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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에 파묻혀 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

『___답지 않은 세계』 홍정수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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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MZ세대라고 부른다고 해서 '아, 나는 MZ세대인가 보다'라고 막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 '누구와 비슷하고 누구와 다르지?'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자신을 좀 더 정확히 살펴볼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2022.10.31)

홍정수 저자

어느 순간 '한 사람'은 지워지고 'MZ세대'로만 불린 지 오래. 눈 돌리는 곳, 발 닿는 곳 어디든 MZ와 관련된 것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10대부터 30대까지를 뭉뚱그린 이 기적의 대통합 세대론은 기성세대가 붙인 알파벳 라벨에 불과할 뿐, 정작 거기에는 M도, Z도 없다. 마치 운영자만 있고 이용자는 없는 이상한 놀이동산 같다. 

홍정수 저자는 MZ세대의 당사자이자 세대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업계에서 일하는 기자로서, 여태껏 MZ세대를 규정해 온 납작한 관점들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었던 MZ들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자 『___답지 않은 세계』를 썼다. 그렇게 MZ에 파묻혀 있었던 우리의 모습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펼쳐 보인다.



기자로서 무수히 많은 기사를 쓰셨겠지만, 단행본 출간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___답지 않은 세계』 집필 계기와 출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기사'라는 건 아무래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데다 대부분 짧고 건조해요. 그런 글만 쓰는 것이 아쉬워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한두 편씩 글을 올렸었는데요.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좋게 보고 출간 제의를 해주셨어요. 그때 저는 신문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툭하면 기사 제목에 'MZ'라는 표현을 넣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방팔방에서 'MZ세대'라는 표현이 남용돼도 비판적인 반응이 별로 안 보여서 자주 의아했고요.

쓸 때는 생각보다 할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었는데, 막상 출간 제의를 받으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세대론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적도 없고, 제가 MZ세대를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애당초에 MZ세대를 한두 사람이 대표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어불성설이겠더라고요. 제가 책에 한가득 써놓은 내용 중에도 독자분들 입장에선 동의하거나 만족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많을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세대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들을 하나라도 더 나누는 계기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의 MZ 세대론에 대해 "아, 진짜 그거 아니라고!"를 외쳐 보고 싶으셨다고 한 도입부가 인상 깊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로 어떤 순간에 그렇게 외치고 싶으셨나요?

일터에서 "넌 젊으니까, 우리보다는 기발하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있지 않니?"라며 뭔가를 요구할 때마다 쉽지 않았어요. 창의성을 짜내서 아이템을 내면 "좋긴 한데, 이거 말고 다른 건 없냐"라거나 "너희 기준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의 문법은 그게 아니야" 같은 반응이 나올 때가 많았거든요. 신문사라는 조직 특성과 저희의 독자 성향도 있으니 물론 충분히 이해되죠. 하지만 그런 곳에서 자꾸 MZ세대와 관련된 콘텐츠를 내놓으려고 하니 때로는 어색하고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상 대화에서도 "넌 어리니까","넌 젊으니까", "요새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말들이 나올 때 대체로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미 마음속엔 '요즘 애들'에 대한 판단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하는 말일 때가 많다고 느꼈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주말에 등산 다녀왔다고 하면 예전에는 "야, 요즘 애들은 익선동이나 연남동처럼 잘나가는 동네 다니던데 너는 무슨 등산이냐"라고 하시던 분이 요즘엔 "요새 MZ세대는 등산을 그렇게 많이 다니더라? 근데 레깅스를 입고 다녀서 도저히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하는 거예요. 정작 저는 똑같은 운동복 입고 똑같은 산을 갔다 온 건데 말이죠.

MZ세대는 명품에 열광하면서 짠테크에 집착하고, 불안하다면서도 유튜버가 되겠다며 사표를 내거나 가상 화폐에 인생을 걸기도 합니다. 이런 모순적인 모습의 이유는 뭘까요?

크게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명품에 열광하는 사람과 짠테크에 집착하는 사람이 한 명의 사람이 아닐 수 있어요. 같은 세대 안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세대 덩어리가 크면 클수록 더 다양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사실을 간과하고 MZ세대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 집단’에 존재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또 하나는 양극화와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요. 수천만 원대 외제 차를 아무렇지도 않게 끌고 다닐 수 있는 20대와 전세 보증금 대출을 고민하는 30대의 가치관과 생활 습관이 다른 건 너무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경제적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면 상위 계층은 굳이 아래쪽을 내려다볼 필요가 없어지고, 하위 계층은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게 돼요.

책 속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나옵니다. "MZ는 이래"라는 편견이나 규정이 놓치고 있는 것들도 많아 보여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른 세대는 MZ세대를 극단적인 세대, 신기한 세대, 혹은 한심한 세대라는 프레임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관찰자 입장에서는 밋밋한 것보다 ‘이상한’ 게 더 재미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MZ세대를 뭉뚱그리고 왜곡하기 쉽죠. 예를 들어 MZ세대는 성취보다는 워라밸을 추구한다거나, 월급은 올려달라면서 일은 하기 싫어한다고 많이들 생각하시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에서 막내급이나 허리급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일을 안 하는 건 상사들인 경우도 많아요. 낮에 외근 핑계 대고 사우나를 다녀오면서 후배 직원들에게는 회의 자료를 준비시킨다는 거예요. 아마도 그분들은 "나는 너희 연차 때 그렇게 일하지 않았어"라면서 합리화하실지도 몰라요. 저라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의욕적으로 일하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요.

