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관계를 세우고 내적 성장을 이루는 시간
『하마터면 아내로만 살 뻔했다』 박서윤 저자 인터뷰
나를 괴롭게 하는 어떤 고통도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배웠어요. 어떤 고통이 찾아와도,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제가 경험한 사실이에요. (2022.10.27)
그 동안 다른 사람의 마음만 살뜰히 챙기고 내 마음은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00여 권의 심리책들을 통해 트라우마, 애착 등을 공부하며 관점을 확장해 나갔고 명상과 정리, 글쓰기와 같은 방법을 찾아 내 마음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묵은 감정과 상처들을 하나하나 꺼내 살피고 또 직면하며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마터면 아내로만 살 뻔했다』에는 결혼 4년차, 하마터면 아내로만 살 뻔했던 박서윤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결혼 후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상상도 못할 고통이 찾아왔어요. 그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를 먼저 돌봐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스스로를 치유하려고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1년간 100여 권의 심리 서적을 읽었습니다. 이를 통해 무너졌던 제 삶을 회복하고 기적 같은 변화를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마터면 아내로만 살 뻔했다』라는 책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언제 어디서나 모범생으로 제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어요. 책임감이 강한 만큼 장녀, 반장, 언니, 학생 등 늘 역할에만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결혼 후에도 아내이자 며느리로, 그리고 엄마가 될 준비만 했어요.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살피며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느라 정작 제 자신은 살피지 않았죠. 제가 계속 아내로만 살았다면, 외부 자극에 쉽게 휘둘리며 여전히 고통 속에 있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아내 이전에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로 살게 되어 기쁩니다.
결혼 생활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심리학을 선택하셨는데, 심리학 책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초반에는 단순히 남편과의 관계 개선과 감정을 다루기 위해 심리 서적을 찾았어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었고 특히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죠. 그렇게 가지를 뻗듯 심리 서적을 읽다 보니, 새로운 통찰과 뜻밖의 관점을 갖게 되었어요. 이것은 타인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저의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즉각적인 처방이 되어 주었어요. 무엇보다도 고통과 마주하며 제 마음을 살피고 스스로를 깊이 탐구하며 성찰할 수 있었죠. 심리학 덕분에 제 삶은 더욱 견고해졌고 마음은 한결 평온해졌답니다.
두 번의 이혼 위기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처음에는 영문도 모른 채 무조건 상대를 이해해 보려고 애썼어요. 저에게 난 생채기는 보지 못한 채 남편만 살폈죠. 남편이 없는 결혼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상대를 탓하기보단 자책하는 마음이 컸답니다. 나를 잃어가며 지켜낼 관계는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하려는 듯,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어요. 절박했던 만큼 책에서 배운 내용을 조금씩 제 삶에 적용시켰어요. 감사 일기를 쓰며 불안을 달래고, 애착 유형을 공부하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었죠. 그러고는 고통과 평안 모두 제 마음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가 통제하고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내 마음을 살피고 정화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니, 마음도 관계도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내가 나로서 온전해지자 기울었던 관계도 균형이 잡혔고요. 회복 불가능할 듯 보였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변화가 아직도 기적 같아요.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이 모든 과정이 저에게 주려던 가르침은 딱 하나였어요. '나를 아끼고 지킬 것.' 남의 마음을 위하고 배려하기 전에 내 마음부터 살피고 안아 줘야 한다는 점을 배웠죠. 결혼을 하면 아내, 남편, 며느리, 사위와 같은 역할이 추가 돼요. 특히 아이가 생기면 모든 일상이 아이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새 독립된 '나'는 사라지고 양육자로서의 나만 남게 되죠. 열심히 사는데 행복하지가 않아요. 점점 역할에 부응해야 하는 '나'만 남기 때문이에요. 나를 잃지 않아야 나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어요. 나를 지키는 일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랍니다. 잠깐이라도 내 감정을 알아차려 주세요. 단 1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오늘, 나의 마음은 안녕한지 묻고 귀 기울여 주세요.
마음 공부를 위해 명상, 감정 일기,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독자 분들께 추천할 만한 활동이 있다면요?
마음이 너무 힘들면 먼저 몸을 움직이세요. 가볍게 서랍 한 칸씩 정리해 보세요. 숨이 살짝 가쁠 정도로 계단을 오르거나 산책하며 걸음 수를 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울과 무기력에서 조금 벗어났다면 감사 메모 쓰기를 추천해요. 하루에 서너 개씩 감사할 거리를 찾아보세요. 지극히 당연한 일도 괜찮아요. 단조롭고 의무적으로 느껴지더라도, 꾸준히 해 보세요. 머리로 애써 하던 감사가 어느 순간 가슴으로 내려와 있을 거예요. 그때는 이미 여러분의 마음에 감사함이 충만할 거예요.
『하마터면 아내로만 살 뻔했다』를 통해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먼저, 누가 뭐라고 하든 당신은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존재라는 말을 해 주고 싶어요. 지금 어떤 상황에 있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마세요. 휘몰아치는 감정과 고통 속에 혼자 고립된 것 같았을 때 차라리 이혼했더라면 고통이 좀 덜했을까요? 아니요. 여전히 타인의 마음만 살피며 사는 삶이라면 또다시 찾아온 고통에 저는 속절없이 무너졌을 거예요. 저에겐 제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안아 주는 사람이 있었고, 제가 답을 구할수록 그 이상의 것을 내어 준 책들이 있었어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나를 괴롭게 하는 어떤 고통도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배웠어요. 어떤 고통이 찾아와도,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제가 경험한 사실이에요. 고통과 평온 모두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박서윤 중앙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를 부전공했다.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으로, 언제나 책과 글쓰기를 가까이했다.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책을 펼쳤다. 궁금한 것도 조언과 위로도 늘 책에서 찾았다. 8살 때부터 꾸준히 쓴 일기장은 수십 권이 되었다. 마음의 정리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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