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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동아시아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혁명과 배신의 시대』 정태헌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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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배신의 시대』에서는 당대의 상징적인 인물 6인의 삶을 지성사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그들이 남긴 말과 글을 통해 20세기 동아시아가 걸어온 길을 짚어본다. (2022.09.07)

정태헌 교수

제1, 2차 세계대전 전후 제국주의, 민족주의, 진화론 등 '근대'와 함께 밀려들어 온 거대 담론들은 동아시아 지형을 뒤흔들었고, 인종주의를 동반한 유럽-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수탈은 사회 진화론, 자유와 평등, 문명화라는 개념으로 포장되어, 누구든 침략과 전쟁의 주체 혹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혁명과 배신의 시대』에서는 당대의 상징적인 인물 6인의 삶을 지성사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그들이 남긴 말과 글을 통해 20세기 동아시아가 걸어온 길을 짚어본다.



한국 근대사를 연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중 어떤 분야를 연구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학부 전공이 경영학이어서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와서도 경제사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연구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면서 식민 사학의 복사판인 식민지 근대화론 운운하는 자들이 있어 본의 아니게 그 대척점에 서기도 했는데, 남북 교류가 중단되기 전까지는 남북 역사학자 교류에 참여하면서 적대적 분단체제 해체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봐야 한다'고 책에서 이야기하셨는데 부연 설명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역사학계 연구가 한국사, 외국사로 나뉘고 또 소재별로 나누어져 너무 미시적입니다. 한국사를 세계사 속에서 봐야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특히, 근대 이후에 세계사에 큰 영향을 받거든요. 결국, 우리 역사를 제대로 보기 위한 것인데 그러한 관점으로 문제의식이나 연구 방법론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도 이런 문제의식의 일환으로 일단 시도해본 겁니다만, 말처럼 쉽지는 않네요.

20세기는 약육강식, 적자생존 등의 이데올로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진 시대인가요? 18~19세기와 비교했을 때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가요?

19세기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가 거의 마무리된 시기였고, 사회 진화론도 19세기에 제기되면서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지요. 물론, 그 이전 대항해 시대부터 인종주의나 기독교 신앙에 따라 침략과 살육, 약탈을 옹호해왔던 논리가 있었는데, 그걸 19세기 이후 근대 제국주의 세계사에 맞도록 정선한 거지요. 사회 진화론은 침략자들에게 침략의 정당화를 넘어, 침략을 당한 측에게도 정신적으로 무력하게 만드는 마약 같은 논리였지요.

『혁명과 배신의 시대』에서 소개된 6명은 20세기 전반에 모두 20~30대였던 것 같습니다. 젊은 지식인층에 주목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이들은 모두 한국, 중국, 일본에서 전통학문과 근대학문을 함께 배운, 마지막 전통세대이자 새로운 근대세대에 속했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주체였지요. 6명 중 3명처럼 사회 진화론이라는 큰 산을 자신의 생각으로 넘어서는가, 아니면 다른 세 명처럼 그 앞에서 주저앉느냐에 따라 삶이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상반된 생각은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세기라고 하면 일본의 야욕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당시 일본의 욕망은 무엇이었나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웨스턴 임팩트(Western Impact)'에 의해 휘청댑니다. 그러나 일본은 '막부'라는 기존 권력을 대체할 세력이 확고해서 이들 그룹이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냅니다. 이후, 일본 근대사는 '일본이 한국, 만주, 동남아 등을 점령해야 한다'라는 군국주의 논리로 무장하고 종속적 천황-군부 시스템에 따른 침략 전쟁으로 일관됩니다. 21세기 일본에서도 이러한 군국주의 역사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세기 한국은 어떤 상황이었나요?

대한제국은 국내 개혁과 국방을 위한 역량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농민군 지도자 전봉준 등과 협합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전통적 사고에 갇혀 청에 진압을 요청하고 결과적으로 일본군을 끌어들였습니다. 강제병합의 국제 정치학도 간과하면 안 됩니다. 러시아 견제를 위해 영국과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지원했고, 러일전쟁 후에는 러시아와 프랑스도 만주나 인도차이나 지배를 위해 동의했거든요.

『혁명과 배신의 시대』를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당시 6명의 나이에 해당되는 20~30대 젊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냉전은 무너졌지만 한반도와 동북아는 여전히 위태위태하지요. 결국 주체가 풀어가야 합니다. 이 책의 6명 중 세 명은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는 건강한 집단지성을, 다른 세 명은 침략 전쟁의 집단몰지성을 선동한 자들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정치인, 지식인들 많지요. 젊은 세대들이 발전적 문제의식으로 난관의 한반도와 동북아를 풀어가는 지혜를 역사에서 찾길 바랍니다. 



*정태헌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사,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문학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중국 베이징대학, 일본 세이케이대학 등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학장, 한국사연구회 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사장, 국제고려학회 서울지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경제사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면서 남북 역사학 교류와 적대적 분단체제 해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음 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구하고 있다.




혁명과 배신의 시대
혁명과 배신의 시대
정태헌 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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