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당신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이야기
『우주의 일곱 조각』
책을 펼치는 순간 또는 덮는 순간, 이제는 어쩌면 다른 세계가 시작 되리라고 기대해보아도 좋겠다. (2022.06.20)
저곳 너머에 전혀 다른 세계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본 적이 있는가. 새로운 공간에서는 물론이고, 늘 지나던 골목의 끝에서, 자주 드나들던 건물의 입구를 지나는 찰나에, 문득 어떤 예감이 찾아들 때가 있다. 무언가가 시작된다. 바뀐다. 다르다. 그 예감은 현실이 될 때도 있고 그저 이상한 기분에 그칠 때도 있지만 그 순간 우리를 둘러싼 공기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주의 일곱 조각』은 그 작은 변화들을 포착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일곱 조각』은 『모두가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애주가의 결심』 등 전작을 통해 자신만의 화법을 다져온 작가 은모든의 첫 연작소설집이다. 경쾌하고 소소하게 펼쳐지는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사는 동안 꼬박 끌어안은 고민과 알아채지 못했던 의문들이 속속 고개를 든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몇 번이고 멈춰 문장을 가만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삼십 대 여성 셋이 있다.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에서 그들은 비슷하기도 전혀 다르기도 한 저마다의 삶을 산다. 일과 육아로 분투하던 이가 또 다른 세계에서는 제주에서 홀로 칵테일 바를 운영하기도 하고 주변 환경에 떠밀리듯 결혼을 택했던 이는 새로운 독립생활을 그린다. 작은 계기로 하나둘 뻗어 나왔을 각각의 우주에서 서로는 서로의 또 다른 가능성이 된다. 잠재한 차원의 문이 된다.
무수한 가능성들을 품고 셋 혹은 스물하나, 아마 그 이상의 삶을 마주하고 있을 그들은 그곳에서 각자의 시간을 충실히 살아간다. 여기 우리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우연히 잠시 맞닿은 수많은 우주를 어떤 예감과 함께 스쳐 지나면서. 그리고 책을 펼치는 순간 또는 덮는 순간, 이제는 어쩌면 다른 세계가 시작되리라고 기대해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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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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