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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그림책 『엄마 어디 있지?』 인터뷰 (1) - 박성우 시인

『엄마 어디 있지?』 박성우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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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떨어져 있는 동안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상상을 재잘대면서 씩씩하게 이겨내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의 마음도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만큼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도 크고 멋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022.10.19)


<아홉 살 사전> 시리즈로 어린이의 다채로운 일상과 감정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 많은 사랑을 받은 시인 박성우와 『모모모모모』, 『걱정머리』 등의 그림책으로 독보적인 개성을 선보이며 주목을 모은 작가 밤코가 만났다. 최고의 두 작가가 함께 만든 『엄마 어디 있지?』는 아이가 발달하는 동안 자연스레 나타나는 분리 불안의 모습을 실감 나게 담으면서, 엄마가 안 보이면 불안해하는 아이 마음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상상으로 어루만지는 이야기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응원하는 동시에 가족의 든든한 사랑을 선물한다.



『엄마 어디 있지?』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제 딸아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 가족이 떨어져 지내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고, 저는 전주에서 일했기 때문이었죠. 이제 막 세 이레가 지난 아이는 수원에 계시던 장모님이 돌봐 주셨는데, 아내는 퇴근하고 매일 아이를 보러 갔어요. 주말에는 저희 셋이 모여 밥풀처럼 엉겨 붙어 있었지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는 불안해하면서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는 했습니다. 아이가 네 살이 되고 나서야 우리 가족은 함께 지낼 수 있었는데, 여전히 눈을 뜨자마자 엄마를 찾더라고요. 딸아이는 혼잣말인 듯 저에게 묻는 듯 "엄마 어디 있지?"하고 말하면서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는 했어요. 

낚시 놀이 장난감으로 자석 물고기를 잡다가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엄마가 안 보이면 두리번거리면서 엄마를 찾았어요. 그렇게 엄마만 찾던 제 딸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서 사춘기로 접어든 중학생이 되었는데요. 어느 날 오래간만에 다 같이 모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는데, 아내와 딸이 함께 자는 모습이 얼마나 다정해 보이던지요. 그때 "엄마 어디 있지?"하며 엄마를 찾으러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딸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 애틋하던 기억을 사진처럼 넘기며 글을 쓰기 시작했죠.

엄마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아이가 겪는 걱정, 두려움, 긴장 같은 감정과 동시에 재기 발랄한 상상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표현하고자 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워요. 저희 딸아이가 네다섯 살 쯤에 처음으로 불러준 노래가 있는데 '내가~ 도와줄~게'라는 가사가 딱 한 번 나오고 끝나요. 소파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그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해서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져요. 지금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한 번은 아내가 출근한 동안 제가 청소를 하는데, 딸아이가 빗자루를 잡아끌며 온 집안을 뛰어다니더라고요. 

제가 애써 정리한 집안을 신나게 망쳐 놓으면서요. "아빠, 엄마 오지?", "우아, 엄마 온다!"하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제 딴에는 아빠를 열심히 도와주면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던 거죠. 엄마와 떨어져 있는 동안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상상을 재잘대면서 씩씩하게 이겨내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의 마음도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만큼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도 크고 멋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린이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작가님만의 시선이 남다른데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아이의 사랑스러운 상상에 한번, 가족의 든든한 믿음에 한번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린 독자부터 성인 독자분들까지, 『엄마 어디 있지?』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무엇보다 아이와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아기 토끼와는 또 다른 아이만의 기발하고 무한한 상상을 마구 꺼내 놓을 거예요. 만약 코끼리만큼 커다란 왕거미가 나타나 엄마를 괴롭히는 장면이라면 이렇게 맞서나갈 수도 있겠죠. 거미줄 위를 팡팡 뛰어다니면서 왕거미를 어지럽게 한다거나 거미줄을 하늘 높은 초승달에 걸어 영차영차 올라가 왕거미를 지치게 한다거나 해서요. 얼마나 높이 뛸 수 있을까? 얼마나 멀리 올라갈 수 있을까? 하고 아이들에게 물으면 멋진 생각들을 줄줄 이야기할 거예요. 또는 아빠의 모습을 따라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재미있겠고요.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해요.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엄마 어디 있지?』 속 한 장면이 있나요?

밤코 작가님의 그림은 한 장면 한 장면 푹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어요. 아기 토끼와 엄마 토끼가 껴안고 자는 동안 침대 구석으로 밀려버린 아빠 토끼를 자세히 보면 울고 있는데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아기 토끼와 엄마 토끼가 서로에게 달려와 껴안는 장면도 너무 사랑스러웠고요. 밤코 작가님이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작업하셨을지 느껴졌어요. 저 또한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습관이 있는데요. 『엄마 어디 있지?』를 쓰는 동안 제 딸아이의 어릴 적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행복했습니다. 



시, 동시, 동화 등 자유롭게 문학 세계를 넘나드는 작가님께서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표현하고자 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그림책 작업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을 들게 해요. 한 장면 한 장면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글을 써 내려가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닙니다. 수십, 수백 개 장면을 떠올렸다가 그중 단 한 장면을 남기고 글을 써야 할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말을 아끼고 욕심을 버려야만 좋은 그림책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덜어내는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림을 그려보면서 글을 쓰기도 하고요.

소소한 일상을 메모 수첩에 기록하신다고 하셨는데요. 『엄마 어디 있지?』 독자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기록이 있을까요?

저는 딸아이가 어릴 적부터 한 말이나 행동을 기록해왔어요. 대체로 이러한 기록들이 동시집이나 그림책이 되기도, 때로는 시가 되기도 했죠. 최근에는 중학생인 딸이 해준 말을 소중히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딴 사람 말고 아빠를 1순위로 두고 일해" 어느새 아빠에게 이런 말을 들려줄 만큼 자란 딸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문득문득 힘이 납니다. 대단하거나 특별한 말이 아니더라도 흘려듣지 않고 마음속 깊이 담아둔다면 언제고 따뜻하고 든든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가족이란 그런 힘의 원천일 테니까요.

이다음에 작가님이 보여 주고 싶은 '어린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또는 어린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을에는 얻을 수 있는 씨앗이 참 많습니다. 요즘 제 책상 서랍에는 늙은 호박과 허리 휜 아욱 줄기가 주고 간 씨앗들이 있는데요. 늙은 호박에서 막 꺼낸 호박씨를 씻을 때 미끈거리던 느낌, 말리던 호박씨에 묻은 가을볕 냄새, 누렇게 말라가면서도 안간힘을 다해 초록을 밀어 올리던 아욱 줄기의 끈기 같은 것들이 온전히 저에게 남아 있어요. 특히, 나팔꽃 씨나 코스모스 씨처럼 끝에 '씨'라는 말을 붙여가며 이름을 부르다 보면 씨앗들이 저마다 대답하며 조곤조곤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씨앗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제가 잘 받아 적었다가 어린이들의 눈이 동글동글해질 만큼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해주고 싶어요. 가을이 주는 맑고 깨끗한 기운처럼 명랑하고 어딘가 엉뚱해 보이는 면까지 사랑스러운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저 또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엄마 어디 있지?
엄마 어디 있지?
박성우 글 | 밤코 그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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