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수 작가의 신작 그림책 『당신의 빛』 인터뷰
『당신의 빛』 강경수 작가 인터뷰
신간 『당신의 빛』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선한 마음을 담은 작품으로,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기꺼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에게서 피어나는 빛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고 말한다. (2022.09.26)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을 수상한 이후 그림책뿐만 아니라 동화, 동시,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 온 작가 강경수가 오랜만에 그림책으로 독자를 만난다. 신간 『당신의 빛』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선한 마음을 담은 작품으로,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기꺼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에게서 피어나는 빛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고 말한다. 첨예한 대립과 양보 없는 갈등이 팽배한 요즘, 어린이 독자뿐만 아니라 전 세대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진한 여운을 전한다.
『눈보라』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신간 그림책입니다. 전작들과는 조금은 다른 결과 분위기를 가진 작품으로 돌아오셨어요. 그간의 작품들이 대체로 사람들이 알지 못하거나 외면해 왔던 세계의 뒷면을 담고 있었다면, 신작 『당신의 빛』은 이 세상의 밝은 면,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이 책을 작업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말씀해 주신 대로 『당신의 빛』은 제 최근 그림책들과 결이 다릅니다. 저도 크게 느끼고 있던 바인데요. 지난 해 『눈보라』 작업을 마치고 왠지 그간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었던 것은 아닌가 뒤돌아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가진 긍정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선한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이 이 그림책을 만들게 된 계기였습니다.
『당신의 빛』을 통해 '평범한 이들의 착한 마음'을 머리 위의 빛으로 담아내셨어요. '선(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명징하게 시각화한 상징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비유와 상징은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인가요? 영감을 준 소재나 사건 등이 있었을까요?
처음 출발은 비욘세의 노래였습니다. 많이들 아시는 'HALO'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 노래는 비욘세가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며 만든 노래라고 하더군요. '당신에게서 빛이 보인다'는 노랫말이 제 마음에 와 닿아,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꼭 그에 어울리는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고 다짐했었어요. 꽤 오래 전부터요.
『당신의 빛』은 의미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셨습니다. '3D 그래픽으로 작업한 첫 그림책'이니만큼 감회가 남다르실 듯한데요. 이번 작품에서 3D 그래픽을 사용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신의 빛』은 결과적으로 '빛'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해내기 위해선 3D 그래픽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3D 그래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지난 해 『코드네임 매거진』을 만들 때였습니다. 사실 십오 년 전쯤에도 '지브러쉬'라는 프로그램으로 3D 그래픽을 조금 다루어 보긴 했는데, 흐지부지되었어요. 다시 접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당신의 빛』은 '블랜더'라는 무료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해 작업했습니다. 내가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는 기분이 꽤 근사해서, 마음먹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했어요. 유튜브에 영어로 된 강의를 보며 하나씩 배워 나갔죠. 나이가 있어 배움이 더디긴 했지만, 꾸준히 했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영어를 잘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요.(웃음)
『당신의 빛』에서는 서양 중세 시대의 종교화, 십자가 모양의 빛, 헤일로*, 성당과 성모 마리아상 등의 소재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독자들은 이 그림책을 읽고 '종교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가지고 계신 종교를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위와 같은 소재들로 이야기와 메시지를 풀어 나가신 데에는 어떠한 의도가 있으셨을까요?
저는 철저한 무신론자입니다만, 독자분들께서는 그리 오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의 빛』에 담고자 했던 것은 종교의 유무를 떠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순수한 마음'이었어요. 종교화 속 헤일로나 십자가 모양의 빛은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위해 가져온 이미지이고요. 종교적인 색채를 방지하기 위해 이야기 후반부에 화자인 소년이 성당뿐만 아니라 절과 교회에도 들렀다는 구절을 넣기도 했습니다. 온갖 종교를 섭렵한 소설 『파이 이야기』의 주인공처럼요.
편집자인 저 개인적으로는 화자 '나'의 반 친구 지효가 죽은 다람쥐를 고이 묻어 주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숨이 멎은 다람쥐의 모습과 이 작은 생명의 명복을 빌어 주는 듯한 인물의 표정을 고요히 따라가고, 또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거든요. 작가님이 꼽으시는 『당신의 빛』 속 명장면 또는 최애 장면도 궁금합니다.
저도 같은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아요. 다람쥐가 죽은 장면은 멈추어 있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살아서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에는 구도와 장면,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빛』을 읽은 독자들이 이것만은 꼭 느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당신의 빛』은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을 돕고 착한 일을 해라'라는 메시지를요. 하지만 살면서 이 간단한 일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한 결정을 요구하죠. 같은 사안도 때에 따라 옳고 그림이 갈리기도 합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때로는 우리의 복잡한 인생이 『당신의 빛』처럼 단출한 이야기 안에서 위안을 받기를 바랍니다.
이후 계획하고 계시는 작품들이 궁금합니다.
<코드네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끈기 없는 제가 이렇게 긴 시리즈를 끌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네요. 그다음에는 코믹한 판타지를 할지, 조금 무거운 정통 판타지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호러 장르에도 관심이 많아 무서운 이야기도 해 보고 싶어요. 물론 사이사이 그림책도 작업할 생각입니다. 계획은 이러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설가로 데뷔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뭐가 되었든 독자 여러분들이 재밌어할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신 또는 성인의 신성성과 숭고함을 나타내기 위해 인물의 머리 위로 그려 넣었던 원형의 빛
*강경수 (글·그림) 낙서와 공상, 아들과 장난치며 놀기를 좋아한다. 만화를 그리면서 그림을 시작했고, 지금은 선보이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주목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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