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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시선으로 마주하는 '그냥의 사랑'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정지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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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안내하는 사랑의 여러 형태와 빛깔을 마주함으로써, 사랑을 알고 싶거나 사랑에 상처받았거나 사랑하고 싶은 독자에게 어른의 사랑을 안내할 것이다. (2023.02.07)

정지우 저자

'사랑'의 의미를 물어보면, 대부분 대상을 아끼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사랑은 '좋아하는 감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 이는 상대에 대한 마음을 욕망, 관조, 집중, 집착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한다.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표현 방식의 차이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기도, 상처받기도 한다. 저자는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에서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통찰하여 사랑의 핵심을 파고든다. 따뜻한 시선과 인문학적 통찰로, 저자가 안내하는 사랑의 여러 형태와 빛깔을 마주함으로써, 사랑을 알고 싶거나 사랑에 상처받았거나 사랑하고 싶은 독자에게 어른의 사랑을 안내할 것이다.



2021년 봄 『너는 나의 시절이다』 출간 이후 약 2년 만에 도서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셨어요.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인문학 분야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청춘 인문학』이라는 치기 어린 책을 쓰면서 집필 활동을 시작했지요. 그 뒤로도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분노사회』나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처럼 사회 비판적인 책도 써보고, 『고전에 기대는 시간』이나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처럼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들도 써보았습니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가 저의 첫 사랑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하게 된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사랑을 탐구해본 인문학책입니다. 사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것을 저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죠. 제가 쓴 책 중에서 공을 많이 들이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랑은 제게도 중요한 화두이고, 많은 인문학자나 문인에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주제인 셈이죠.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는 철학,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등장하는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대문호들이 작품에서 표현하는 사랑과 영화 <라라랜드>, <내 사랑>, <옥자> 등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형태까지. 듣기만 해도 정말 흥미로운데요. 저자님이 이처럼 사랑을 깊이 탐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쓰고, 또 쓰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사랑은 저에게 너무도 중요하고, 인생의 핵심이라 할 만한 것이고요. 사랑에 관한 인문학책은 20대 때부터 줄곧 쓰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도 10년쯤 전부터 생각해둔 것이었죠. 한때는 사랑에 관한 책을 쓰려고 관련 인문학책을 가득 쌓아두고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 봐도 사랑에 관해서는 도무지 쉽게 글이 써지질 않더군요. 그만큼 사랑을 잘 안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 10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사랑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건, 이제는 사랑에 대해 말할 때도 되지 않았나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사랑에 대해 잘 안다거나, 사랑을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랑은 여전히 어렵고, 비로소 안다고 믿었다가도 또 다음 순간엔 모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사랑에 대해 써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이제는 '모르더라도 써야 한다'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렇게 더 알아가야만 한다고 느꼈어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다른 걸까요?

사랑을 정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너무 다르고, 사랑 자체에도 정말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좋아함'과 구별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죠. 또 누군가는 연인, 가족, 반려견, 친구, 연예인에 대한 사랑을 모두 같은 것이라 보고, 누군가는 다른 것이라 보기도 해요. 그런데 만약 '좋아함'에서 '사랑'으로 건너가는 지점, 그러니까 도약하는 지점이 있다면, 저는 일종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고, 말하고, 계속 결단함으로써 그를 더 사랑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당장 매일 보는 이성 친구에 대해 속으로 '혹시 내가 얘를 사랑하는 걸까?'라는 질문만 던져도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연인과 크게 다툰 뒤 연인이 너무 미울 때도, '그래도 사랑하긴 해'라는 말 한마디만 서로 주고받아도 사랑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규정하고, 계속해서 결단할 때 사랑으로 남아 있을 수 있어요. 물론, 이것도 사랑에 대한 하나의 견해에 불과합니다. 이번 책에서 인용한 학자 중에서는 '알랭 바디우'의 사랑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에는 사랑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무엇이 '나의 사랑'에 가장 가까운지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겠네요.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집필하는 과정에서 저자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쓰기 전과 후, 사랑을 바라보는 저자님의 관점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저에게는 이례적일 정도로 집필 기간이 긴 책이었습니다. 그 몇 년간 사랑의 모습도 끊임없이 변하더군요. 아내랑도 알콩달콩 지내다가 다투거나 시큰둥해지기도 했고, 그러다 또다시 꼭 붙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아이까지 있으니, 어느 시점에는 아이가 너무 좋았다가 아내가 더 좋기도 했다가, 변화를 계속 겪었죠. 둘의 관계, 셋의 관계도 계속 변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그 당시의 고민이랄 것들이 상당수 반영되어 있습니다. 책을 최종적으로 다시 보면서 교정할 때는 약간 오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아내와 다투고 방에서 혼자 책 교정을 보고 있는데, 사랑에서는 자기방어를 내려놓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저 자신이 써놓은 구절이 있더군요. 그 글을 읽으면서 어찌나 찔리던지, 슬며시 안방으로 가서 아내한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사랑에 대한 관점은 계속 변하고 있어요. 어쩌면 고정된, 사랑에 대한 완벽한 가치관 같은 건 누구도 가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 책에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믿고 있지만, 10년 뒤에는 책의 분량이 두 배로 늘어날지도 모르죠. 그때까지도 제가 계속 사랑하고 있다면요.

