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특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기의 이유는? - 곰출판 심경보
<월간 채널예스> 2022년 4월호
책의 인기 뒤에서 묵묵히 책을 만드는 이의 속내는 무엇일까? 출판계에 물고기의 감수성을 퍼트린 곰출판의 심경보 대표를 만났다. (2022.04.04)
책의 인기 뒤에서 묵묵히 책을 만드는 이의 속내는 무엇일까? 출판계에 물고기의 감수성을 퍼트린 곰출판의 심경보 대표를 만났다.
곰출판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3월 현재 예스24의 자연 과학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국내 도서 베스트셀러 순위는 5위이고요.
얼떨떨하죠.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과학책이 종합 순위에 오른 것이 꽤 오랜만이라 들었어요. 작은 출판사들의 ‘희망의 산증인’이 된 것 같아 한편으론 기쁩니다.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저마다 공감하는 지점이 달라서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소설처럼 읽힌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내용에 빠져들게 하는 어떤 ‘문장의 힘’이라는 게 이 책에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이 점은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으로 화제입니다.
일반적인 베스트셀러 탄생 과정과는 달라 더 그런 것 같아요. 1인 출판사가 홍보를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그래도 번역가 선생님과 편집자의 반응이 좋았던 터라,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 측면은 있습니다. SNS에 책 소개 더 많이 올리고 오피니언 리더에게 책 더 많이 보내고요. 최소한의 기본적인 홍보는 진행했지만 특별한 홍보 기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입소문의 위력을 실감할 뿐이죠.
유튜브 〈겨울서점〉에서 “2021년 개인적인 최고의 책”이라는 추천을 한 것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정보를 찾아보지 말아라.” “끝까지 읽어야 한다.”라는 당부를 했는데 스포일러가 없는 상태에서 완독해야 특별한 감동을 만날 수 있다는 독자평, 예상했나요?
예상하지 못했죠. 저도 처음 번역 원고를 읽고 이 책의 압권은 에필로그에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전반적인 글 맵시가 좋아서 콕 집어 어떤 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느끼지 못했어요. 그 점에선 김겨울님의 저 당부가 오히려 최고의 홍보 효과를 낳은 듯합니다.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늘 해오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아마존에서 평소에 관심 있던 과학 분야를 둘러보다 우연히 눈에 들어왔고, 호기심에 내용을 파악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이 운 좋게 계약으로 이어졌고요. 일반적인 과학책보다는 과학을 매개로 개인적인 서사가 얽힌 이야기에 관심을 갖던 시기여서 출간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번역된 한국어 원고를 제일 먼저 읽으셨을 텐데요. 독자로서 느꼈던 감상평은 무엇일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무엇보다 참 잘 읽혔어요. 과학이라는 외피를 두른 채 추리 소설처럼 이어지는 전개가 독특했지요. 후반부의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한동안 멍해지기도 했고요.
한국어판 표지는 물고기와 함께 인어가 들어간 일러스트를 사용했습니다. 책 표지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원서에 있는 일러스트의 독특함은 처음부터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표지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물고기는 일종의 ‘범주’나 ‘신념’의 메타포라고 여겨져요. 저자는 그것을 부수고자 했고요. 하지만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할 또다른 존재이기도 하죠. 주제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가 채색한 색감도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고요.
부제가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만 풀어서 설명해주신다면?
좌절과 극복, 충격과 혼돈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저자의 고군분투기? 혼돈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책의 제목, 부제는 물론이고 띠지에조차 책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없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과학책인지, 에세이인지, 전기인지 한눈에 분별하기가 어려운데요.
정보를 명확히 드러내야만 하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사실 누구라도 이 책을 만든다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다른 세계는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라는 띠지의 문장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시인 예이츠의 글을 저자가 인용한 문장입니다. 편집자가 제안한 카피인데, 듣자마자 머리에 콱 박혔어요. 주제도 숨어 있고 궁금증도 불러일으키고, 라임처럼 왠지 문장에서 리듬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이미 이 책을 읽은 독자, 앞으로 읽을 독자에게 각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책을 읽은 독자분들께는 이 질문을 다시 던져보고 싶어요. “그래서 물고기를 포기한다면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덮은 후 각자 얼마나 생각이 확장됐을지 궁금해요. 앞으로 읽을 독자분들께는 책에 나오는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이 문장을 전하고 싶습니다. 삶이라는 혼돈 앞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심경보 곰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만드는 곰출판 대표. ‘곰’을 뒤집으면 ‘문’이 된다. 생각을 바꾸면 또 다른 ‘문’이 우리를 기다릴지 모를 일. 그런 '문'이 되고 싶어서 곰출판을 만들었다. 『인류세의 모험』 『오해의 동물원』 『시간의 각인』 등 과학·인문·예술 분야의 책을 주로 펴내고 있다. 책 속의 구원과 책 밖의 현실 사이에서 여전히 헤매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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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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