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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본격 출간!

『대장장이 왕 2』 허교범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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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자는 이전과 다르게 보는 능력이며, 이를 획득했다는 것은 생각하는 이성의 힘을 넘어 감성의 힘까지 얻음을 뜻한다. 새로운 문자를 획득한 에이어리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에이어리다. (2023.01.27)

허교범 저자

지금과 같은 인류는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허교범 작가는 수많은 신화와 상징, 성서의 모티프를 엮어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대서사시를 완성했다. 『대장장이 왕 1』은 이 대서사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에이어리가 신전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 1편에 이어, 『대장장이 왕 2』에서는 에이어리가 용 크릉흥다르흐를 만나기까지의 여정과 새로운 문자를 획득한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 새로운 문자는 이전과 다르게 보는 능력이며, 이를 획득했다는 것은 생각하는 이성의 힘을 넘어 감성의 힘까지 얻음을 뜻한다. 새로운 문자를 획득한 에이어리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에이어리다. 열여섯의 에이어리가 새로운 문자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망설이면서도 용기를 내어 미지의 공간으로 한 걸음 내딛었기 때문이다. 판타지는 언제나 누군가의 성장을 다루는데, 이 작품에서 그 역할은 아무래도 에이어리에게 주어진 것 같다. 에이어리가 대장장이 왕이 된 것은 출발에 불과했다.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며 성장을 시작한 에이어리를 만나본다.



청소년책에서 흔치 않은 강렬한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대장장이 왕 2』가 나온 소감과 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이렇게 표지가 아름다운 책을 내게 되어서 기쁩니다. 제가 태어나서 아직 만 권의 책은 읽지 못했지만 만 권의 표지는 훑어보았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표지가 아닐까 싶어요. <대장장이 왕> 시리즈는 제가 20년 넘게 구상했던 책이기도 하고, 나오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책을 처음 만져 봤을 때 뭉클한 감정이 솟아났어요. 처음 책을 냈던 날을 빼면 이후로는 좀처럼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고 무덤덤해져 있었거든요. 대장장이 왕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아니라 다른 공간의 다른 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신의 힘을 얻게 된 젊은이의 모험담입니다. 그렇다고 그 힘을 바탕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주인공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게 주가 되는 내용입니다.

작품의 정서가 요즘 많이 접할 수 있는 힐링 서사류의 청소년 문학 작품들과 많이 달라 놀랐습니다. 단편 작품 한 편도 읽어내기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어떻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 방대한 판타지 서사를 쓰기로 결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람을 위로하는 데는 별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서 말씀하신 종류의 책은 도무지 쓸 수가 없어요.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즐기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이 제게는 신념과 비슷합니다. 이야기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풍겨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장르나 길이나 목적을 고려하기 전에, 제가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으면 여러 제약을 뚫고 그저 재미있게 읽어 줄 사람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평생 쓴 책의 목록에 반드시 대장장이 왕, 이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어요. 덜 거창한 이유를 대자면 추리 소설을 쓰는 일을 잠시 쉬고 싶었고요. 20년 넘게 묵힌 이야기를 얼른 머릿속에서 치워 버리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더 준비되면 쓰겠다고 뒤로 미루는 방법도 있었지만, 언제라도 제가 충분히 준비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요.

<대장장이 왕> 시리즈에는 상상하기 버거울 정도의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인물 한 명 한 명의 서사가 촘촘히 엮여 하나의 커다란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독자로서는 이 여정을 목격하며 굉장한 쾌감을 느끼지만, 작가님께서는 이렇게 창작해 내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가장 어려웠던 것은 『대장장이 왕 1』의 최초 원고를 만들던 시절이었는데요. 그때는 특별한 효과를 내기 위해 한 문장이 서른두 글자를 넘지 않도록 길이를 조절하고 한 문단이 네 문장을 넘지 않도록 조정했거든요. 비계 없는 살코기처럼 씹기가 상당히 퍽퍽해서 어쩔 수 없이 문장의 길이 제한을 없애고 더 말랑한 원고를 다시 만들었어요. 대신 지금도 그때의 유산이 남아 있는데 모든 문단은 네 문장 이하로 구성되어 있지요. 혹시 실수로 네 문장을 넘은 곳을 발견하신다면 저에게 따로 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짜면서는 막상 크게 고생하지 않았어요. 제가 전능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려고 든다면 많은 톱니가 어긋났겠지만, 구경꾼처럼 시간과 장소를 바꾸어 가며 일어나는 일을 따라가기만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알아서 잘 흘러갔거든요.

