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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작가가 이야기를 고민한다면, 스토리 PD는 그다음을 생각한다”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72회)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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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12.21)


불현듯(오은): 4주 만에 돌아온 불현듯입니다. 안녕하세요.

캘리: 오랜만에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만나니까 너무나 반갑습니다.

불현듯(오은): 저도 그래요.(웃음)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안전가옥 출판사의 신지민 PD님입니다.

신지민: 안녕하세요. 안전가옥에서 스토리 PD로 일하고 있는 신지민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너무 떨고 있습니다.(웃음)

불현듯(오은):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백승화 감독님이자 작가님의 소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라는 책입니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백승화 저 | 안전가옥


 

불현듯(오은):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시리즈인가요?

신지민: 안전가옥을 아마 이 시리즈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저희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제일 잘 팔리는 시리즈이기도 한데요. 시리즈 중 하나인 조예은 작가님의 『칵테일, 러브, 좀비』라는 책으로 안전가옥을 알고 계신 분들도 많아서요. 아무래도 이 판형이나 쇼-트 시리즈가 익숙하실 것 같아요.

안전가옥은 신진 작가님들과의 작업 기획을 초반부터 많이 해왔어요. 그러면서 그런 작가님들과 단편집을 만들거나 경장편 소설을 만들 때, 한 권에 가볍게 담아보자 생각하며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하철 같은 데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길 바랐죠.

사실 저는 시리즈가 만들어진 뒤에 입사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선배님들로부터 전달받았어요.(웃음) 어쨌든 신진 작가님들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디자인이나 컨셉을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이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캘리: 책 뒤에 보면 시리즈로 출간된 책의 목록이 나와 있잖아요. 보니까 저도 이 시리즈의 작품들을 꽤 읽었더라고요. 전자책으로도 읽은 것도 있고요. 손이 가서 서점에서 집어온 그런 책들도 있는데요. 배예람 작가님의 『좀비즈 어웨이』는 제가 <어떤,책임>에서 소개한 적도 있죠. 진짜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들 만날 수 있는 시리즈라 저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합니다.

불현듯(오은): 일단은 올해 있었던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안전가옥 부스가 그야말로 도서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일컬어지는 곳에 위치해 있었거든요. 도서전 끝나고 나서 어떤 후기 같은 것도 있었는지 궁금해요.

신지민: 올해는 부스를 ‘장르 상점’이라는 컨셉으로 했어요. 전 직원이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직원이라는 컨셉트으로 다같이 분홍색 앞치마를 하고 있었죠. 그 앞치마에다가 여러 뱃지 같은 것도 주렁주렁 매달고요.

캘리: 저는 기억에 남는 게, 최근의 신기한 변화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시는 분들의 연령층이었거든요. 관람객의 연령층 중 젊은 분들이 굉장히 많아서 놀랐고요. 책이 일종의 굿즈처럼, 그리고 물성을 체험하는 것으로 많이 즐기게 됐구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와중에 안전가옥 부스가 너무나 그 흐름과 잘 맞는 거예요. 그런 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딱 맞아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흐름을 잘 읽고 계셨던 것 같아요.

신지민: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는데, 자꾸 도서전의 ‘출판계의 러시 직원’이라는 소문이 돌았어요.(웃음) 사실 전 직원의 성격이 꼭 그런 건 아닌데요. 그 자리에서 있는 힘껏 팔아보겠다는 마음도 좀 있었던 것 같고요. 스토리 PD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작업한 책을 더 많이 팔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거의 호객 행위 하듯이 “뭐 보러 오셨어요?” “뭐 찾으러 오셨어요?” 하면서 책을 추천해 드리기도 했어요. 저희 대표님은 도서전 기간에 검색이 일상이었거든요.(웃음) 한창 검색하셨을 때 안전가옥이 추천 맛집이다, 출판계의 러시다, 이런 얘기들을 발견하시고 되게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불현듯(오은): 다시 쇼-트 시리즈로 넘어오겠습니다. 이 시리즈는 뭔가 영상화를 염두에 둔 작품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오늘 얘기할 작품인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같은 경우도 각 장마다 펼쳐지는 공간적인 배경이 달라진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로 따지면 시퀀스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런 걸 염두에 두고 이 쇼-트 시리즈를 기획하신 건지 궁금했습니다.

