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를 잇는 번역가의 일, 강초아 번역가 인터뷰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강초아 번역가 인터뷰
번역가는 단순히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잇는 사람이다. 7년간 번역 일을 해온 강초아 번역가는 번역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번역을 할 때마다 원문이 지닌 아우라를 최대한 보전하되, 번역가의 주관이 개입되어 오역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2022.11.11)
우샤오러의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짧지 않은 분량인데도 결말을 볼 때까지 책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무거운 사회 문제를 담고 있지만 문장만큼은 잘 읽힌다. 대만에서 출판된 이 작품이 한국 독자의 손에 닿기까지 여러 사람의 수고가 들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번역가다. 흥미롭고 유용한 책이라는데,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번역가는 단순히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잇는 사람이다. 7년간 번역 일을 해온 강초아 번역가는 번역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번역을 할 때마다 원문이 지닌 아우라를 최대한 보전하되, 번역가의 주관이 개입되어 오역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강초아 번역가를 만나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번역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독자를 새로운 길로 안내하는 번역의 세계도 살짝 들여다봤다.
번역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일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는 강초아입니다. 번역을 한 지는 7년 정도 되었어요.
번역을 맡으신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가 최근에 출간되었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책이 나온 직후보다 제가 맡은 번역을 탈고했을 때 끝났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어요. 번역된 원고가 책으로 나오기까지 여러 가지 작업을 거치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완성된 책을 받아보면 완전히 새로운 마음이에요. 번역하는 동안 가까이 붙어 지내던 원고가 새로운 친구가 되어 나타난 기분이에요. 텍스트가 이렇게 손에 잡히는 물건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죠. 이번 책을 받았을 때도 그런 기분이었어요.
원어로 책을 먼저 읽으셨을 텐데, 그때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던 부분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초반에 화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오빠가 타는 자전거 뒷자리에 앉은 어린 여자아이가 오빠 허리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와요. '나'의 정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뒷이야기도 모르는 상태인데 그 장면에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또 그런 기분을 느끼는 나 자신에게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고요. 책을 끝까지 읽은 뒤 충격을 받았죠. 번역하며 독자분들도 아무 정보 없이 책을 읽을 때 그 장면에서 제가 느꼈던 미묘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번역하며 가장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이나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쑹화이쉬엔이 나오는 부분을 번역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 부분은 '나'라는 화자의 입장에서 전개가 되는데, 분명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인데도 가끔은 그냥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시점도 불분명하고, 어떤 대화문은 쌍따옴표가 없이 나오기도 하는 등 불안정한 사람이 자신의 어린 시절로 퇴행한다는 묘한 분위기가 원문에서 느껴졌는데, 그걸 살려서 번역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과도하게 제 느낌이 들어가면 원문을 해치게 될까 봐 고민이 컸습니다.
독자분들이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어떻게 읽어주길 바라나요?
작가님은 독자들이 이렇게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겠지만, 번역가로서 그런 바람을 가지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번역가는 다른 독자보다 좀 더 먼저 읽을 뿐 결국에는 일종의 독자라고 생각해서요. 오히려 저는 제가 원서를 읽을 때 받았던 인상이 번역하는 데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요. 번역가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그저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해요. 그냥 독자 입장에서 이 책에 대해 말해보자면, 정말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느낀 책이라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안 읽고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해요. 설명하다 보면 이 책이 가진 장점을 다 살릴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냥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번역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일단 번역하려는 언어에 능숙한 것은 기본값이고, 한국어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번역가가 가장 하기 쉬운 실수인데, 본인은 원문을 다 이해하기 때문에 그걸 그냥 한국어로 옮겨놓으면 다른 사람도 다 이해할 거라고 착각하는 거예요. 원문의 뉘앙스 같이 한국어로는 그대로 옮길 수 없는 것들도 많아요. 그럴 때 번역가는 나름대로 어떤 장치를 활용해서 그런 것까지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거든요. 그때 중요한 게 한국어 구사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번역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번역가로서의 꿈이 있을까요?
특별히 어떤 작품이 있다기보다 꾸준하게 다양한 책을 번역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로 시작해 지금은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제가 어떤 책을 번역하는가보다 어떤 중국어권 책이 들어오고 그 책이 독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더 고민을 하게 돼요. 중어권 책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지금보다 넓어진다면 저도 번역을 꾸준히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초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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