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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집인데 왜 자꾸 여기가 ‘내 집’이 아니라는 거예요?”

『즐거운 남의 집』 이윤석, 김정민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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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는 대부분 빌린 집에서 살잖아요? 그 빌린 집에서의 시간이 가끔은 즐겁지만, 가끔은 남의 집만 즐거워 보일 때가 있어서 슬프기도 하고요. (2024.03.05)

(왼쪽부터) 이윤석, 김정민 저자


사회가 상상하는 청년은 ‘원룸’에 산다. 집이 아닌 방에서 ‘자취’한다. 10만 원짜리 용달차로 이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짐, 집주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얌전한 생활, 최소한의 주거면적에서도 적당히 만족하며 사는 삶… 세상이 기대하는 청년들의 삶은 못 대신 꼭꼬핀으로 잠시 고정된 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대표적인 주거불안정 집단인 2030세대의 주거를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대변할 수 있는 90년대생 건축가 이윤석과 김정민. 세입자로서의 희로애락을 피부로 체감하는 이들이, 때론 서럽고 때로는 즐거운 2년짜리 시한부 거주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신간 『즐거운 남의 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윤석: 안녕하세요. 건축가이자 <서울은 이상한 도시>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석이라고 합니다. 책 『즐거운 남의 집』은 2030세대의 주거에 관한 에세이예요. 제 채널에서 만들던 <월세 아니면 전세> 시리즈를 보고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해주셔서 쓰게 되었습니다. 90년생으로서, 건축가로서, 2024년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등 여러 가지 정체성을 도구 삼아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 가감 없이 쓴 책입니다.

김정민: 안녕하세요, 이윤석 작가와 함께 『즐거운 남의 집』을 쓴 김정민입니다. 우리가 사는 물리적인 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집을 품은 동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저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90년대생 건축가의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 글의 형태로 담았습니다.

함께 책을 쓴다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닐 텐데요. 어떻게 이 책을 함께 쓰게 되셨나요?

이윤석: 글을 함께 쓴 김정민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월세 아니면 전세> 시리즈의 인터뷰이 중 한 명이었어요. 전 직장 동료였는데 말재주가 좋아 시리즈를 도와주십사 캐스팅했고, 책까지 함께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명이 쓰는 책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했습니다. 회의를 거듭하며 에세이는 역시 ‘읽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각자 개성이 담긴 글을 쓰되 글의 순서와 책의 구성을 통해 두 명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긴밀하게 엮어보고자 했습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편집자님의 공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한 챕터의 글도 좋지만, 한 권의 책으로 읽었을 때 더 멋진 책이에요.

김정민: 둘이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신나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윤석 씨와 저는 글쓰기 방식 측면에서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집에 대한 마음은 잘 통했는지 한 권의 책으로 읽을 때 술술 읽히는 책이 되었답니다. 제가 못 쓰는 글을 윤석 씨가 많이 써주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즐거운 남의 집』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다른 제목 후보도 있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이윤석: 『즐거운 남의 집』은 출판사에서 제안해 준 제목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논의했던 제목인데, 듣자마자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른 제목 후보는 없었답니다. 2030세대는 대부분 빌린 집에서 살잖아요? 그 빌린 집에서의 시간이 가끔은 즐겁지만, 가끔은 남의 집만 즐거워 보일 때가 있어서 슬프기도 하고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가곡이 떠올라 눈에 확 들어오면서도, 책의 내용을 중의적으로 담을 수 있는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김정민: 살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나의 집인지 남의 집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있죠. 그런 순간을 번뜩 떠올리게 하는, 정말이지 맘에 드는 제목이에요.


이윤석 저자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글이 많고, 그 안에서 두 분의 ‘다름’이 엿보이기도 했는데요. 두 분이 서로의 글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감탄하거나, ‘나랑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구나’ 했던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서로의 글을 읽으며 느낀 감상이 궁금합니다.

