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울리고 보듬어 주는 그림책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작 『홀짝홀짝 호로록』 손소영 작가 인터뷰
“아이들만의 세상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으면 했어요.” (2024.02.02)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홀짝홀짝 호로록』이 출간되었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부드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마시멜로 같은 작품”(심사평)으로, 놀이와 어울림의 즐거움을 가장 포근한 온도로 전한다. 58가지 의성·의태어만으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담아 어린이 독자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자극한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말놀이 그림책’이자 말의 의미와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서체 디자인이 돋보이는 ‘타이포그래피 그림책’이다. 다양한 말과 재치 있는 서체로 방귀 소리처럼 웃기고, 따듯하게 위로하고,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기대하게 한다. 어린이의 마음이 활짝 열리는 마법 같은 이야기로 초대한다.
『홀짝홀짝 호로록』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으로 독자분들께 소개할 수 있어 더욱 뜻깊습니다. 간단한 책 소개와 함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홀짝홀짝 호로록』을 쓰고 그린 손소영입니다. 『홀짝홀짝 호로록』은 의성어와 의태어로만 이루어진 텍스트로 고양이와 강아지, 오리 세 어린 동물이 친구가 되어 재미나게 노는 하루를 그린 책이에요.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을 더 알고 싶어 그림책을 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창작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그림책이 작가님께 가지는 의미를 말씀해 주셔도 좋아요.
학생들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서 소아청소년 정신과 선생님의 팟캐스트를 들었어요. 주로 어린이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고등학생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 방송을 통해 그림책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쉬는 동안 그림 수업을 찾아 듣게 되었는데, 선생님이 그림책 작가님이셨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10년 넘게 종사한 교직을 내려놓고 희망 반 불안 반으로 미래를 계획하던 상황이었는데, 어린이책인 줄로만 알았던 그림책이 저를 토닥거리며 말을 거는 거예요. 깔깔 웃기다가 마음 찡하게 하고 격려와 위로를 건네기도 하는 그림책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그림책이 참 고마웠고, ‘나도 살면서 좋은 그림책 한 권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겨 그림책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야기는 풍부한 의성어, 의태어로 전개되는데요. 캐릭터들의 몸짓, 표정과도 경쾌하게 잘 어울립니다. 『홀짝홀짝 호로록』의 첫 단추는 어디서 시작되었나요? 어떻게 지금과 같은 콘셉트를 구상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그림책 공부를 하는 동안 영어 그림책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책을 읽어 주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들께 쉽고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고 함께 읽어 보는 수업이었어요. 그중 아주 제한된 어휘만으로 말맛이 느껴지는 텍스트를 써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구성한 책들을 접하며 저도 그런 도전을 해 보고 싶었어요. 그 목표 가운데 하나가 의성어, 의태어만으로 텍스트를 구성한 그림책이었고요. 어느 날 자음 순으로 생각나는 의성어, 의태어를 소리 내 말해 보는데, ‘주룩주룩’부터 장면이 함께 떠올랐어요. 그 장면들을 옮겨 그린 것이 『홀짝홀짝 호로록』의 시작이에요.
이야기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 고양이, 오리는 조금씩 가까워지는데요. 함께 어울려 놀 때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이 오롯이 전해져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이들이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때에도, 편안하게 잠이 들 때도 그 곁에는 곰이 조용하고 든든하게 함께합니다. 어쩌면 곰은 어린이를 향한 작가님의 마음이 가장 많이 투영된 인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캐릭터들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양이, 강아지, 오리는 이야기를 떠올릴 때부터 생각한 동물들이에요. 제가 알고 있는 각 동물의 습성에 어린이들의 모습과 저의 상상을 더해서 성격을 부여했어요. 동작이나 표정은 그걸 바탕으로 나왔어요. 외양을 지금의 모습으로 그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한동안 헤매다가 선배 작가님의 조언을 따라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 속 고양이를 찾아 백 장을 모사해 본 뒤에 지금의 고양이가 나왔어요. 강아지와 오리는 처음부터 눈을 덮은 긴 털과 뾰족 튀어나온 두 가닥 머리털이라는 특성을 설정해 놓아서, 고양이를 그릴 스타일을 찾은 뒤에 비교적 수월하게 캐릭터를 잡은 것 같아요.
이야기 속에서 어른 캐릭터의 등장은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피너츠』나 『톰과 제리』에서처럼 아이들만의 세상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처음에는 사람으로 표현했다가, 사람의 개입도 빼고 싶어서 곰으로 바꿨어요. 곰은 아이들이 올려다보는 어른처럼 크고, 무섭기도 한 동물이니까요. 표정이 드러나지 않은 대신 집안의 물건들을 활용해 꽃과 음악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면과 아이들을 아끼는 다정한 면을 표현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과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을 알려 주신다면요?
모든 장면에 애착이 가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첨벙’ 장면을 꼽고 싶어요. 젖거나 더러워지는 것 걱정 않고 웅덩이가 있으면 꼭 발을 담가 보아야 하는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모험심이 좋아요. 저도 어릴 땐 그랬을 텐데 지금은 땀 조금 나는 것도 찜찜해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강아지가 오로지 본능에 충실해 연못에 뛰어들고 물이 ‘첨벙’ 큰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르는 장면을 상상하며 그릴 때 대리만족을 했달까요, 쾌감이 느껴졌어요.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장면은 ‘버럭’이에요. 크게 화를 내는 장면이니 글자를 크게 그려야겠는데 동물들과 어떻게 배치를 하는 게 좋을지, 고양이의 화난 표정과 몸동작은 어떻게 표현하면 재미있을지 고민하며 가장 많이 스케치를 했던 장면이에요.
친구가 된 주인공들은 결말에서 코코아를 ‘홀짝홀짝 호로록’ 마시면서 하루를 따듯하게 마무리해요. 작가님의 하루에 마침표를 찍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루를 마친다는 의미에서만 이야기하면 ‘스르르’가 될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는 ‘홀짝홀짝 호로록’ 장면에 담으려고 했던 감성을 생각해 본다면 ‘뉘엿뉘엿’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수고한 하루의 끝에 빨갛게 저물어가는 해와 아름답게 물든 하늘을 가만 보고 있으면 지치고 고단한 마음이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아, 물론 해가 진 후에도 수고가 계속되는 날이 더 많지만요. ^^)
어떤 독자에게 『홀짝홀짝 호로록』을 건네고 싶은가요? 구상 중인 다음 작품이나 최근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릴 때는 뛰는 것만으로도 놀이가 되고 흙만 가지고도 재미있게 놀 수 있었는데, 크면서 노는 법을 점점 잊어버리게 된 것 같아요. 이 책은 노는 게 제일 좋은 어린이와 놀 시간을 점점 공부에 뺏기고 있는 어린이, 저처럼 노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에게 건네고 싶어요. 같이 놀자고요!
지금은 유머가 담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앞으로 다른 방식으로 말맛을 느낄 수 있는 책도 만들어 보고 싶고요, 『홀짝홀짝 호로록』의 다음 이야기도 해 보고 싶어요. 그림책이 저에게 그랬듯 웃기고 울리고 토닥이고 보듬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손소영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했고 지금은 그림책을 짓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사막여행』이 있고, 『홀짝홀짝 호로록』으로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는 모두가 신나게 놀고 따뜻하게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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