신지민: 안전가옥에서 만드는 책들은 쇼-트 시리즈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작품들이 영상화뿐만 아니라 책 외에 다른 2차화를 고민하긴 해요. 그러다 보니 작가님들은 그 이야기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저희 스토리 PD들이 그 다음을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맞춰가는 과정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쇼-트 시리즈는 더 짧으니까 그 짧은 이야기 안에 인상적인 장면이나 이런 걸 좀 남기려고 하는 편이고요.

캘리: 그걸 작가님이 집필하는 과정에서 PD님이랑 같이 상의를 하시는 건가요?

신지민: 프로세스가 있기는 해요. 모든 작가님들과 동일한 프로세스로 진행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요. 기본적으로는 시놉시스를 먼저 짜고 원고를 씁니다. 장편 같은 경우에는 트리트먼트를 써보고 원고를 쓴다는 식의 단계를 좀 만들어놓고요. 단계별로 저희가 작가님과 일종의 리뷰 미팅을 진행해서 필요한 내용들을 같이 고민을 하는 시간들이 있어요.

아주 크게는 작가님이 이야기하고 싶은 테마에 대한 공유가 분명히 있어야 하고요. 그 테마에 서로 어느 정도 맞춰졌다고 하면 그 다음 단계에서 저희가 고민하는 것은 세계관이 잘 설정되어 있는지, 캐릭터가 매력적인지, 그리고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에요. 이런 것들을 작가님하고 많이 이야기하면서 가고 있어요.

캘리: 그러면 오늘 얘기할 『성은인 냥극하옵니다』에서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재미있었던, 들려주실 만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신지민: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출발점 자체가 원래 작가님이 가지고 있었던 영화용 트리트먼트였어요. 사실 백승화 작가님이자 감독님과는 건너 건너 아는 사이였는데요. 제가 안전가옥에 들어오고, 감독님이 소설 작품을 쓰기로 했다는 얘기가 공통의 지인에게 들어가면서 함께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 해서 만나게 됐죠. 그때는 사실 장편 소설을 작업 중이었는데요. 어느 날 은근히 오시더니(웃음) 제작사에서 한 번 썼다가 갖고 나온 건데 한번 읽어보겠냐면서 트리트먼트 주시더라고요.

그때 저는 읽고서 바로 계약을 하고 싶었어요. 두 분도 읽어서 아시겠지만 되게 유머러스한 작품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너무 나만 좋아하는 취향인가 하는 고민이 들어서요. 저희 팀원들한테 한 번 읽어봐 달라 부탁을 했는데요. 다들 재미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약을 했고, 이 작품을 되게 금방 작업하셨어요.

불현듯(오은):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팩션’이라고 불리는 장르잖아요. 정말 오랜만에 팩션을 읽으면서 팩션만 가질 수 있는 모종의 즐거움을 느꼈어요. 완전한 사실은 아닌데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굉장히 솔깃하더라고요.

캘리: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작품에 담긴 약간의 어긋남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변빈’이라는 주인공 ‘변상벽’의 형이 있는데요. 주인공은 서얼이고, 변빈은 적자예요. 안 그래도 신분 차이가 있는데 변빈은 너무 또 잘난 거죠. “5세 때 사서삼경을 모두 외워 고을에 플래카드, 아니 방문이 붙을 정도로” 이런 문장이 있잖아요. 이런 대목을 읽을 때 약간의 해방감이나 희열 같은 게 있더라고요.

신지민: 작가님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걱정을 하시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정통 사극의 말투를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분들이요. 그런 고민을 하실 때 저는 그냥 편하게 쓰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지금 현대의 사람이 말해준다고 생각하고 쓰시라고요.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나 그밖에도 지금 저희가 알면 웃을 것들 말들이 책 속에 많이 있잖아요. 팩션이긴 하지만 이렇게 텍스트의 다른 면을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점에서 저도 되게 매력적인 원고라고 생각했어요.

불현듯(오은): 어쨌든 역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에는 늘 고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사실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인데요. 이 작품은 거기서 한껏 자유로워진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이 작품은 여기에 등장하는 ‘김시민’이라는 사람이 지은 「금묘가」라는 시에서 출발을 한 거잖아요. 그게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요. 작가님은 그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를 짐작하면서 이 소설을 쓰셨을 텐데요. 문헌을 찾아보고 여백이 많으니 상상력으로 채워야겠구나, 라고 다짐하고 쓰셨을 백승화 작가님의 고투도 그려지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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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이 냥극하옵니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백승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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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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