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황금펜상 수상작, 김세화의 「그날, 무대 위에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 제16회』 김세화 작가 인터뷰
연극은 '현실을 예리하게 표현한 허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는 '현실과 허구를 오간다'고 생각했습니다. (2023.01.20)
2022년 황금펜상 수상작으로 김세화 작가의 「그날, 무대 위에서」가 선정되었다. "범행을 저지른 심리적 동기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서사적 답변"이라는 심사평을 받은 이 작품은 자살을 예고하고, 소극장 연극 무대 위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 남자 배우와 그를 사랑한 여자들을 그린 정통 미스터리다. 이와 함께 한새마의 「마더 머더 쇼크」, 박상민 「무고한 표적」, 김유철 「산」, 홍정기 「무구한 살의」, 정혁용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소녀」, 박소해 「겨울이 없는 나라」 6편이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 제16회』가 출간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한국추리문학상에서 상 3개를 받으셨습니다. 황금펜상 수상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을지 궁금합니다.
2019년 가을, 단편 추리 소설 「붉은 벽」으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을 때 저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공식적으로 추리 소설가가 된 것이죠. 2021년 장편 추리 소설 『기억의 저편』으로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상했을 때는 다른 작가들 눈에도 제가 추리 작가로 보일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매우 기쁘면서도 '대체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황금펜상 수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앞으로도 열심히 써야 하겠죠.
「그날, 무대 위에서」는 오지영 과장이 주인공인 형사 소설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시리즈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오지영 형사과장 시리즈는 21년에 발표한 「엄마와 딸」, 「백만 년의 고독」,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그리고 22년에 발표한 「그날, 무대 위에서」 등 모두 네 편입니다. 모두 <계간 미스터리>에 발표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문제점을 파고들다 보면 가정이든, 사회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이 관습과 제도, 물리적인 힘에서 피지배적인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렇다고 여성이 피해자로만 머무르는 것은 아닙니다. 가해자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 수사관의 시각이 더 예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지영 형사과장을 등장시켰습니다. 소설 속에서 오지영 형사과장은 단서를 분석, 종합할 수 있는 이성의 힘이 강조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소극장에 공연을 올리는 연극 단원 사이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연극 극단'이란 하나의 작품을 여러 명이 함께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고밀도로 작업하는 집단이니 인간의 다양한 욕구가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어, 추리 소설에 등장하기 좋은 배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무대 공연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무대 공간도 많이 보았습니다. 연극은 '현실을 예리하게 표현한 허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는 '현실과 허구를 오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대가 작은 만큼 그 안의 인간관계 밀도도 높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만일 추리 소설을 쓰게 된다면 꼭 한 번 연극 무대를 소재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22년 봄, 팬데믹으로 인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소극장 연극이 일부 재개됐습니다. 그때 오랜만에 연극을 보면서 현실과 허구를 혼동하는 의식, 드러나지 않는 지배와 피지배 간 관계, 이를 밝히는 추리를 연극 무대 배경으로 그려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30여 년 동안 방송 기자로 근무하시다가 2021년 말부터 전업 소설가가 되셨습니다. 언제부터 추리 소설가를 꿈꾸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 가을에 추리 작가로 등단했고, 2021년 9월에 방송사에서 정년퇴직했으니까, 만 2년 동안은 기자 겸 추리 작가로 겸업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퇴직 후 전업 소설가로 불릴 수 있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추리 소설 몇 편 썼다고 업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전업 작가라기보다는 추리 소설이 좋아서 쓰는 추리 작가입니다. 추리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십대 때부터 가졌습니다. 미스터리를 포함해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 코난 도일이나 크리스티와 같은 본격에만 머무르지 않고 범죄 소설, 하드보일드, 스파이, 국제 첩보 등 수준 높고 매력적인 작품을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나도 멋진 추리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결국 퇴직하면 본격적으로 쓰자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늦게 등단했나 하는 후회가 듭니다.
지금은 CCTV나 핸드폰 등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비교적 쉬워져 일명 '정통 미스터리', '퍼즐 미스터리'를 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과장 시리즈는 여전히 현장 증거물과 목격자의 증언, 용의자 심문 등이 사건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통 추리 소설이죠. 이 소설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진 않으셨나요?
우리나라는 과학 수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CSI가 고도화하고 있고 미세 증거의 범위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귀납 추리를 위한 데이터가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미스터리 소설이든 범죄를 법적으로 규명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간다면 당연히 현대적인 수사 기법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지만 그만큼 내용이 풍부해진다고도 볼 수 있겠죠. 다만, 과학 수사 관련 공부는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추리 소설은 무엇인가요?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조세핀 테이'의 『진리는 시간의 딸』을 최고로 봅니다. 읽을 때마다 새롭고 기가 막힙니다. 전자는 시각을 뒤집는 추리와 비정함을, 후자는 사실에 대한 개념을 각인시켜줍니다. 이들 외에 스웨덴 대표 추리 작가들의 사실적이고 복잡한 구성의 추리 소설을 좋아합니다. 사실, 사건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앞으로 쓰시고 싶은 소설들은 어떤 소설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인상을 받은 단편 「붉은 벽」과 다른 단편 「어둠의 시간」, 신예상을 받은 장편 『기억의 저편』은 방송 기자 김환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 소설입니다. 넓은 관점에서 인간을 탐구하고 싶을 때 김환 기자를 등장시키고 싶습니다. 방송 인프라를 스토리 구성에 동원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계속 쓸 것입니다. 또, 사회문제를 기초 소재로 하는 오지영 형사과장 시리즈도 계속 쓰려고 합니다.
1월 말에는 장편 스릴러 『묵찌빠』를 출간합니다. 바이러스 팬데믹을 소재로 한 일종의 국제 첩보 스릴러라고 말하고 싶은데, 주인공은 첩보 기관이 아닌 동네 지구대 여성 순경 '김경령'입니다. 김경령 순경을 주인공으로 하는 국제 첩보 스릴러도 계속 쓰려고 합니다. 김환 기자, 오지영 형사과장, 김경령 순경 시리즈는 각각 인간 본성, 한국 사회, 국제 사회를 소재로 하려고 하지만, 제 의도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멋진 추리를 독자들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점입니다.
*김세화 30년 동안 현장에서 방송 기자로 활동해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취재 보도하였고, 경제와 역사 분야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을 제작 방송하였다. TV토론 프로그램 <시사톡톡TalkTalk>의 연출과 사회를 맡아 4년 동안 제작 방송하였으며, 보도국장을 끝으로 기자 생활을 은퇴하였다. 인문학과 고전에 관심이 많고,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의 <고전읽기모임>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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