책 속에서 ‘사랑은 범주를 부수는 일’이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랑은 불시에 찾아와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가치관을 뒤흔들곤 하지요. 사랑은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지게 되는 걸까요?

얼마 전 읽은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이라는 소설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를 구하는 것은 언제나 우연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떤 사람이다.' 

이 구절이 참으로 인상 깊어서 따로 메모를 해뒀지요. 이상한 일입니다. 왜 우리를 구하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이를 사랑하다 보면 가끔 구원을 받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너무나도 순수하고 연약한 그 존재가 주는 마음의 울림이 현실의 짐을 모두 몰아내고, 환영같은 세계로 나를 인도한다고 느껴요. 그 세계 속에서는 개미 하나도 궁금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조차 아름답죠. 그러나 아이는 지난 30년간 내가 전혀 몰랐던 사람입니다. 우연처럼 삶에 떨어졌죠. 그런데 이 존재가 저를 구원한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연인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이해받으면서, 또 그 사람이 새로운 삶을 열어주면서, 우리는 더는 과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그냥 사랑하면 된다는 걸 깨닫죠. 이 '그냥'이라는 느낌이 주는 위안이 때론 너무나도 큽니다. 나도 '그냥 나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나도 그냥 사랑해도 되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녹아내리고, 부서져 내리고, 구원받았다고 느끼죠.

제 생각에 우리가 그렇게 벼락처럼 떨어진 누군가에 의해 구원받는다고 느끼는 건, 그만큼 우리가 '잘 갇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폐쇄적이고 방어적으로 되어버립니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거나 이해해줄 수 없을 거라 느끼죠. 그런데 사랑은 그 폐쇄된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속삭이죠. 너는 그렇게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고요.

하지만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사랑의 힘은 나날이 약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쉽게 사랑을 주기가 어려운 세상인데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사랑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요?

세상 모든 게 그렇듯 사랑에서도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한 번이라도 깊은 사랑을 나누어본다면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것을 이어가고 싶어지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에 열려 있을 필요가 있고, 약간의 기회들을 찾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마음 졸이고,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랑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도 생기지 않을까요? 나아가 이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면,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분에는 물과 햇빛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사랑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시간을 쓰면 쓸수록 사랑은 더 소중해지고, 더 지키고 싶은 것이 되어가죠. 그러므로 사랑을 지키고자 한다면 먼저 그것을 경험하기 위한 시간을 써 보세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랑'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세요.

그런 맥락에서 사랑은 '내가 쓴 만큼의 마음과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상이 배우자든, 아이든, 반려견이든, 우리는 마음과 시간을 쓴 만큼 그것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어갑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정지우

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변호사. 고려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소설을 쓰다가 인문학책을 썼고, 최근에는 진솔한 일상과 담백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를 써왔다.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는 독자는 물론,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극이 되고 있다. 문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넓은 스펙트럼에서, 언제나 혐오와 차별을 경계하는 균형 잡히고 따뜻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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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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