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리문학상 수상작 『골목의 조』 송섬 작가 인터뷰
『골목의 조』 송섬 작가 인터뷰
조금 어둡지만 무해한 존재들이 거부당하지 않는 안전한 곳, 남들에겐 무용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장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22.08.17)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명소녀 투쟁기』에 이어 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골목의 조』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의 반지하 집에는 고양이 두 마리와 아저씨 유령, 의욕 없는 술집 주인 '조', 그리고 한없이 가볍고 다정한 지민 씨가 자연스레 흘러들었다가 사라집니다. 작가는 조금 어둡지만 무해한 존재들이 거부당하지 않는 안전한 곳, 남들에겐 무용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장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995년 생 이십 대의 신인 작가 송섬에게 『골목의 조』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골목의 조』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마침내!
박지리문학상에는 어떻게 응모하신 건가요?
『골목의 조』는 2019년에 쓴 소설을 고친 것입니다. 2년에 걸쳐 여섯 번 손을 보았더니 비로소 완성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왕 소설을 썼으니까 어디 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박지리문학상 공모를 발견했습니다. 마감 이틀 전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운명적인 만남이었네요!
『골목의 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직장 상사의 결혼식에서 만난 여자, 지민 씨에게 위스키를 얻어 마시는 장면. 그 장면에서 '나'는 앞으로 자신에게 닥쳐올 일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민 씨는 분명 말해주었겠지만, '나'가 그의 이름을 기억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그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것도, 함께 설리를 묻어주러 갈 것도 물론 알 수 없었을 테고요. 죽음과 마찬가지로 만남도 예고 없이 오는 것 같습니다. 함께 설리를 묻어준 후 지민 씨는 '나'에게 어떤 특별한 존재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벽에서 돋아난 아저씨도 인상적인데요, 아저씨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양할 것 같은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아저씨의 존재란 무엇인가요?
저는 말이 무척 많은데, 특히 소일거리를 하는 중에는 아무 이야기나 막 지껄이곤 합니다. 아저씨는 몇 년 전 손톱을 깎던 중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여자와 남자가 푹 자고 일어나니 거실 벽에 웬 아저씨가 붙어 있었습니다. 신원 불명에, 위협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벽에 하도 딱 붙어 있어 떼어낼 수도 없었습니다.
여자는 아저씨의 존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반면 남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저씨를 둘러싼 불화가 이어지고, 결국 여자는 남자와 아저씨를 떠납니다. 그 아저씨가 제 안에 남아 있다가 『골목의 조』를 고쳐 쓰던 중에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길래 이야기에 끼워줬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저씨란 갑자기 찾아오는 어떤 것, 인식할 수 있고 만질 수도 있지만 정체는 알 수 없는 것, 그러면서도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저씨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겨진 골목'은 누군가를 온전히 받아주고 성장하게 해주는 상징적인 곳인데요, 작가님에게도 이런 장소가 있는지요?
장소와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결국 내러티브라고 한다면, 좌표가 없어도 장소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을 듯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품, 소셜 미디어 속 가상의 공간, 이어폰을 꽂은 퇴근길 등등. 제 경우에 그곳은 저희 집 거실에 놓인 땅콩 모양의 테이블입니다.
박지리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 보셨나요?
『맨홀』부터 시작해 하나씩 읽어보는 중입니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인데요, 실험적이고 경쾌한 구성에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연출이 의미 전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머지도 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어쩐지 요즘은 소설이 손에 잘 잡히지 않네요.
『골목의 조』를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이 책을 특별히 더 권하고 싶은 독자가 있는지요?
다음 책도 잘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권하고 싶은 독자는 지금 혼자 있는 사람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요!
*송섬 1995년생. 중요할 때 꼭 한눈을 파는 버릇 탓에 4년제 대학을 7년 만에 졸업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글을 쓰고, 일요일엔 쉰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많은 것을 걸고 있다. 지금까지 두 명의 독자를 확보했다. 『골목의 조』로 2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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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신인 작가 송섬의 첫 책 “조, 골목에 있고 싶다면 얼마든지 있어도 돼. 그곳은 그러라고 있는 장소니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 오직 고양이 두 마리와 두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소. 그곳에 가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