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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지난 싸움들은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84회) 『뒷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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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4.03.14)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포도밭출판사의 최진규 대표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최진규: 안녕하세요, 최진규입니다. 반갑습니다.

캘리: 전에 <어떤,책임>에서 포도밭출판사의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어째선지 포도밭출판사의 책을 항상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이 자리에 모시게 되어서 기쁘고요. 묻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포도밭출판사에서 출간된, 희정 작가님의 책 『뒷자리』입니다.

 

『뒷자리』

희정 저 | 포도밭


 

불현듯(오은): <책읽아웃>에서 포도밭출판사 이야기를 간간이 나누기도 했는데요. 대표님이 드디어 나오셨어요. 출연 소감부터 여쭈어야 할 것 같아요.

최진규: 너무 떨리고요,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불현듯(오은): 책 이야기에 앞서 포도밭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일단 ‘포도밭’이라는 이름이 너무 귀엽잖아요. 어떻게 이름을 짓게 되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최진규: 출판사 이름은 간단히 지었어요. 출판사가 위치한 옥천이 포도의 고장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제가 옥천으로 이사하면서 출판사 창업을 동시에 결정했거든요. 그때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포도의 고장이니까 포도밭이라고 하면 좋겠다, 그러면 동네에서 더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간혹 어떤 분들은 종교 출판사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는데요. 종교랑은 무관하고요.(웃음) 정말 포도와 관련이 있는 이름입니다.

불현듯(오은): 옥천으로 가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최진규: 2014년 1월에 갔으니까 딱 10년이 됐어요. 그전에는 서울에서 편집자로 직장생활을 약 10년 정도 했고요. 그 사이에 회사 이직도 몇 번 했어요. 그러다가 더 이상은 새로 취업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회사에서 만드는 책보다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만드는 책을 본격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거죠. 그렇게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마지막으로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제가 기획한 책이 풀뿌리 정치 연구하시는 하승우 박사님의 책이었어요. 박사님이 어느 날 옥천으로 이주하고 싶어서 답사를 간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마침 옥천에 저희 외삼촌이 포도 농사를 짓고 계셨거든요. 그리고 저는 중학교 때부터 방학 때면 옥천에 와서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했었고요. 그때의 좋은 기억들이 갑자기 막 떠오르면서 나도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어요.

캘리: 창업을 계획하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포도밭출판사에서 만드는 책들을 따라 읽어온 입장에서 그것이 어떤 책인지 대략적으로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자 하셨는지 질문 드립니다.

최진규: 말씀드려놓고 바로 후회를 했는데요.(웃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마음으로 창업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제가 지금도 계획이 좀처럼 없는 편이에요. 그때도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없었죠. 심지어 계약한 원고도 전혀 없었어요. 좀 무모하죠.

근데 아까 말씀드렸던 하승우 선생님과 아나키즘 공부 모임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것을 실제 우리 삶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같이 고민하고 있던 터라서요. 아나키즘 혹은 협동조합 쪽의 책을 먼저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포도밭출판사의 첫 책이 『국가 없는 사회』라고 에리코 말라테스타라는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가 쓴 책 된 거예요. 그것 역시 하승우 선생님이 혼자 공부 삼아서 번역해 놓은 원고가 있던 거고요. 그걸 그냥 첫 책으로 냈어요.

불현듯(오은): 그게 출판사 등록을 하고 얼마나 지난 시기였나요?

