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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고, 스러지고, 잊히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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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하나의 희망이나 미련으로 삶을 견디고, 그것이 우리가 버티는 힘이 될 때도 많으니까요. (2024.04.15)


기후 위기와 환경, 가족, 생태계 등 현대 사회의 관심 소재를 SF 소설에 담아낸 연마노 작가의 단편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난치병인 자식의 치료를 위해 개척 우주선에 딸을 태워 보낼지를 두고 고민하는 한 엄마를 주인공으로, 자식과의 영원한 이별과 현실에서의 녹록지 않은 간병의 삶을 저울질하는 애틋한 모정을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필치로 담아낸 표제작 「떠나가는 관들에게」를 비롯한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희망을 놓지 않는 결말들이 여운을 남긴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독자들에게 이번 SF 단편집을 한줄로 소개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담은 어떤 단편집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잘 정리해주셨는데요. “떠나가고, 스러지고, 잊히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단편집을 소개해주셨어요.

그에 덧붙여 저는 ‘다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라는 소개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결국 단편집에 담긴 작품들에 어떤 일관성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떠나가고, 스러지고, 잊혀가지만 결국 일말의 다정함이나 희망을 남기는 것들에 관해서요. 비록 최근 문학에 있어서 ‘안온, 무해, 다정’이라는 어떤 기조가 비판받는 지점이 있어 이런 소개를 드리기는 아무래도 조심스럽지만요.

물론 이 지면에서 해당 기조를 둘러싼 논쟁에 관해 어떤 의견을 내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작품들 역시 그러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것에 가깝지요.

그렇다고 해도 이 단편선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에는 사회 문제들이 녹아 있고, 이 문제들은 염세적으로 생각하게 되기 쉽지요. 그러한 염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말의 다정은 필요한 마음이라고도 여기고 있습니다. 해당 부분은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제가 되도록 갖추려고 노력하는 태도이기도 해요. 마지막까지 한 조각의 다정함이나 희망이나마 건네는 이야기일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때도 있으므로.

총 8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죠. 그만큼 다양한 매력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비아냥을 배운 AI 율라가 주인공이 아님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였습니다. 작가님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마침 율라를 꼽아주셨는데, 제 경우에는 「방주를 향해서」에 나오는 이진영 연구원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움직이기보다 ‘그저 할 수 있으므로’ 묵묵히 걷고 또 걸어가는 태도는 제가 늘 갖추고 싶어 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삶의 많은 순간에 참 필요한 태도기도 하고. 아무래도 그래서 작품에 더 투영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진영 연구원 외에는 「저주 인형의 노래」에 나오는 ‘나’ 역시도 꼽고 싶습니다. ‘나’는 다른 종족들과 다르게 아주 구질구질하고 미련이 넘치지만, 결국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자신 역시 성장하기로 결심하는 캐릭터거든요. 그 성장이 스스로의 끝을 의미하더라도요.

많은 단편들 중 표제작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떠나가는 관들에게」 외에 표제작으로 욕심이 났던 다른 작품을 하나 꼽자면 무엇일까요?

물론 지금의 표제작인 「떠나가는 관들에게」 역시 좋아하지만, 그 외에 표제작으로 욕심이 났던 작품이라면 「아틀란티스의 여행자」를 꼽고 싶어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와 독자가 함께 나눌만한 고민이 담긴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과연 우리가 여기서 더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온 거라면 그 모든 노력이 허사일까? 무엇을 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손가락으로 댐을 막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런 질문들을 저 역시도 많이 고민하며 작업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표제작인 「떠나가는 관들에게」에는 불치병에 대한 치료법이 개발될 미래를 기약하며, 아픈 딸 ‘인서’를 냉동캡슐에 넣어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사업에 참여하는 엄마 ’서진’의 고뇌가 입체적으로 그려졌습니다. 서진의 갈등들을 풀어내시면서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떠나가는 관들에게」의 작중에 이런 말이 나와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추측하기란 너무나 쉽고, 우리가 선택해서 도착한 길보다 가보지 못한 길이 더 빛나 보이기 때문에.”

