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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처럼 지낸 20일, 나를 살렸다

『나를 살린 20일』 진은섭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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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20일』에는 누구나 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단순한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이 담겨 있다.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2022.09.06)

진은섭 저자

"오로지 성실하게 살아왔을 뿐인데, 왜 하필 내게?"

일에 몰두하며 살다가 주춤한 순간, 맨땅에 내동댕이쳐지듯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만성 두통과 배앓이, 그리고 우울과 번아웃으로 인해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겠구나 싶었던 때였다. 건강을 위해, 망가진 마음을 수습하기 위해, 아무도 나를 모르는 조용한 곳, 산속에 있는 작은 암자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내는 20일간 틈이 날 때마다 일기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나를 돌보며 지낸 그 20일 이후 세상이, 그리고 삶이 견딜 만해졌다. 평소라면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겨났다.

『나를 살린 20일』에는 누구나 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단순한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이 담겨 있다.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놀다 죽고 싶지만 건강하고 싶은 『나를 살린 20일』의 저자 진은섭입니다. 대학에서 정치학과 예술경영학을 전공했고, 20년 가까이 정책 홍보와 문화 관광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치열하게 살고 쳇바퀴 돌고, 지치고, 그래도 우리 각자에겐 현실을 살아낼 힘이 내재돼 있죠. 그런 에너지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나를 살린 20일』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느 날 번아웃이 왔어요. 재미와 성취감, 주변의 인정에 빠져서 몸과 마음을 안 돌보고 일한 탓이지요. 그러다 제가 변했어요. 갑자기 일도 싫고, 모든 게 삐뚤게만 보이고, 이러다간 죽거나 미치겠구나 싶더군요. 간절하게 도피처를 찾았어요. 그러다 해인사에 있는 삼선암에 가게 됐어요. 삼선암에 머문 20일간 동면하는 짐승처럼 지냈어요. 자고, 먹고, 싸고, 걷고, 쉬고 또 자고... 그렇게 살아갈 힘을 얻고 서서히 회복되었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시거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그 상황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나를 살린 20일』을 출간했습니다.

휴식을 위해 어딘가로 떠났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그 장소가 절이라는 것이 좀 신기합니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신 건가요?

사람마다 충전하는 방식은 다 다를 거예요. 여행을 가거나, 호캉스 아니면 방콕하거나, 아예 사람들이 없는 자연으로 가서 쉬기도 하는 것처럼요. 저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는데다, 불교 신자라서 절이 낯설지는 않아요. 가끔 사찰 순례나 참선 수행을 하러 가기도 했고요. 그래서 템플스테이를 알아봤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템플스테이 운영을 쉬는 곳이 많아서 갈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제가 머문 삼선암은 원래 템플스테이를 하는 곳은 아닌데, 지인을 통해 특별히 허락을 받아서 갈 수 있었어요. 운 좋게 마침 식객 한 명 정도는 받아줄 여유가 딱 생겼더라고요. 당시 수소문해 준 지인과 주지 스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절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수행하는 곳이라는 느낌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예불도 드려야 할 것 같고, 식사도 채식으로만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곳에서 20일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맞아요. 사찰 생활은 보통 일상생활과는 좀 다르죠. 대개 새벽 4시쯤 시작해서 저녁 9시면 모두 잠자리에 듭니다. 삼선암에 계신 스님과 보살님들은 그 사이에 예불도 드리고, 공양도 하고, 수행도 하는데, 저는 주지 스님께서 배려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예불도 자율적으로 하고, 공양하는 자리에 꼭 나가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런데 삼선암 주지 스님이 주변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요리 솜씨가 뛰어나신 분이에요. 안 나갈 수가 없죠. 공양 후에 내려주시는 커피 맛도 일품이었고요. 그 외 시간에는 운동 겸 산책을 나갔어요. 근처에 있는 산책로와 계곡, 다른 암자들을 하나씩 돌아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낯선 곳에서 평소와 다른 경험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가장 마음 깊이 남아 있는 경험은 어떤 것인가요?

별 볼 일 있는 하루 하루를 보낸거요. 가능한 새벽마다 별을 보러 나갔거든요. 공기가 맑아선지 별이 많이 보여서 좋았어요. 어릴 때 별이 총총한 날엔 마당에 나가서 별을 구경하곤 했거든요. 삼선암에 머무는 동안 어린 시절 생각이 자주 떠올랐어요. 주지 스님께서 직접 내려주시던 커피 맛도 그리워요. 연하게 먹을지 진하게 먹을지 물어보시고, 커피콩을 직접 갈아서 드립으로 내려주셨어요. 커피 한 잔이지만 정성을 들이시는 모습이 저를 소중하게 대해주시는 것 기분이었죠.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토닥토닥 해주시는 느낌이랄까요? 지금도 커피를 내려주시던 주지 스님을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떠올라요.

글 쓰는 일을 하고 계시긴 하지만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셨어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막상 일기가 책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걱정이 되었어요. '한량처럼 살다 오겠다'고 마음먹긴 했지만 진짜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틈틈이 일기를 썼어요. 책 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온갖 이야기를 다 썼죠. 그래서 원고를 정리하고 교정을 보면서 '부끄러우니까 이 이야기는 빼야 하지 않을까', '이 표현은 좀 점잖게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몇 번이나 고민했지요.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는 솔직해야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대로 두었답니다.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책이 나온 후 생각보다 저처럼 아프고, 외롭고, 혼자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실감했어요. 개인은 각자 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은 독립적일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뜻도 돼요.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을 때,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서 비로소 안도하는 거 같아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우주 시대라 해도요.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온전하게 독립적일 때 비소로 어른이 되는 거 같아요. 독자 여러분 모두 조화로운 삶 속에서 건강했으면 합니다. 



*진은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정책 홍보, 문화 관광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쳇바퀴 도는 현실에 허무해졌다. 그렇다고 '안녕!'하고 인생을 종칠 수는 없어서 이제라도 미련 없이 살아보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남 말대로가 아닌 내 의지대로. 청춘이라면, 젊다면 나처럼 오래 고민하지 말기를!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잘 모르는 게 실패하는 법 같다. 달리기는 배워도 넘어지는 건 못 배워서일까? 자빠지고 엎어지면 실패라고 생각했다. 성공하지 못해도, 부자가 아니라도 실패한 게 아니다. 세상살이 흥망성쇠도 인생길에선 다만 지나가는 것일 뿐. 실패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나를 살린 20일
나를 살린 20일
진은섭 저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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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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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20일

<진은섭> 저16,2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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