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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벌고, 잘 사는’ 15년 차 대필작가가 밝히는 대필작가의 모든 것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 이재영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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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작가는 책을 내고 싶어하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텍스트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혹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정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2024.03.26)

책방 문을 연 5월 6일이 되면 매년 기념 사진을 찍는다. 이재영 작가와 남편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세 마리의 강아지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간된 책은 대략 6만 4천여 종에 달한다. 과연 그 중에서 '저자'가 직접 쓴 경우는 얼마나 될까? 여기까지 읽으면 출판계의 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좀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저자라고 이름 붙으면 당연히 직접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흔히 생각하는 '작가'만 책을 출간하는 건 아니다. 성공한 기업인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연예인도,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인플루언서도, 홍보가 필요한 정치인도 책을 낸다. 그런 유명인들이 직접 원고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너무 바쁜 경우도 있고, 자신의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고 해서 글까지 잘 쓰란 법이 없기도 하다.

해서 보통은 대필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걸 바탕으로 대필작가가 원고를 쓰는 방식으로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필작가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다. 출판계 관례상 작가도 의뢰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당연히 6만 4천여 종의 책 중에서 대필작가의 손이 들어간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대필작가는 '유령 작가'고, 존재하는데도 그 실체는 잘 드러난 적이 없다.

경기 가평에서 동네책방 북유럽(book you love)을 운영하는 '책방 언니'이자, 6종의 책을 출간한 이재영은 출판계에선 꽤 유명한 대필작가다(좋은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이재영은 최근 출간한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를 통해 과거 대필작가라는 자기 직업을 싫어하고, 미워했지만, 결국엔 사랑하고 끌어안게 된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어 대필작가가 비교적 안온한 직업이자, 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글을 놓지 못하며, 누구는 무모하다 말하는 꿈을 붙잡고 있는 어떤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또 다른 '비빌 언덕'이 될지도 모른다. 이재영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그간 독립서점인 북유럽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 언니’나 ‘에세이스트’라는 직업과는 달리 대필작가라는 사실은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다. 책에서도 ‘좀 부끄럽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고. 그런데 어떻게 대필작가와 관련한 책까지 쓰게 되었나?

돌아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거의 25년 되어 간다. 그중에는 내 글도 있고, 인터뷰도 있었지만 생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필일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가장 돈벌이가 되는 일을 가장 부끄럽게 여긴 셈이다.(웃음) 그러다 한동안 일이 끊긴 적이 있었는데 문득 내 일이라는 것이 누가 나를 선택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원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그때의 슬럼프가 남이 나를 규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내 업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인데, 내 일이 대필작가인데 이걸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 싶어졌다. 대필작가는 나쁜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가진 재주로 잘 먹고 잘살았다.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면서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어졌고, 자연스럽게 대필작가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 놓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다.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준다면?

그간 대필작가는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직업은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웃음)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을 통해 대필작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따왔는데 하루키가 소설가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작업하는지, 좋은 문장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필작가를 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루틴으로, 어떤 자세로 이 일을 하는지 등을 두루 다뤘고, 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관련 정보도 충실히 담았다.

확실히 대필작가는 뭔가 비밀스러운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대필작가는 책을 내고 싶어하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텍스트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혹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정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선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하더라도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는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대필작가가 존재한다. 

수요는 많이 있나?

요즘은 자기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하는 시대인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얘기를 누구나 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업계까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요즘에는 정말 일이 끊이지 않는다. 수요는 많은데 이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또 나의 경우는 대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그걸 발판으로 내 책을 출간하기도 하고, 기업체의 블로그나 브런치 스토리에 브랜딩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기도 한다. 대필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에는 그런 과정들까지도 상세하게 풀어 놓았다.


지금까지 출간한 6종의 책들


이 직업의 장점은 무엇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지?

가장 큰 장점은 쓰는 만큼 돈이 된다는 것이다.(웃음) 여담인데 남편도 대필작가는 아니지만 기업사를 쓰는 일을 하는 작가다. 간혹 이런저런 이유로 누군가가 아이에게 부모님 직업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는 엄마 아빠 모두 작가라고 대답한다. 재미있는 건 그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되게 조심스럽게 가정형편은 괜찮냐고 걱정을 해준다는 거다.(웃음) 그게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다. 글을 쓴다고 하면 의례히 힘들겠구나, 가난하겠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직업은 글이 돈이 된다. 내 노동을 돈으로 환원할 수 있다.

또 이 일은 자신의 글을 쓰는 분들에게 너무 좋은 직업이다. 자기 글을 쓰려고 해도 일단 생활이 되어야 한다. 내가 종종 하는 말인데 일이 많을 때 오히려 내 글도 잘 써진다. 여기엔 분명 경제적인 풍요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결론적으로 자기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직업은 충분히 내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깊이 보는 연습, 다르게 보는 연습을 할 수 있는데 그게 글 쓰는데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보통 책 한 권 분량의 대필을 완성하면 얼마 정도 받는지, 연 수입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 줄 수 있나?

사실 책에는 대략적인 원고료를 밝히긴 했는데,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고, 경력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짧은 인터뷰에서 거칠게 얼마라고 말하기엔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다만 지금 일 년에 버는 금액은 40대 중 후반의 내 또래 분들이 기업에 취직해서 벌 수 있는 연봉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말씀드리겠다. 다만 여기서 선택이 좀 작용하는데 정말 일 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면 대기업 정도고, 좀 슬렁슬렁하면 중소기업 연봉 정도다. 이것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어떤 해에는 아이랑 같이 하와이나 스페인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도 했는데, 결국 대필 일을 한 덕분에 아이와 많은 추억을 나눌 수 있었다. 같은 맥락으로 남자든, 여자든 육아하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직업이다. 스스로 시간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말에도 일할 때가 있고, 밤새 일할 때도 있지만.

자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 글과 대필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즉각 돈이 되는 일에 너무 매몰되어서 자기 글을 포기하게 된다거나... 그런 경우는 없었나?

 나 같은 경우에는 그냥 끊임없이 내 글을 썼다. 매일매일 썼고, 틈이 나면 썼고다. 나는 쓰는 사람이고, 써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누구도 남의 글만 써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래서 꼭 쓰시라는 말보다는 아마 대필 일을 한다고 해서, 또 이게 생각보다 돈이 된다고 해서 자기 글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책방 북유럽(book you love)



*이재영

존재하는 그림자, 숨 쉬는 유령. 다른 이의 이야기를 글로 만들고 나의 삶을 글로 짓는 대필작가이자 에세이스트. 결국 비밀을 누설한 사람.

가평 설악면 작은 책방 ‘북유럽(Book You Love)’의 주인장을 공동으로 맡고 있다. 읽고 쓰는 일을 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여러 매거진, 웹진, 단행본 등의 매체에 다양한 글을 쓴다. 딸과 함께한 여행 에세이 『예쁘다고 말해줄 걸 그랬어』, 『여행을 믿는다』,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등을 썼다. 용감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나 겁이 많고, 외향적인 줄 알았으나 관계에 서툰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산 세월이 길다. 앞으로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해 더 읽고 쓸 생각이다. 길가의 초록이 주는 위로를 깨닫게 된 후 부지런한 산책가가 되었다.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꿈이다.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
이재영 저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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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작가’는 자신의 글을 놓지 않으면서 동시에 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다! ‘대필작가’는 누군가에게 생소하겠지만, 출판계의 생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매우 친숙하고 익숙한 직업이다.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유명인, 인플루언서, 연예인, 정치인들의 책 중 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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