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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라는 신기루 : 갓세븐의 완전체 컴백
갓세븐(GOT7) <GOT7>
갓세븐의 완전체 컴백 소식은 그렇게 팬들도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을 즈음 전해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들이 갓세븐이라는 그룹명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었다. (2022.05.25)
얼마 전 아이돌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예전이라면 어렵지 않게 대답했을 이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이기에 이곳에 대답을 쓰기는 어렵다. 다만 평소와 조금 다른 걸 생각하며 답했다. 10대에서 20대 사이의, 대부분 동일한 성별로 구성된, 음악만큼 퍼포먼스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강력하고 거대한 팬덤을 몰고 다니는 - 이런 일견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체하는 것들은 전부 제했다. 이제는 단순한 ‘아이돌’이라는 개념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 버린 커다란 세계 속에 자신만의 공간을 발견해 똬리를 틀고 앉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답했다. 만드는 사람이건, 포장하는 사람이건, 사랑하는 사람이건, 그 안의 사람들만을 생각했다.
지난 5월 23일, 그룹 갓세븐이 컴백했다. 지난해 1월 데뷔 후 7년간 함께 해 온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 불발이 알려진 후 발표한 싱글 ‘앙코르 (Encore)’ 이후 1년 3개월 만이었다. 일주일 만에도 수없이 많은 그룹이 컴백하고 굿바이 하는 바쁘다 바빠 케이팝 시장에서 뭐 그리 큰일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대단한 일이었다. 우선 이들은 이미 멤버 모두 본격적인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상태였다. 특히 기존 소속사인 JYP와 계약 연장을 한 멤버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상식적으로 갓세븐의 재결합을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무엇보다 큰 요소였다.
멤버들이 새로 찾은 둥지도 각자 달랐다. 리더인 JB는 박재범과 차차말론으로 유명한 하이어 뮤직 레코즈와 연을 맺었고, 잭슨은 ‘팀 왕’이라는 자체 레이블을 설립해 활동의 폭을 넓혔다. 마크는 미국 에이전시 CAA와 전속 계약을 맺었고, 진영은 배우 중심의 BH ENTERTAINMENT로 소속을 옮겼다. 영재와 유겸, 뱀뱀은 각각 자신의 활동 방향과 음악적 색깔에 맞는 써브라임과 AOMG, 어비스 컴퍼니를 택했다. 살뜰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간 멤버들의 개인 활동도 활발했다. 대부분이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그 가운데 잭슨은 최근 88라이징과의 협업으로 북미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는 큰 경험을 했다.
갓세븐의 완전체 컴백 소식은 그렇게 팬들도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을 즈음 전해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들이 갓세븐이라는 그룹명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었다. 오랫동안 케이팝을 지켜봐 온 이들은 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온, 전속 계약이 만료된 아티스트와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을 소유한 소속사 사이 벌어지는 눈 뜨고 보기 힘든 진흙탕 싸움 말이다. 멤버 JB는 컴백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룹명 갓세븐과 JJ Project, Jus2 같은 유닛명 권리 모두를 전 소속사와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접 이양 받았다고 전했다. 당연한 일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홍시에서 홍시 맛이 나지만 홍시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이렇듯 꽤 순탄해 보이는 컴백이었지만 활동은 여의찮았다. 음악 방송 무대 한 번 올리기가 어려웠다. 대신 팬 콘서트로 오래 기다린 팬들을 만난 이들은 앞으로 완전체 활동을 왕성하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과 팀 활동을 병행하며 다양한 모습을 나누고 싶다는 속마음을 전했다. 당연하게도 자신들을 기다려준 이들을 향한 메시지로 꽉 찬 새 EP <GOT7>을 들으며 생각했다. 비록 그것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순간의 신기루일지라도, 이들을 이렇게 다시 모이게 만드는 힘은 뭘까. 오는 8월 데뷔 15주년 기념 음반 소식을 전한 소녀시대나,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이름을 내걸고 꾸준한 활동을 해 나가고 있는 하이라이트의 사례도 문득 떠올랐다. 쉽게 지킬 수 없는 약속인 걸 알면서도 영원을 말하고, 수많은 어른의 사정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한 영원의 신기루를 잠깐 만들고 또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그 사이 비즈니스가 좀 끼어들면 어떤가. 누군가를 대가 없이 사랑하고,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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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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