<대장장이 왕> 시리즈는 '판타지'라 쓰고 '철학'이라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를 원초적 진실의 세계로 이끄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텍스트의 미묘한 맛을 음미하며 숨겨진 코드를 찾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어 무척 흥미롭고요. 작가님께서 작품 속에 숨겨 두었지만 독자들이 이 부분은 꼭 알아차려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내용이 있을 것 같은데 관련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한때 소위 말하는 장르 소설에 대해 멋대로 생각한 내용이 있는데, 추리 소설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을 다루고, 판타지 소설은 인간의 현재를 다루고, 과학 소설은 인간의 미래를 다룬다는 것이었어요.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고 우리가 사는 땅과는 동떨어진 세계와 시간을 배경으로 삼는데 그런 장치들이야말로 지금 여기에 관해서 말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마련해 주죠. 그러니까 원하신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생각해 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깊은 의미를 찾아내실 수도 있어요.

판타지 소설은 흔히 명확하게 구별되는 선과 악의 싸움을 다루지만, 저는 제가 다루는 인물 중 누구를 선으로 대우하고 누구를 악으로 다룰지에 대해 확정된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악역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의 욕망에 공감하기도 하고, 독자들이 우리 편이라고 판단할 인물의 위선에 고개를 돌릴 때도 있어요. 이 소설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대립을 주된 갈등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문제를 단순하게 쪼갤 수 없는 덩어리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어요.



가난한 고아였지만 대장장이 왕이 되는 주인공 에이어리, 가족에게 버림받은 존재였으나 에이어리의 단짝이자 호위 무사로 활약하는 데스커드, 이방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줄곧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었으나 자신만의 용맹함으로 마을의 우두머리가 되는 모제스, 남성 인간 중심 사고에 갇힌 마을에서 별다른 존재감 없이 사는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건강하고 강인한 여성인 투란까지. 이 작품에는 줄곧 약자였으나 새롭게 목소리를 부여받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 중 작가님의 마음이 많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이유는요?

저는 이 이야기에서 상당히 많은 인물에 공감하고 있어요. 앞에서 선과 악을 쉽게 나눌 수 없었다고 말씀드린 것도 그들이 가진 사상에 상관없이 매력을 풍기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죠. 요새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서는 아무 가치도 찾을 수 없다는 극단적인 의견이 유행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나와 대립하는 사람에게서 멋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주인공 에이어리를 빼고도 주인공처럼 보이는 사람이 여럿 있는 것도 다양한 인물에 대한 애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주인공은 에이어리가 맞고 제가 그 마음을 가장 세심하게 살피는 인물도 에이어리지만요.

예시로 들어주신 인물 밖에서 제가 좋아하는 의외의 인물을 뽑자면 대장장이 왕 1권 시점의 황제입니다. 이 사람은 욕망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고 그 열망에 자기의 몸을 양초처럼 바싹 태우느라 살도 찌지 않는 사람이죠. 심지어 1권에서는 에이어리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솔직한 악당의 욕망을 무조건 미워하지 못하겠어요. 그래서 황제가 등장하는 부분을 쓸 때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경쾌하게 이어집니다.

곧 『대장장이 왕 3』이 출간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루게 될지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마다 열다섯 장으로 구성이 되니까 3권이라면 45장까지의 이야기인데, 그 부분이 어디쯤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가 없어서 원고를 다시 들여다봤어요. 지금 쓰고 있는 것은 73장이거든요. 3권은 이 책 전체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루 도인 땅에 사는 루 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거든요. 드디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3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이어리는 역시 별다른 활약은 하지 않겠지만 나름대로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할 겁니다. 물론, 한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새로운 땅으로 가게 될 거예요. 에이어리와 여행을 함께할 뜻밖의 사람이 나타날 거고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빼먹었는데 3권에서는 작은 전쟁도 시작될 겁니다. 이 정도면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말한 것 같네요.

『대장장이 왕 1』 출간 시에 후속권 언제 나오냐는 독자들의 문의가 상당했고, 2권도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후속권 출간에 대한 문의가 많아 출판사에서 온라인 서점 도서 설명 페이지에 후속권 출간 예정일을 밝혔다고 알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후속권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이 크기 때문일 텐데요.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이 작품과 호흡을 같이 하며 긴 시간 함께하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읽어 주시는 분들은 제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 세계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시는 분들일 텐데요. 제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제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활자로 옮긴 것들에 웃고 울고 감동했다고 말씀해 주시는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이야기는 즐기는 사람이 없으면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쓰는 책들은 제 마음속 주장을 설파하거나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보다는 즐거움을 우선으로 삼습니다. 

그렇다고 말초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고요. 지혜로운 독자라면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훌륭한 철학을 구성할 재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대장장이 왕의 이야기는 이미 제 머릿속에서 끝까지 흐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이 거창한 시작과 대비되는 맥없는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읽어서 그 결착을 직접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허교범

198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여 중학교 1학년 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대장장이 왕 2
대장장이 왕 2
허교범 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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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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