, 대학, 기업, 공공기관, 도서관, 교육청 등에서 어린이, 청소년, 청년, 성인, 교사, 조직 구성원을 대상으로 감정일기와 심리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등에서 일상 속 이야기와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여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심리학을 전하고 있다. 심리학자와 함께하는 뉴스 속 심리학 교실 ‘한 길 사람 속은?’ 코너에 미디어심리학자로 고정출연했으며, 사회문화 현상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심리에 대해 언론사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이며 작가, 임상심리사, 한국코치협회 전문코치 KPC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외 다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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