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심리 상담가가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 장성숙 저자 인터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세요. 만약 그것이 어려우면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나 최선을 다하세요. 그렇게 해서 괜한 망상이나 잡생각을 지우면 그만큼 건강해지고, 헛된 것을 좇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2.03.31)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나 분노를 일삼거나, 미래를 당겨와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한다. 과거에 공부하지 않았음을 한탄하고, 이미 내뱉은 말에 대해 후회한다. 멀쩡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짤릴 것을 걱정하고, 아직 오지도 않은 은퇴 이후의 생계를 걱정한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의 저자이자,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상담 전공 교수로 30년간 재직한 뒤, 현재 극동상담심리연구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성숙은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세요. 만약 그것이 어려우면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나 최선을 다하세요. 그렇게 해서 괜한 망상이나 잡생각을 지우면 그만큼 건강해지고, 헛된 것을 좇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이다. ‘진짜 현재’에 있는 마음은 결코 괴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상담 사례를 경험하면서 저자가 깨달게 된 인생의 지혜다. 책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에는 이같이, 사람들에게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는 ‘특별한 힘’이 담겨 있다.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과 날카로운 지적은 사람들을 좀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도록 만든다.
책 제목이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예요. 작가님의 인생 철학을 반영한 제목 같은데요, 어떠한 이유로 이 제목을 붙이게 되셨나요?
많은 사람이 삶에 치이며 무거운 마음으로 사는 게 안타까워 그러한 제목을 달았습니다. 잠시 살다가는 인생인데, 뭘 그렇게 힘겹게 사는가 해서입니다. 가능한 한 즐겁고 가뿐하게 사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잘사는 지름길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가볍게 사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행동할 때 좀 더 가뿐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세상 무난하게 살려면 다른 무엇보다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자신감이란 그때그때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지 다른 게 아닙니다. 자신을 표현하다 보면 엉클어진 마음이 정화되거나 정리되며, 나아가 삶에서 꼭 필요한 의사소통의 기술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가뿐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꾸 자기를 표현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30년 이상 상담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정말 다양하고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셨을 것 같아요. 인생에 있어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건 주변 사람과의 불화입니다. 부부 관계, 부모 관계, 또는 형제 관계가 나빠지면 돈이나 명예든 아무리 많은 것을 쥐었더라도 외롭고 초라해지는 게 사람입니다. 사람은 관계적 존재로서 인간관계에서 행복과 에너지를 얻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관계이듯, 우리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관계이군요. 그러면, 도대체 왜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겨나는 걸까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람에게는 통하고 싶다는, 즉 교감을 이루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소홀히 하고 다른 것에 치중하다 보면, 상대가 서운해하고 나아가 불만을 터트리게 마련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배우자든 자녀든 자기와 인연 지어진 대상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불만에서 비롯한 갈등이나 분노를 줄여갈 수 있습니다.
흔히,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지금 일어나는 문제의 원인이라는 말을 많이들 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여러 정신적인 활동들을 통해 과거를 탐색하고 그때의 상처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책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에서는 ‘과거의 상처를 없애려 하지 마라’라는 부분이 나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에 생긴 상처가 현재 당면한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긴 합니다만, 이미 입은 상처를 없애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상처를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현시점에서 자신의 강점을 키워 그러한 상처에 휘둘리지 않는 게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즉, 과거의 상처를 없애는 데 들이고자 하는 노력을 현재에서 힘을 키우는 게 더 낫다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현재의 행복은 멀찌감치 미뤄 두고 계속해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애쓰다가 덜컥 큰 병에 걸려버린 사람의 에피소드가 나와요. 모든 것을 제쳐두고 꿈꾸고 준비하기만 하다 죽음을 앞두게 된 그 이야기를 듣고 작가님께서는 ‘과연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죠. 그 답을 찾으셨나요?
과거는 지나가서 없듯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서 없다고 봅니다. 그리하여 잘 산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가 최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금 여기, 즉 현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봅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이 하는 것에 열중하면 쓸데없는 잡생각이나 망상이 끼어들지 못해 단순하면서도 쾌적한 삶을 살 게 마련입니다.
예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가난해진 것 같아요. 열등감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 같고요. SNS나 대중매체의 발전으로 인해 손쉽게 남과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그에 일조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에 내몰리게 되었지요. 경쟁이란 필연적으로 우열을 가리게 마련인데, 그것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기 십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경쟁이라는 급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며, 수시로 잘 산다는 게 과연 어떤 것인가 하고 자문해보는 게 좋습니다.
*장성숙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전공 교수로 30년 재직 후 명예교수로 추대되고, 현재는 극동상담심리연구원 소장으로 상담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교수와 상담자로 활동하면서 기존의 주요 상담이론들이 백인 중산층(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을 토대로 발전하였다며, 개인주의 사회가 아닌 집단주의 사회의 정서와 토양에 맞는 한국적 상담모형으로 ‘현실역동상담’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30년 이상 상담 활동을 하면서 ‘장칼’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예리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상담하면서 느끼거나 생각하는 바를 그때그때 진솔하게 글로 써서 블로그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올려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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