저는 여성으로서 서진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서진이 지닌 의문들에 관해 당사자로서 몰입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굳이 모녀 관계를 따지자면 저는 서진보다는 인서의 입장에 더 가깝기도 하고. 사실 「떠나가는 관들에게」는 어머니보다는 딸의 관점에서 ‘엄마는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생각하며 써 내려간 작품이거든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서진의 삶은 제가 가보지 않고 살아보지 않은 삶에 관한 추측이지요. 자라오면서 어머니가 저를 위해 포기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것을 일부 녹여낸 작품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마지막 인어」에서도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해서 그런 부분에서 고민도 많았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살아보지 않은 삶을 너무 쉽게 추측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서진의 마음을 이렇게 이야기해도 될까? 이런 식으로 풀어도 괜찮을까? 과연 엄마라면, 서진이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렇게 스스로 많은 자문자답을 반복하며 꺼내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성 개척 이주 사업과 냉동캡슐이라는 소재를 통해 불치병 환아 가족들의 아픔과 갈등을 녹여낸 표제작 「떠나가는 관들에게」를 포함해 단편집속 작품들이 SF소재들 속에 우리가 현재 직면한 사회 문제들의 절묘하게 녹여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작품의 아이디어들은 어디서 얻으시는걸까요?

주로 그때그때 화제가 되는 사회 이슈 등에서 많이 얻은 편이에요. 이런 면에서는 오랫동안 트위터(현 X) 유저였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SNS란 것이 물론 나름의 장단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나 이슈에 관해 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혹은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마음에 담고 있었던 사회 문제를 함께 섞어보기도 합니다. 가령 「현신(現神)」의 경우 존재 자체로 거대한 재앙이나 다름없는 차원 외부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코즈믹 호러스러운 이야기를 주요 테마로 잡았던 단편인데요. 그런 이야기 사이에 88‘ 서울 올림픽 당시 판자촌이 철거된 일이나, 유럽을 향하던 난민들이 탄 배가 전복당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고 등을 떠올리며 녹이거나 했던 식입니다.

선명한 해피엔딩을 선택하기보다 열린 결말처럼 느껴지지만 그 끝에 언뜻 희망이 비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끝맺는 단편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방주를 향해서」 속에서 방주 프로젝트를 마침내 성공시킨 진영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지만 무사히 냉동캡슐에 들어가 살아남았을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꽉 닫힌 해피엔딩을 그리기보다 희망이 보이긴 하지만 열린 결말을 쓰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이건 앞서 작품의 한 줄 소개와도 조금 이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세상에는 실제로 해피엔딩보다는 열린 결말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 모두의 삶이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을 테지만, 실제로는 마음 쓰거나 공들인 일이 배드엔딩으로 끝나거나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끌어내지 못하는 일이 많지요. 굳이 현실을 그리자면 그렇게도 이야기를 맺을 수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절망적인 이야기만으로 끝나지는 않기를 바랐어요. 우리는 결국 하나의 희망이나 미련으로 삶을 견디고, 그것이 우리가 버티는 힘이 될 때도 많으니까요. 해서 희망이 보이는 열린 결말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냥 완벽한 해피엔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나쁘지도 않은 결말을요. 그것이 우리의 삶에 가장 근접한 이야기같다고 자주 느껴요.

첫 질문에 언급드렸듯이 만화 분야에서는 마노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계시고, 상업 웹소설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신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독자분들을 만나시게 될까요? 

현재는 웹소설 쪽으로 계약된 작품이 있고 차기작 소재 또한 있으므로, 당분간은 상업 웹소설 활동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또 다른 단편집이나 장르 소설로 찾아뵙는 것 또한 바라고 있습니다. SF나 추리/미스테리/호러 장르의 장편으로 찾아뵙는 것도 언젠가 기대하는 일 중 하나고요.

이후의 작품 활동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건, 꼭 다시 뵙기를 저도 바라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마노

1992년생.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황금가지의 온라인 연재 플랫폼 브릿G에서 「떠나가는 관들에게」를 비롯한 단편들이 2022년 출판지원작에 선정되며 장르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만화 분야에서 '마노' 필명으로 『여명기』, 『여명기2』 등의 여성서사 만화 앤솔러지 작업에 참여했으며, 개인 블로그와 브릿G에서 단편과 엽편에 해당하는 만화 및 소설을 비정기적으로 연재했다. 현재는 또 다른 필명으로, 직장인 겸 상업 웹소설 작가로 활동중이다.


떠나가는 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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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노 저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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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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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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