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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가 쓴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백정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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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은 ‘쉬운 정보’(easy read)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의 첫 책으로 무엇보다 장애인 동료, 가족의 일상에 주목한다. (2022.05.20)

백정연 저자

“우리 만나고 삽시다! 만나야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지요.”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장애인권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장애감수성의 필요를 이야기하지만 각각의 장애인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함께 사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서로의 일상을 아는 것! 생각이 성숙한 친구보다 힘들고 좋았던 일을 시시콜콜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곁이 되고 위안이 된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은 ‘쉬운 정보’(easy read)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의 첫 책으로 무엇보다 장애인 동료, 가족의 일상에 주목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과 동네에서 장애인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장애인 친구와 여행을 가거나 식사 약속을 잡으며 한번쯤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직장에서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며 가져야 할 태도나 준비해야 할 것,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기만 해도 의미 있을 일을 담담히 보여 주며 멀게만 느껴졌던 장애인의 삶을 성큼 가까이 가져온다.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를 공부하는 데 가장 좋은 디딤돌이 될 책이다.



이동권 이슈로 한창 뜨거울 때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란 제목으로 첫 책을 내셨네요. 책의 서문에서도 척수장애인 남편과 이동하며 겪는 일상의 문제를 세세히 다루셨는데, 책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결혼하고 나서야, 장애를 가진 남편이 사는 사회와 비장애인인 제가 사는 사회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남편과 함께 외출할 때마다 마주하는 차별 가득한 사회가 낯설었지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사회복지사로 꽤 오래 일했어요. 일터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경우도 흔했고요. 스스로를 장애감수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차별이 더 낯설고 강렬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주변 비장애인들에게 이야기하면 다들 생각지도 못한 문제라며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겪은 놀라운 차별 경험을 조금이라도 널리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페이스북에 남편과 보내는 일상 이야기를 종종 써 올렸어요. 그런 찰나에 사공영 편집자님이 집필을 제안하셨고요. 

쓰기로 결정한 게 작년 8월이니 책은 이동권 이슈가 뜨거워지기 전부터 준비했는데요, 책이 나올 때쯤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어요. 자기 몸을 내던지며 기본권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분들께 빚을 지고 있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회를 바꾸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그래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장애와 장애인의 ‘삶’을 알고 관심을 가지도록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셨으면 이전에도 장애인 동료나 의뢰인을 만날 일은 충분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가정과 직장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으시다고요. 

인권과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데 진심으로 공감하고 동의해요. 그런데 ‘삶’은 조금 더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거더라고요.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제 역할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는 것이었는데요, 일상을 누릴 환경이나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의 이동권도 같은 맥락이죠. 우리가 살면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일은 고민이 필요 없는 사소하고도 기본적인 일상이잖아요. 저는 어디를 갈 때 편하게 가고 싶은지, 빨리 가고 싶은지, 교통비를 최소한으로 들여서 가고 싶은지 등에 따라 교통편을 정해요.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 특히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고민을 할 수 없어요. 주어지는 선택지가 이미 제한적이거든요. 시간이 몇 배 더 걸리는 건 기본이고, 가는 동안 여러 가지 위험을 마주해요. 얼마나 제한적이고,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더라고요. 이런 이동권 말고도 장애인의 일상으로 들어와 보니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더 “만나고 살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거고요. 더 많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삶을 겹치며 살면 좋겠어요.



