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드는 정보라 환상 괴담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작가 정보라 서면 인터뷰
종교적인 기도문을 비틀어서 소설 안에서 타인의 고통을 빨아먹으며 존재하는 기생충들에게 내리는 저주의 주문으로 삼았습니다. (2023.11.30)
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2023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가 두 번째 환상문학 단편선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단편선 『아무도 모를 것이다』가 신화와 설화, 역사와 환상을 교차하는 작품들을 담았다면, 신간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욕망과 두려움의 세계를 다룬 초기작 열 편을 공들여 선별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드는 정보라의 환상 괴담은 ‘보라 월드’로 입장하는 또 하나의 문이 될 것이다.
작가님의 초기 작품을 모은 환상문학 단편선 두 번째 책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가 출간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알려주세요.
책이 출간되면 항상 기쁘기도 하지만 쑥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표제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자’들에게 던지는 섬뜩한 경고와도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제목부터 굉장히 강렬했는데요.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라는 문장은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또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종교적인 기도문을 비틀어서 소설 안에서 타인의 고통을 빨아먹으며 존재하는 기생충들에게 내리는 저주의 주문으로 삼았습니다. 표제작 자체는 신문에 오르내렸던 여러 사건을 합쳐서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폭력에 관해 여러모로 생각해볼 지점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감염」에선 폭력이 벗어날 수 없는 본성인 것처럼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이 세상의 폭력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인간이 폭력을 다스리는 일이 가능할까요?
가능하거나 불가능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이 폭력을 다스리지 않으면 폭력이 인간을 다스리게 됩니다. 폭력을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폭력을 쓰는 사람 본인은 자신의 폭력성에 무감각해집니다. 이 점을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죽은 팔」에서 가부장적인 남편이 잔소리를 하고 이웃들이 집으로 우르르 몰려와 고사를 지내는 가운데, 죽은 팔이 둥둥 벽을 두드리는 장면이 기괴하면서도 머릿속에 그려져 고통스러웠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과연 ‘죽은 팔’은 왜 그곳에 있었던 것일까요?
집주인이 깜빡 잊어먹고 갔겠지요… (한숨)
「전화」에서는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망자의 입장에서 풀어내셨는데요. 「전화」 속 정호준처럼 죽은 뒤 전화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작가님은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으신가요?
나쁜 놈들(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한테 전화해서 곧 저승사자가 너 잡으러 간다고 위협해주고 싶습니다. (으르렁)
해외 일정이 많으셨다고 들었는데 올해 굉장히 많은 책이 나왔어요. 어떻게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다작하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님의 에너지원은 무엇인가요?
마감을 지켜야만 한다는 강한 의지로 쓰고 있습니다. (단호)(비장)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독자님들에게 한 말씀 해주실 수 있나요?
여러분 독감 예방주사 맞으세요! 건강하고 안전한 연말연시 되시기 바랍니다.
*정보라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예일대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F와 환상문학을 쓰기도 하고 번역하기도 한다.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단편 「씨앗」으로 제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선정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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