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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걸음으로 어엿하게 새잎을 피워 내는 봄꽃 같은 아이들

『한발 늦었네』 엄혜원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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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것과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하고 길게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다른 계절이, 훌쩍 커 버린 아이가 앞에 있곤 하니까요. (2024.03.26)


살랑살랑 꽃잎 따라 사푼사푼 내딛는 걸음, 어엿하게 새잎을 피워 내는 봄꽃 같은 아이들을 담은 그림책 『한발 늦었네』의 염혜원 작가를 만나 봅니다. 느릿해도 나만의 걸음으로 어느 틈에 활짝 피어오르는 싱그러운 봄날로 함께 걸어가 보아요.



상냥하고 가만하게 저마다의 걸음을 격려하는 그림책 『한발 늦었네』는 작가님의 싱그러운 그림이 무척 돋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작업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신순재 작가님의 글을 읽고 봄에 자라나는 풀꽃 같은 어여쁜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그런 예쁜 봄을 그림책에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과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하고 길게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다른 계절이, 훌쩍 커 버린 아이가 앞에 있곤 하니까요. 게다가 봄은 유난히 더 아이 같은 느낌의 계절이어서, 아기 고양이와 나비, 아이들을 봄꽃처럼 보송보송하게 그려보고 싶어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속에는 한발 늦은 다양한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앞으로 걸어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는 서사라, 캐릭터 설정이나 장면 구성에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을 가장 줌정에 두고 고민하셨나요?

저는 반복 서사를 좋아해서, 처음에는 반복 과정이 더 돋보일 수 있게 스케치를 했었는데요. 편집자님과 계속 의견을 교환하면서 스케치를 여러 번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좀 더 변화 있는 장면 구성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첫 장면에 나오는 아기 고양이가 가는 길을 따라서 독자들도 함께 걸어갈 수 있었으면 해서, 고양이가 걸어가는 작은 동네의 지도를 그려 놓고 장면들을 구성했어요. 등장인물들만큼 ‘봄’이라는 배경도 중요한 캐릭터라 생각되어서 클로즈업 장면보다 원경 장면으로 구성해서 봄 풍경과 동네 풍경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비나 참새처럼 작은 동물들은 표정보다는 몸짓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색연필로 사각사각 곱게 칠한 봄 풍경에서 겹겹의 싱그러움과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색연필 작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가장 좋아하시는 그림 재료도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 간 색연필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색연필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결이 느껴지는 텍스처가 좋아서 색연필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색연필은 어린이들도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재료라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그림 재료는 지금은 색연필이지만 다음 책엔 크레용이나 수채 물감을 좀 더 써 보려고 해요. 자꾸 조금 더 흐트러지고 자연스러운 그림이 좋아지고 있거든요.

그림책 속에서 어떤 친구는 한발 늦어서 울고, 어떤 친구는 한발 늦어도 느긋하기만 합니다. 작가님은 한발 늦을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저는 조금 느긋한 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조바심이 많은 성격이라 그렇지 못합니다. 항상 미리 도착해 있지 않으면 몹시 불안합니다. 그래서 이 책 『한발 늦었네』는 저에게도 ‘괜찮아, 한발 늦어도.’라고 말해 주는 책이에요. 이제부턴 아기 고양이처럼 슬렁슬렁 주위를 살펴보며 조금은 천천히 걸어 보려 합니다.

국내외 여러 출판사와 직접 쓰고 그린 다채로운 그림책을 선보여 오셨는데요. 소재와 이야기의 영감은 주로 언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이야기의 소재는 어디에나 있는 듯합니다. 최근에 작업한 책은 동네 친구 딸아이 얼굴의 점에서 출발했고요. 작업 중인 또 다른 책은 아트 디렉터인 친구가 해 준 미역국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얼마 전에는 언니랑 동생이랑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곰 인형 이야기를 하다가 책을 쓰기도 했어요.

작가님께서 좋아하시는 그림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인상적으로 본 그림책이나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면요?

아름다운 그림책들을 좋아하지만 조금은 이상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들도 사랑합니다. 최근에는 토미 웅거러의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를 다시 읽었는데요, 전에 읽었을 때는 못 보았던 많은 것을 새로 발견하게 되었어요. 책을 읽고 나면 제 마음의 울타리를 조금씩 열어주고 허물어 주는 그런 좋은 책입니다. 오래전 출간되었지만 아직도 새것같이 신선하고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네요.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이후 계획과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곧 미국에서 출간되는 『Not perfect』가 여름에 한국의 독자 분들과 다시 만나게 될 것 같고요. 내년에는 제가 쓰고 그린 책 2권이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라 작업 중입니다. 느긋한 봄날의 고양이처럼 책을 읽고 쓰고 만들고 있겠습니다. 독자 분들도 조금은 느릿하고 나른한 봄날을 즐기시기를 바라봅니다.



*염혜원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판화를 공부했으며,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브루클린에 살면서 그림책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어젯밤에 뭐했니?』로 볼로냐 라가치 픽션 부문 우수상을,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로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물웅덩이로 참방!』으로 미국 아시아·태평양 도서관 사서 협회 선정 문학상(APALA)을, 『수영장 가는 날』로 샬롯 졸로토 상을 받았다. 그 밖에 쓰고 그린 책으로 『쌍둥이는 너무 좋아』, 『우리는 쌍둥이 언니』가 있고, 『나는 자라요』, 『너무너무 무서울 때 읽는 책』에 그림을 그렸다.


한발 늦었네
한발 늦었네
신순재 글 | 염혜원 그림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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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한발 늦었네

<신순재> 글/<염혜원> 그림15,300원(10% + 5%)

살랑살랑 꽃잎 따라 사푼사푼 나만의 걸음으로 어엿하게 새잎을 피워 내는 봄꽃 같은 아이들 어느 봄날 아기 고양이들이 살포시 잠에서 깨어납니다. 친구들은 살랑살랑 꽃잎을 따라 벌써 길을 나섰는데, 느긋하게 늦잠 자던 고양이 한 마리는 이제야 기지개를 켜고는 한발 늦은 걸음을 내딛습니다. 무당벌레랑 놀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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