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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님 “나를 있게 한 사람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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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나의 두 사람』이 ‘30년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모은 책이라면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는 그 후로부터 1년 동안 할머니를 간병하면서 떠오른 이야기들을 모두 쓴 책이었어요. 그렇다면 이 다음에는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막막했어요. (2022.05.23)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책.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책.’ 김달님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독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감상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먹먹하게 가닿는 글을 쓰는 작가의 세 번째 책이 출간됐다. 백지 위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내내 ‘무엇을 더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작가. 그 막막함 앞에서 그는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했다. 자꾸만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얼굴들, 지금의 김달님을 만든 사람들을. 



서른 넷의 김달님이 쓸 수 있었던 이야기 

3년 만에 출간된 책이에요. 소감이 어떤가요? 

이번 책은 ‘성덕’의 책이에요(웃음). 지난 2019년 <책읽아웃>에 출연했을 때 “친해지고 싶은 작가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 ‘김혼비’ 작가님을 얘기했었는데, 이번에 추천사를 받았어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님도 추천사를 써주셨죠. 제가 사는 창원에는 상영관이 없어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영화를 보고, 대본집까지 샀는데 말이에요. 표지 그림을 그려주신 ‘함주해’ 작가님도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편집자님이 함주해 작가님의 그림으로 표지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을 때 너무 신기했죠. 정말 성공한 덕후가 된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반복해서 듣는 노래가 있으시다고요. 이번 책을 쓰면서는 어떤 노래를 많이 들었나요? 

최근에 마무리한 원고들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 ‘우리 식구(My family)’를 들으며 썼어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라 집중할 때 듣기 좋더라고요. 이 책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천용성의 ‘보리차’예요. 글을 완성해서 편집자님께 보낼 때마다 글을 쓰면서 들었던 음악의 제목을 메일에 적어서 함께 보냈는데요. 편집자님도 그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편집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출간이 늦어졌던 이유에 대해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한 시간만 1년”이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첫 책 『나의 두 사람』이 ‘30년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모은 책이라면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는 그 후로부터 1년 동안 할머니를 간병하면서 떠오른 이야기들을 모두 쓴 책이었어요. 그렇다면 이 다음에는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막막했어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으니 이제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요. 편집자님께 이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그게 작가님의 삶이라고, 그 안에서 무엇이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죠.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비슷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맞아요. 저는 여전히 가족에 대해 쓰는 게 좋아요. 제일 쓰고 싶은 이야기이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예요. 그걸 빼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는데 이번 책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앞으로는 우리 가족의 다른 면들을 더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까지 펴낸 책에서 할머니는 아픈 사람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는데, 사실 무척 명랑하고 삶을 긍정하는 분이시거든요. 또 다시 책을 쓴다면 우리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의 시선이 확장된 느낌을 가장 많이 받은 건 ‘엄마’에 대한 글이에요. 이번 책에서는 경쾌하게 엄마를 회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의 두 사람』에 실린 ‘마더’라는 글은 서른 살에 썼어요. 당시에는 그분에 대한 원망,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곤 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글에 담겼죠. 서른 네 살의 저는 그분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종종 글쓰기 수업을 나가서 중학교 여학생들을 볼 때가 있는데, ‘우리 엄마가 저 나이에 나를 낳았구나.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이번에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바뀐 건 그분이 나를 버렸다, 떠났다고 생각하기 보다 ‘엄마가 살아보고 싶은 삶을 선택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거기까지 나아가니 저도 좀 더 자유로워지더라고요. 

‘송백’, ‘동춘’, ‘대화’ 등 아버지와 고모들의 이름에 대해 쓴 글도 기억에 남아요. 모두 할아버지께서 지으셨다고요.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 특별하다고 느낀 건 언제부터였나요?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의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 뜻을 살펴본 지는 얼마 안 되었고요.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낯을 가려서 제 이름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교과서에 ‘달님’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긴장되고, 혹시 선생님이 이름을 부를까봐 조마조마하곤 했죠. 그런데 첫 책을 출간하고 달님이라는 이름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름과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거나, 할아버지가 멋진 이름을 지어주셨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김혼비 작가님도 추천사에 쓰셨죠. “김달님은 어쩜 이름도 김달님이야!” 

