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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모순은 변덕이 아니라 유연성이다

『뜻밖의 한국』 유건재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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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한국』은 ‘한국식 경영 전략’을 정리한 최초의 책이자, 한국인의 특성을 경영학적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연구이다. 이 책의 저자 유건재 교수는 한국식 경영의 본질을 찾기 위해 먼저 한국인의 특성을 분석했다. (2022.06.20)

유건재 교수

불과 한 세대 전, 폐허였던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발전을 이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뜻밖의 한국』은 ‘한국식 경영 전략’을 정리한 최초의 책이자, 한국인의 특성을 경영학적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연구이다. 이 책의 저자 유건재 교수는 한국식 경영의 본질을 찾기 위해 먼저 한국인의 특성을 분석했다. 우리 고유의 특성을 파악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경영 전략과 문화를 더욱 다져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한국인이 가진 ‘모순성’의 긍정적 효과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비단 기업 경영뿐 아니라, 조직 문화 및 리더십에 대해 고민이 많은 개인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다.



『뜻밖의 한국』이라는 제목처럼 경제, 문화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한국의 고도성장은 ‘싸면서도 품질이 괜찮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원가 우위 전략의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의 중심축이 전환되는 시기에 한국 기업은 다른 나라에서 엿볼 수 없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한국식 경영의 실체와 본질’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인의 특성을 분석해보았는데 일관적인 패턴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인이 가진 모순성이 경영 방식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죠.

‘모순’이란 양립할 수 없는 2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질도 좋은 제품을 요구한다든지,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더 안전해지기를 바란다든지, 일을 꼼꼼하게 하면서도 빨리해내려는 이러한 한국인의 모순성이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모순성이 가진 모순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 한국인의 저력은 무엇인가요?

한국인들은 천성적으로 모순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모순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 경영학에서 모순은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기업의 생존과 영속성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고, 조직의 대처 여부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모순은 미래의 조직에는 상수입니다.

한국인은 이 모순에 매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빨리빨리 하면서도 은근하고 끈기 있게 큰 목적을 향해 갑니다. 열려 있어 많은 것들을 참고하되,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조직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지만,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 미래의 경영 환경과 한국인의 궁합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한 피터 드러커의 평가가 놀라웠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이 말은 어떤 뜻인가요?

피터 드러커는 짧은 시간에 경공업을 넘어 중화학, 전자 산업에서도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한 한국을 기업가 정신이 잘 실천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구의 경우 100년이 넘게 걸린 산업화를 한국은 40년 남짓이라는 시간에 이루어 냈기 때문입니다.

기업가 정신은 기회를 찾아내고, 그 기회를 시장에서 현실화해내는 능력으로도 볼 수 있는데, 한국은 짧은 시간에 그것들을 잘 실천해 왔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기업가 정신은 피터 드러커가 좋은 평가를 했던 시기와는 다르므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인의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특징은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특징은 융합과 연결입니다.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되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기존 산업의 구조도 바뀌고 있습니다. 다양한 운송 수단이 모빌리티라는 개념으로 통합이 되어 가면서, 자동차 기업, 지도 서비스를 하던 기업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그 맥락입니다.

융합의 바탕은 '유연성'과 '받아들임'입니다. 한국인은 유연성이 높은 편입니다. 새로운 정신이나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낮아 수용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서 최근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테스트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내 나라’, ‘내 집’이 아니라 한국어는 ‘우리나라’, ‘우리 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처럼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단주의는 동양의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한국도 강한 집단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특히 서구 문화에서는 ‘우리 집’ 혹은 ‘우리나라’라는 표현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요즘 MZ세대의 강한 개인주의 성향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MZ세대의 개인주의화는 전세계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집단주의 뿌리는 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주의화가 강해지지만, 동시에 집단주의의 특성이 많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집단주의 성향은 MZ세대에는 오히려 강한 개인주의를 보완해 줄 특성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영 방식과 한국의 경영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한국식 경영’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한국 기업들은 고유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경영을 해왔습니다. 단지 인식을 잘 해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경영학은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학문이라서 미국 기업들을 위한 연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일본 기업의 경우도 역사가 길고, 미국 기업 모방에 대해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유의 경영 방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 미국 기업들을 모방해왔지만, 특유의 경영 방식이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집단주의 속에 강한 주체성, ‘빨리빨리’와 은근과 끈기의 공존, 개방성과 폐쇄성의 공존, 융합의 정신 등이 그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뜻밖의 한국』 독자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한국인이라는 단어가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력고사 세대인 제가 가장 어려워한 과목이 역사였습니다. 아무런 맥락 없이 연도와 이름, 제도를 암기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에 한 부분이 한국인이고, 한국 기업의 한 부분이 한국인의 특성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 이후, 한국 역사에 대한 관점과 흥미도 달라졌습니다.

경영은 보편성을 중시합니다. 이론과 제도들은 어디서든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이론과 제도가 실행될 때는 특수성, 즉 실행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경영이 이루어질 때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한국인에 대한 성찰과 이해는 이 특수성을 잘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독자분들이 한국인의 모습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유건재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서강대학교에서 학사,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석사, 코넬대학교에서 조직행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혁신과 모순이다.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모순의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문화와 혁신, 그리고 모순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규명함으로써 한국인의 특징이 기업 속에서 구현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미래 한국 기업의 성공을 판가름할 중요한 단서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뜻밖의 한국
뜻밖의 한국
유건재 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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