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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클래식]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인문학 클래식>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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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는 지금 펼쳐지고 있는 장면이 단지 신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아이스퀼로스나 소포클레스 같은 다른 비극 작가들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2022.05.10)


<인문학 클래식>은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분야 고전 중 필독서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민음사의 노하우로 엄선한 고전들을 사전 연재로 만나 보세요.

에블린 모건, 「메데이아」 (19세기)

“인간들 사이에 있는 모든 질병 중 가장 큰 것, 즉 뻔뻔함이지!” _메데이아

이번에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 가운데 가장 지적이고 다층적인 에우리피데스의 대표작 「메데이아」에서 일부 대화를 소개합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한 남자에게 헌신했던 여인이 그 남자에게 버림받자, 자기 아이들을 죽여서 남편에게 복수하는 내용입니다. 

에우리피데스의 창작으로 재탄생하는 메데이아 이야기에는 특히 서로 말싸움하는 장면이 유명해서 후대에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아이 한 번 낳느니, 전쟁에 세 번 나가겠다.”라는 메데이아의 대사와 “여자를 통해 아이를 얻지 말고, 어디서 달리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아손의 대사 등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나긴 논쟁으로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에우리피데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는 소피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당대 현실을 담은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에우리피데스는 지금 펼쳐지고 있는 장면이 단지 신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아이스퀼로스나 소포클레스 같은 다른 비극 작가들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폴 세잔, 「외젠 들라크루아를 재해석한 메데이아」 (1880년대)


(메데이아가 태양신의 수레를 타고 지붕 위에 나타난다.)


메데이아     

그대는 왜 지렛대로 문을 흔들며 억지로 열려 하는가?

시신들을 찾고, 또 그 일을 이룬 나를 찾으려는 것인가?

그러한 수고는 그치라, 나를 원하는 거라면.

바라는 게 있거든 말하라, 하지만 결코 손을 대지는 못할 것이다.

이 수레는 내 아버지의 아버지이신 태양신께서

내게 주시는 것이니, 적대적인 손길에 대한 방어책으로


이아손     

오 혐오스러운 존재여, 오 가장 원수 같은 여자여,

신들께도, 나에게도, 모든 인간 종족에게도!

너는 네가 낳은 네 자식들에게 감히 칼을 

박았고, 나를 자식 없이 만들어 파멸시켰다.

그런데 이런 짓을 해놓고도 태양과 대지를

제 눈으로 보고 있다니, 가장 불경스러운 짓을 저지르고도?

파멸해 버려라! 내 이제야 알겠다, 이전에는 몰랐던 것을,

내가 너를 너의 고향에서, 야만의 땅으로부터 1330

헬라스에 살도록 데려왔을 때, 큰 재난을 데려왔다는 것을.

너는 네 아버지와, 너를 키워준 그 땅을 배신했으니.

신들이 네 죄에 대한 복수의 신을 내리꽂은 것이다.

너는 네 형제를 고향의 화덕 곁에서 쳐 죽이고서

뱃머리 아름다운 아르고호에 올라탔으니까. 

너는 이런 일로 시작했지. 그러고는 이 사람과

결혼하여 내게 아이들을 낳아주었어.

하지만 결혼의 침상과 잠자리 때문에 그 아이들을 죽였어.

헬라스 여자들 가운데는 감히 그런 짓을 한

여자가 없지. 그런데 나는 그런 여자들보다 너와 

결혼하는 게 낫다고 믿었다니, 그것이 내게 적대적이고 파멸적인

이익이었는데도.

너는 암사자였어, 여자가 아니라, 튀르레니아의

스퀼라보다도 더 사나운 성질을 지닌!

물론 무수한 비난도 네게 상처를 주지는

못하겠지, 너는 그 정도로 뻔뻔함을 타고났으니까. 

꺼져라, 수치스러운 죄를 저지르고, 제 아이를 죽여 오염된 것아!

하지만 내게는 비탄에 빠지는 것만이 운명으로 남아 있다니!

나는 새로운 결혼 침상에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는데,

내가 낳고 기른 아이들을 살아 있을 때 만나

인사하지도 못하다니, 나는 완전히 망했어!


5월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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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민음사 편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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