추천사를 받고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어요. 제가 BTS의 지민을 좋아하는데 “지민은 어쩜 이름도 지민이지?”라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웃음).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나 혼자서 내가 될 수는 없으니 

이번 책에는 가족뿐 아니라 지금은 연락이 끊긴 어린 시절의 친구, 애인 등 작가님 삶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어요.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면서 떠오른 의외의 인물이 있나요? 

이번 책에는 두 엄마에 대한 글이 모두 실렸어요. 한 편은 저를 낳아준 엄마에 대한 글이고, 다른 한 편은 아빠의 재혼으로 생긴 엄마에 대한 글이죠. 두 번째 엄마는 ‘서영’이라는 가명으로 책에 등장해요. 사실 여태껏 서영에 대한 글을 써본 적이 없어요. 일기장, SNS 등 그 어디에서도 짧은 문장조차 써본 적이 없는데 문득 이 사람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영을 좋아하는 마음과 별개로, 어색한 마음이 늘 공존했는데 최근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지난 1년간 서영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덕분인가 봐요. 서영에 대해 쓰게 된 게 가장 의외였고,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이기도 해요. 

“사실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있잖아. 나는 내가 엄마라고 부르는 걸 엄마가 원하지 않을까 봐 망설여진다고(63쪽)”라는 문장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엄마’를 하나의 애칭으로 삼겠다는 생각도 애틋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 서영은 너무 젊고 예쁘고 세련된 여자였거든요. 줄곧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컸지만 한 번도 표현을 해 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서영을 엄마가 아닌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여성’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하더라고요. 지금도 엄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엄마라는 말을 애칭으로 삼자고 생각한 덕분에 한 번씩 불러볼 수 있게 되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 주변에는 ‘좋은 어른’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해보면 늘 저를 도와주려는 어른들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국어 선생님께서 “엄마가 필요할 때 언제든 나에게 와도 된다”고 말씀해주셨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제 대학 입시 원서비도 대신 내주셨죠. 지금껏 만난 직장 상사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었어요. 최근까지 다녔던 회사의 상사 분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어요. “언제나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글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해요. 그들에게서 들은 말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글 ‘그곳으로 가자’의 주인공인 친구가 “침대 머리맡에 편지 몇 장을 붙여놨는데, 불면증이 오거나 괴로울 때 그 편지를 읽으면 계속 살고 싶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중에 제가 쓴 편지도 있다고요. 이번 책의 낭독 영상을 그 친구가 찍어줬는데, 제가 ‘그곳으로 가자’를 읽었거든요. 책이 출간되기 전에 영상을 찍었기 때문에 친구는 원고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꼼짝없이 자기에 대해 쓴 글을 듣게 되었죠. 제가 글을 읽다가 몇 번을 울어버려서 NG가 많이 났는데요(웃음). 촬영을 마치고, 친구가 “머리맡에 둘 수 있는 편지가 하나 더 생겼다”는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너무 좋더라고요. 

글쓰기 수업에 온 아이들에게 ‘내가 기쁨을 느꼈거나, 슬픔을 느꼈던 순간 한 가지’를 생각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셨죠. 작가님께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느낀 기쁨과 슬픔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가 출간된 게 최근의 가장 큰 기쁨이에요. 독자 분들의 리뷰와 지인들의 응원을 보느라 내내 들떠 있었어요(웃음). 무엇도 이 기쁨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장 슬픈 일은 2시간 전에 할머니의 면회가 취소된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와 대면 면회를 하는 게 어려웠는데, 얼마 전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되어서 일년 만에 할머니를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왔거든요. 그런데 병원에 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요. 날씨가 좋을 때 하루라도 빨리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글을 쓰는 내내 ‘너무 사적인 이야기로 읽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은 분들이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책에 “나는 결코 나 혼자서 내가 될 수는 없음이라고(157쪽)”이라는 문장이 있는데요. 여러분을 지금의 여러분로 만들어 주었던 어떤 시절과 사람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달님

어느 날 교복을 입고 길을 걸어가는데, 자신을 도인이라 소개한 이가 나를 붙잡아 세우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군요. 그때는 인복이라는 게 다른 복들에 비해 시시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복 덕분에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음을 안다. 내게 복이 있음을 알려준 많은 이들에게 부지런히 내 복을 나눠주고 싶다.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나의 두 사람』을 썼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김달님 저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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