‘쉬운 정보’(easy read)라는 개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어요. 쉬운 정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하루 종일 정보를 접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 정보를 확인하고, 출근하면서는 교통 정보를 살피고,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정말 수많은 정보를 마주해요. 그런데 이 보편적인 정보들도 전부 비장애인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지요.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보기 어려워요.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보는 데 어려움을 겪잖아요? 점자나 음성으로 정보를 얻습니다. 청각장애인은 수어나 글자로 얻고요. 그런데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을 지원하는 방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어요. 발달장애인은 인지에 어려움을 겪으니까,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면 쉬운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원래의 정보에서 전문용어, 한자어, 외래어를 덜어내고 쉬운 말로 대체한 다음 사진이나 삽화 같은 이미지를 더한 것을 쉬운 정보라고 해요. 사람마다 쉽다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책에 쉬운 정보로 만든 근로계약서 일부를 실어 두었으니 보시면 ‘아, 이런 거구나’ 하고 바로 아실 거예요.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 같지만,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에요. 그 선택과 결정을 좌우하는 정보가 어려워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이 일을 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쉬운 정보 만드는 일을 한 지 어느덧 6년 차인데요, 쉬운 정보를 만들고 활용할수록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편하게 접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걸 경험해요. 그래서 이제는 자신 있게 ‘쉬운 정보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많은 비장애인들이 예의 없는 사람이 되거나 무지한 사람으로 비춰질까 봐 장애인 동료나 장애인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떠셨나요? 이런 걱정이나 두려움을 어떻게 떨쳐 버릴 수 있는지, 정말로 떨쳐 버리고 먼저 다가가는 수밖에 없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처음 만나는 사람은 서로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 만나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장애를 공부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장애인을 잘 아는 건 아니거든요. 도움이 필요한지,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없는지 솔직하게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우리 편집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인데, 이 글이 이 고민에 답변이 될 것 같아요. 

“장애를 공부하고 많은 장애인을 만나 보았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고 착각일 수 있다. 일터에서 업무로 만나 어떤 장애인을 알게 되더라도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모든 비장애인이 ‘비장애인 집단’에 속한 구성원이 아니듯 모든 장애인 역시 ‘장애인 집단’의 구성원이 아니다.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듯, 아무리 많은 장애인을 알아도 처음 보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

책을 쓰시며 특별히 어떤 독자를 가장 만나고 싶으셨는지, 만나서 이 책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책에 나오는 ‘천사 같은 색시’라는 말을 무심코 하는 사람들, 악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을 하고 있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2019)들이 봐 주길 바랐어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은 좋은 사람, 장애인과 함께 사는 비장애인은 착하고 천사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요. 여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면 무조건 비장애인이 희생할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죠. 저는 그런 생각이 편견보다는 무지에서 출발한 것이라 믿어요. 편견 가진 사람을 대하기는 어려워도 무지한 사람에게는 아니라는 걸 알려만 주면 되니까, 제 책을 보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랐죠. 읽어 보시면 알 거예요. 남편은 장애를 가졌지만 저의 희생이나 무조건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집안일도 나눠서 하고, 피곤할 때는 서로 미룹니다.

“모든 집에 장애인이 한 명씩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이 먹먹하게 다가와서 큰 울림을 주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의미인지, 살을 좀 붙여 설명해 주신다면요? 

장애인을 ‘나와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사회가 장애를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하는 일을 겪었을 때 주로 하게 되는 말이에요. 모든 집마다 장애인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바르게 변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만 보더라도 스스로를 장애감수성 높은 사회복지사라 생각했지만 막상 장애인 가족이 되니 새로운 것을 매일 발견하며 살고 있거든요. 정말 바라는 건, 모든 집마다 장애인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의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봐 주길 바라는 거고요.

책에는 쓰지 못했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두 번째 책을 쓰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시고 싶은지 이야기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오래 해 온 생각을 책에 담긴 했지만 책이라는 형물에 생각을 담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정말 어려웠어요. (우리 편집자님도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고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다음 책에 대한 질문을 해 주신 덕에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지금까지도 그랬듯 앞으로 살면서도 저와 남편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더 좋아지는 것도 있을 테고, 변하지 않은 채로 이어지는 것들도 있겠죠? 그런 경험과 생각, 감정을 계속 기록해서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준비하며 이어지는 삶, 또 다른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해 두려고요. 

사실 책 제목이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서 걱정이 좀 됐어요. 구체적인 방법이나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감정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부제가 그런 뜻을 잘 담고 있다고 느껴요. 출판사에서 정해 준 부제를 보자마자 걱정을 내려 두었지요. 서로 다른 몸을 가진 우리가 경계를 허물며 살 수 있도록 서로의 일상에 관심을 갖고 삶을 겹치며 살기를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요. 



*백정연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살고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사회적기업가. 어린 시절 우연히 사회복지사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사회복지사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발달장애 관련 기관에서 일하다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을 설립했다. 척수장애인 남편과 함께 살며 비장애인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차별을 거의 매일 겪는다. 장애인과 결혼하고 장애 관련 분야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착하다, 대단하다, 멋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 칭찬의 이면에 자리 잡은 더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에 대해 더 자주, 더 널리 이야기하고 싶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백정연 저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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