최진규: 두세 달 후였던 것 같아요. 그걸 내놓고 또 원고가 없어서요.(웃음) 여기저기 다니면서 농사도 돕고, 일 생기면 하면서 그렇게 동네에 어울리는 생활을 하다가 관심사가 생기거나 원고가 생기면 그걸 그냥 하나씩 냈어요. 결국 지금까지도 뭔가 계획대로 해온 건 아니고요. 그냥 흘러가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오늘 이야기 나눌 책은 『뒷자리』라는 제목의 책이에요. 나오자마자 제목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희정 작가님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 때문인지 무조건 바로 읽어야겠다 싶어서 읽었어요. 그리고 역시나 좋았습니다. 뭐랄까 아주 오랫동안 이 책을 기억하겠구나 싶었거든요. 우선 이 책 어떤 책인지 대표님께서 직접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진규: 『뒷자리』를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요. 싸움의 앞자리가 아니라 뒷자리를 기록한 책인데요. 사건들의 지난 흔적을 되짚는 기록인 동시에 세상의 뒷자리에서 삶의 뒷자리를 더듬어 보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캘리: 제목이 진짜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의 큰 줄기를 가리키는 제목이기도 하잖아요. 제목 정할 때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최진규: 제목은 거의 맨 마지막 단계에서 지었어요. 일단 제목을 짓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 왔던 건데요. 여기 실려 있는 글의 성격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모두 3부로 되어있고요. 1부는 싸움이 다 끝났다고 선언하고 사람들이 떠나간 곳에 여전히 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2부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인데요. 이들이 숨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게 아니거든요. 늘 자기의 존재를 열심히 큰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고 바라봐주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표현을 하게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3부는 ‘그늘로 내몰린 사람들’이라는 제목인데요. 세상이 미적지근하게 취급하는 노동 혹은 일자리 혹은 존재들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어요.

이와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취재해서 책으로 엮고 보니까 이 이야기를 꿸 수 있는 말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 말이 대번에 떠오르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뒷자리라는 말이 떠올라서 사전을 찾아봤거든요. 보니까 흔히 아는, 앞자리가 아닌 뒷자리라는 뜻도 있지만요.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이라는 뜻도 있더라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계속 그 흔적을 쫓았구나, 하고요. 이 말을 찾아냈더니 희정 작가님도 그때서야 선명해진 거예요. 자신이 뭘 쫓았는지 말이에요. 그래서 저희 둘 다 이 말을 떠올리자마자 애정을 갖게 됐고요. 제목으로까지 삼게 되었습니다.

불현듯(오은): 현장을 취재하시고 기록하는 분이 희정 작가님이시잖아요. 그 현장이 가장 뜨거울 때, 어떤 사안이 사회적으로 많이 주목받을 때 그 현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겠죠. 그러다가 어떤 사건이 해결이 된다기보다는 또 다른 사안이 중요해져서 사람들이 이 사안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기존에 있던 사안은 잊히게 되고요.

그런 가운데 몇 년이 지난 뒤에 다시 그 자리를 찾는 마음 자체가 저는 너무 뭉클하더라고요. 대체 이런 마음을 품기까지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싶었어요. 그것은 용기도 아니고 책임감도 아니고 이 모든 것을 포용할 만한 어떤 단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대표님은 희정 작가님의 원고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 하셨는지도 궁금했어요.

최진규: 얼마 전에 북토크 행사를 했거든요. 어느 독자 분이 질문을 하셨어요. 이 책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물으시더라고요. 이 책은 출판사에서 기획한 건 아니었고요. 희정 작가님이 먼저 기획해서 집필을 시작한 책이에요.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냥 그런 기획을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책의 서문에도 나오는 내용인데요. 작가님이 자신의 정체성을,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되게 많이 하신 것 같더라고요. 싸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면 달려가서 그들의 일을 기록하고, 때로는 나의 기록이 이들의 싸움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쓰는 활동을 하지만 사실은 나도 이들을 그냥 보여주기 위해 안달하는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요. 그게 구술 노동자로서 작가님께서 하고 계신, 일에 갖게 되는 갈등 중 하나인 것 같아요. 2019년부터 많이 고민을 했던 것 같고요. 그러면서도 계속 찾아가고 계속 만나고 듣고 기록해서 『뒷자리』 같은 기록을 만들어 내신 거죠.

불현듯(오은): 그래서인지 문체도 굉장히 담담해요. 어떤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것을 잊지 않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으로 전달해 주시더라고요.

캘리: 예를 들면 “내가 쓴 글이 한순간 필요에 의해 소비된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라거나 그런 분들을 다시 만났을 때 “한껏 식어버린 지금의 나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같은 문장을 쓰셨는데요. 이 말을 책의 서두에 하는 작가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갈등했을까 싶었고요. 독자한테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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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
뒷자리
희정 저
포도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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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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