이윤석: 저희는 글 쓰는 일 말고도 다른 일들을 따로, 또 같이 해왔어요. 그럴 때마다 느낀 것은 우리는 서로 참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꽤나 보기 좋다는 것이었지요. 이번 책에는 같은 주제에 관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다른 내용의 이야기들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책의 심도가 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사전에 챕터 구성을 치밀하게 짠다거나 글감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는데 쓰고 보니 신기하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확실히 저희는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민: 윤석 씨의 글을 보며 ‘관찰을 많이 하고 분석을 잘 하는구나’ 느꼈어요. 책 속의 ‘체리 지옥 화이트 천국’, ‘캣타워, 별자리방, 실험실’이라는 꼭지들이 그런 관찰과 분석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 못하는 글쓰기 방식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어요. 부럽기도 하고요.

두 작가님들은 어떤 집에서 사는지 궁금해지네요. 이번엔 ‘자기’ 소개 말고 ‘자기 집’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윤석: 방배2동의 반전세 투룸 빌라에 살고 있어요. 이 근방이 최근 재개발 몸살을 앓고 있어서 주변 분위기가 다소 뒤숭숭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벌써 5년째 살고 있는 아주 편안하고 소중한 집이에요. 이 집에 살면서 좋은 일들이 정말 많았어요. 기운이 좋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저희 집을 촬영해 <월세 아니면 전세> 시리즈로 만들었는데 한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근방에서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굉장히 귀엽고 똑똑한 고양이가 출연한다는 점이에요.

김정민: 저는 용산구의 45년 넘은 오래된 건물이자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에서 5년째 전세로 살고 있는데요. 많이들 이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서 아파트의 외관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무섭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무서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스러운 저의 집이 나온답니다. 무너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 속에서 무너지지 말아라 하고 비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김정민 저자


유튜브 <서울은 이상한 도시>를 통해 집과 건축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보여주고 계시죠.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와 어떻게 영상을 찍고 올리는지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해요.

이윤석: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하나의 건축물이 지어지기까지의 시간과 과정이 너무 길고 지난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그것을 <서울은 이상한 도시>로 이루었죠. 우리가 사는 도시의 이모저모를 기록하고, 저만의 스타일로 영상을 만들어왔어요. 사실 굉장히 들쭉날쭉한 채널이에요. 소재는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하루 날 잡아 촬영할 때도 있고, 매일매일 조금씩 기록한 영상들을 모아 작업할 때도 있어요.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도와주시는 분이 있을 때도 있지만, 주로 기획에서부터 편집까지 혼자 해왔습니다. 가내수공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일이 다른 일을 불러와 글도 쓰고 전시도 하며 건축 저변의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채널예스 독자분들에게 『즐거운 남의 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소개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이윤석: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으로부터 그 이야기들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썼으니 많은 분들이 사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민: 노래방에 가면 첫 곡으로 꼭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만백성에게 고하노니 사랑하며 살지어다, 대체 무슨 일을 하관데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오” 이렇게 시작을 하면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애증의 관계인 집을 대하는 마음에도 이런 에너지가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내 집이 싫을 때도 있지만요! 감사합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이윤석

199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하루 종일 세일러문만 그리던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에서는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건축가로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 [서울은 이상한 도시]에서 건축과 도시를 주제로 영상을 제작해 왔고, 2019년부터 인터뷰 시리즈 [월세 아니면 전세]를 기획해 청년 주거의 이모저모를 기록하는 중이다. 최근 건축사무소 Various Artists and Architects를 개소해 몇 개의 공간을 만들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정민

1992년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다. 1층에 식당이 있는 집부터 아파트를 거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라왔다. 지금은 마당이 있는 집을 그리워하며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과로 진학했지만 공대는 가기 싫어 건축을 공부하게 됐고, 그게 또 즐거워 건축가로 지내고 있다. 건축만 하기에는 이 짧은 삶이 아쉬워서 ‘서울퀴어콜렉티브’에서 전시 및 출판 활동을 해왔다. 지금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도시환경을 연구하는 도시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즐거운 남의 집
즐거운 남의 집
이윤석,김정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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