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 진병관의 명화 수업 이야기
『위로의 미술관』 진병관 저자 인터뷰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예술이 어떤 위로가 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작가이자 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 진병관이 신작 『위로의 미술관』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2022.09.01)
최근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 유명 전시의 경우 예매 오픈 시간에 맞춰 티켓팅을 해야 할 정도로 원하는 전시를 예약하기 어렵고, 이전과 달리 작은 미술관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벌써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과 아직 자유롭게 다니기 어려운 여행 탓일까?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예술이 어떤 위로가 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작가이자 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 진병관이 신작 『위로의 미술관』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과 인생이란 무엇이고, 이 책의 제목처럼 예술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위로할 수 있을까?
『위로의 미술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잠시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탑승해 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출발이 늦어졌습니다. 몇 명 타지 않은 조용한 기내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창밖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저의 모습이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호퍼의 그림 속 인물을 보면 도시인의 외로움이 먼저 느껴지지만 반면에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잔잔한 위로를 받고는 합니다. 지난 몇 년 우리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술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작품과 예술가의 삶을 통해 작은 '쉼'의 시간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위로의 미술관』에서 소개하신 작품이나 화가 중 작가님께 가장 각별한 작품이나 화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라울 뒤피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는 풍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화가가 될 수 있었고 여러 번 화풍을 바꾸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으려 했습니다. 그러다 잠시 붓을 내려 두고 직물 디자인을 하다가 다시 그림으로 돌아오기도 했고요.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가며 그는 늘 인생의 밝은 면을 보려 애썼습니다. 삶은 자신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지만, 자신은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고 말하면서요. 말년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힘들었지만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의지를 통해, 저 자신을 잠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성공한 화가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말이에요.
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로서, 파리에서 작품 해설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어떨까요?
프랑스에서 국립 미술관, 박물관, 유적지 등에서 작품과 역사를 해설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문화부가 관장하는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에서 작품을 앞에 두고 설명하는 도슨트는 모두 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저도 그러한 자격을 얻어 많은 분들께 작품 해설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고, 예술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책의 제목처럼 예술이 위로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일까요?
예술의 여러 기능 중 가장 큰 의미는 삶을 표현하며 위로와 희망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으며 바쁘게 살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도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런 어두운 마음이 나를 덮쳐올 때 예술을 접한다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잠시 예술가의 이야기에 귀 귀울이다 보면, 그들의 작품과 인생에서 그동안 찾지 못하던 길을 찾을 수도 있고요.
전시를 관람할 기회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해석하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을까요?
개인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술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나도 다른 이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미술을 관람하는 즐거움은 충분하니까요. 자신의 취향이 어떠 한지를 먼저 아는 것도 중요하겠죠. 관심 가는 전시회를 찾아도 좋고, 관심이 생긴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어보는 것도 권합니다.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가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고 심미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성인들은 전시 관람 등 예술을 접할 많은 기회가 있지만,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것 같아요. 예술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진로나 교우 관계 등 고민이 한참 많을 시기에 잠시 『위로의 미술관』에 찾아와 쉬다 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원했던 화가의 길을 가지 못했지만 늦은 나이에 다시 붓을 들며 행복했던 화가, 마흔이 넘은 나이까지 실패를 거듭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화가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25개의 이야기 중 마음에 든 화가의 이야기를 기억했다가 언젠가 실제 작품을 만나 보셨으면 합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이야기 속 그림을 실제 만나게 됐을 때 분명 더욱 큰 감동을 받으실 겁니다.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이 그랬듯,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진병관 벅스뮤직과 엠넷미디어에서 뮤직 콘텐츠와 사이트 기획자로 근무하던 중 더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2009년 파리로 훌쩍 떠나와, 사진전문학교 EFET를 졸업했다. 현재는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Guide-Conferencier)로서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이에게 쉽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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