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아홉 번째 소설선, 김지연의 『태초의 냄새』가 출간되었다. 2023년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갑자기 후각을 잃어버린 K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기억의 냄새들이, 일상 속 주변의 모든 것이 악취로 변하는 불가해에 압도당한 인물의 초상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님의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참 많았습니다. 과작이다 싶으신데 『태초의 냄새』 마감을 한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안녕하세요. 김지연입니다. 새 책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책이 나오고 나면 좀 들뜨기도 한데 바로 다음으로 해야 할 일들이 밀어닥치기 때문에 얼른 진정하고 다음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태초의’가 주는 뭔가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작가님이 왜 이런 제목을 지으셨을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어떤 이유였을까요?
이번 소설의 경우 제목은 맨 마지막에 정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이 소설을 출발하게 했던 다른 제목이 있었지만 써나가다 보니 그 제목과는 더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소설 속 등장하는 할머니와의 삽화에서 '태초의 냄새'라는 제목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한 개인에게 최초의 냄새의 기억은 어떤 것일까, 또 최후의 기억은 무엇이 될까를 생각하면서 쓰기도 했는데 다 쓰고 나니 이야기를 완전히 닫기보다 새로운 이야기가 출발된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해서 '태초의'라는 수식어를 썼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코로나에 한 번 이상 감염되었는데, 작가님도 그러시지요? 여러 증상 중 후각을 잃는 것으로 중심을 잡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혹시 작가님도 이 소설처럼 후각을 잃으셨었나요?
저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답니다. 유행 초기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근육통을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어서 그때 코로나에 걸렸던 건 아닌지 의심해본 적은 있지만요. 몇 달 전엔 밤에 잠 못 들 정도로 기침이 계속 나왔어요. 드디어 코로나에 걸렸구나 싶어 검사를 받았지만 후두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전에도 가벼운 감기 기운이나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을 때, 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싶어 열심히 증상을 찾아보곤 했었어요. 그때 후각을 잃은 사람들, 코로나에서 회복된 후 악취를 맡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것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고요. 유령 냄새라는 표현도 실제 사용되는 용어에서 가져왔습니다.
핀 시리즈 내시고 나면 유독 후속편을 쓰시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분량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혹시라도 『태초의 냄새』 후속편을 내고 싶으시다면 어떤 부분을 더 추가하고 싶으세요? 그 이유는?
저도 아쉬운 점이 많이 생각나는데요. 조금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무당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코로나에 걸린 고등학생과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요. 그리고 K와 P는 함께 악취가 나는 장소들에 대한 지도인 유령 지도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그 과정을 제대로 그려보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 아쉬운 것들에 대한 목록은 한없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요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K와 P, 그리고 S가 주축 인물입니다. 그러다 중간에 짓다 만 건물에서 만난 고등학생이 꽤 많은 분량 등장합니다. K는 낯선 ‘그 아이’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줍니다. 방역 수칙을 어긴 자기의 행위를 덮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겠지만, 뒤로 갈수록 뭔가 다른 진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를 통해 전하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있으셨나요?
사실 소설을 쓸 때는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떠올리기보다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자... 라는 마음이 앞설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그렇고 소설 속 인물들 서로서로에게도 그렇고요. 이 이야기에서 소년을 등장시킬 때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두 사람은 삶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삶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거의 없는데 그런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K가 그 소년에게 연민을 느낀 것은 소년에게서 다른 유약한 존재들이 풍기는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훗날 혼돈의 이 시대를 회상할 때 이 작품을 같이 떠올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요즘은 소설을 쓸 때마다 뭔가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늘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을 쓸 때도 그랬던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2019년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이상하게 저에게는 무척 빨리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그사이 벌어진 일들을 아직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소개할 때 편집부에서 '불가해에 압도당한 인물'이라는 문구를 써주셨는데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많은 사람이 느낄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시절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지, 살아가야 할지를 저마다 그려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49권째 출간되는 핀 시리즈에 합류하셨습니다. 처음에 핀 시리즈 나올 때 긴 중편 분량의 소설 시리즈가 시장에서 성공한 적 없어 시리즈 생명력에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롱런 중이고... 실제 참여해 보신 작가의 입장에서 중편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독자의 입장에서도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단편으로는 좀 아쉽고 장편은 읽기 부담스러울 때, 손이 가는 것 같아요. 호흡을 끊지 않고 단번에 읽기 좋고요. 쓰면서 좀 아쉬운 부분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저도 즐기며 썼습니다. 독자분들도 즐겁게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연 2018년 단편소설 「작정기」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12회, 제13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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