책 말미에 연령별 MZ세대 인터뷰를 실은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MZ세대'라는 말에 대해 다시금 느낀 것과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을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정말 다 다르다는 걸 한 번 더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2001년생이신 분은 1999, 1998년생이신 분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최신 트렌드에 훨씬 무관심하고, 오히려 1988년생이신 분과 취향이 맞을 것 같더라고요. 또, 1999년생, 1998년생 두 분은 나이도, 일하는 분야도 비슷한데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때의 마음가짐은 정반대에 가까웠어요. 사실 네 분의 인터뷰는 출간을 결정한 뒤에도 한참 후에야 기획하게 됐어요.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저라는 개인이 혼자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여러 목소리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에 넣게 됐어요.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 취재를 할 때보다 훨씬 자유로운 틀 안에서 대화를 진행했는데, 비슷한 질문에도 다양한 답변이 나오는 게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자신을 MZ세대라고 지칭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유행을 따라가는 게 즐거운 사람도, 피곤한 사람도 있어요.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눈앞에 마주한 얼굴과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으니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제가 앞에 구구절절 써놓은 이야기들에 공감 못 하신 분들이라도 인터뷰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으시지 않을까 싶네요.

MZ로 불리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 『___답지 않은 세계』를 읽고 무엇을 얻는다면 좋을까요?

자기에게 주어지는 정체성과 소속 집단을 한 번쯤은 의심해 보는 마음, 그리고 '나도 내 이야기를 해 볼까?'라는 생각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일을 시작한 뒤로 거의 항상 집단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거나 연차가 적은 축에 속해 왔어요. 사람들이 저를 '우리와 다른 세대', '요즘 젊은 사람'으로 대할 때면 어떤 부분에서는 재밌고 고마울 때도 있었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무척 피로한 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도대체 요즘 젊은 사람이라는 건 뭘까'를 고민하게 됐고요. 사람들이 나를 MZ세대라고 부른다고 해서 '아, 나는 MZ세대인가 보다'라고 막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 '누구와 비슷하고 누구와 다르지?'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자신을 좀 더 정확히 살펴볼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과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도 더 자주 나눴으면 좋겠어요. 요새 늘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 이 자리에 없는 제삼자가 아닌 '너와 나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요. 만남과 대화의 시간은 귀하잖아요. 피상적이고 예의 바른 다른 사람 이야기에서 그치지 말고, 용기 있게 자기 이야기를 더 꺼냈으면 좋겠어요. 지금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는 우리의 생각을 서로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우리 세대가 따뜻하고 풍성해질 거라고 기대해요.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어떤 세계를 가진,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신가요?

작년에 이어 2년째 '올해의 목표'로 적어놓은 게 '따뜻한 사람이 되자'에요. 두 해 연속 적어놨다는 건 아직 못 이뤘다는 건데, 내년에 한 번 더 적게 될 것 같아요.(웃음) 따뜻한 사람, 귀가 열려있는 사람,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회사 안팎에서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온 편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게 되는 모습도 많이 봤고, 반면 '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면서 마음에 담아둔 모습들도 자주 보게 됐거든요. 반면교사도 롤 모델도 많이 마주친 셈이죠. 

그러면서 만든 '워너비 어른'의 모습이 바로 따뜻하고 열려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에요. 세상사 이런저런 일들 다 겪다 보면 냉소나 체념으로 뒷걸음질 치기 쉽잖아요. 하지만 나이 들었어도 여전히 다정한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또, 소위 '꼰대'들의 특징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잣대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이미는 것인데, 그런 모습 대신 후배들에게도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멋진 것인지도 자주 느꼈고요.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경험과 역량을 쌓아 탄탄한 자신감을 구축한 어른을 보면 정말 매력적이죠. 단번에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향점으로 삼고 살면 1년에 한 걸음씩은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고 힘내보겠습니다!



*홍정수

1991년생. 서울 노원구 백병원에서 태어나 갈현동에서 22년간 자랐다. 2013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며 정치부, 사회부, 편집부 등을 전전하다 지금은 국제부 방문 중이다. 세대론을 너무 좋아하는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MZ 세대론에 질린 나머지 책까지 쓰게 됐다. 아직 대단한 건 못 이뤘지만, 뭐라도 계속하자는 마음으로 7년째 독서 모임에서 책 읽고, 생각날 때마다 블로그에 글 쓰고, 친구들과 새로운 팟캐스트를 도모하는 중이다.




___답지 않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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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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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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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마주하기 전에는 우리를 MZ라 부르는 것을 금지한다.” -양다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저자 어느 순간 ‘한 사람’은 지워지고 ‘MZ세대’로만 불린 지 오래. 눈 돌리는 곳, 발 닿는 곳 어디든 MZ와 관련된 것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10대부터 30대까지를 뭉뚱그린 이 기적의 대통합 세대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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