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창업자 19인이 들려주는 삶의 기술
『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 박균호 저자 인터뷰
뭔가 본인의 인생이 꼬여만 가고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도 이 책을 권해요. 이 책을 읽다보면 왜 내가 그동안 고전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매력적이고 성공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2022.02.24)
『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는 성공한 창업자 19인이 쓴 자서전을 분석해 그들의 삶과 경영 비법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박균호는 모든 인간은 수많은 창업자가 만든 물건과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의 삶에서 남다른 생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버거킹,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기업부터 더본, 우리들제약 같은 국내 유명 기업, 보틀북스처럼 낯설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시골 북카페까지 총19인의 창업자 이야기를 담았다. 박균호 특유의 해학과 입담으로 그들의 평범하면서도 고유한 가치관, 경영 비법을 엿봄으로써 예비 창업자와 실제적 삶의 노하우가 궁금한 이들에게 생생한 팁을 전한다.
그간 독서 칼럼, 고전 교양서, 독서 에세이 등을 써오셨는데요. 이번에는 창업자들의 자서전을 읽다가 이 책을 쓰게 되셨다고요.
네, 창업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가 쓴 『슈독』을 우연히 읽고부터입니다. 세상 사람이 누구나 아는 다국적기업의 창업자도 사실 아버지에게 여행경비를 대달라는 말을 꺼내기 위해서 수십 번의 연습을 한 평범하고 소심한 청년이었습니다. 필 나이트는 원래 수염 기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정작 그가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60이 넘어서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필 나이트는 사업을 하면서 늘 현금이 부족했고 은행에 가서 굽신거려야 했지요. 그가 수염을 기르지 않은 것은 은행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혹시 수염을 기르면 부랑자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다는군요. 따지고 보면 나이키의 창업자도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는 뭔가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행경비를 대달라고 말을 꺼낸 시간을 전략적으로 선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해 질 무렵의 저녁 시간’이 히틀러도 애용한 남을 설득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다른 생각’이 ‘다른 인생’을 만든 것이지요. 제가 『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을 창업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한데 창업자를 따라가 보면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지혜와 다른 생각을 만나게 되더군요. 많은 성공한 창업자들이 가족을 끔찍이도 챙겼습니다. 그러니까 창업자 스토리를 읽다보면 성공적인 사업체뿐만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성공한 창업자들에게서 경영 노하우와 삶의 기술을 발견하셨다고요. 경영인이 아닌 창업자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창업자가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창업자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들이 만든 세상에 사는 셈입니다. 창업한 지 백 년이 지나면 많은 경영인이 나타나지만, 창업자는 천년이 지나도 한 명뿐입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창업자는 경영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름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렵다고 하지만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낸 창업자의 인생과 철학을 들여다보면 배울 점이 정말 많거든요. 또 그들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영화입니다. 그러니 어찌 주목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창업자의 인생만큼 드라마틱한 것은 정말 드물거든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와 창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이 책에 소개된 창업자들은 여러 위기 속에서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떤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경기가 좋아도 망하는 사업자가 있고 불황이어도 승승장구하는 사업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듯이 언제까지나 경기를 탓하며 손을 놓을 수는 없겠지요. 우리가 아는 유명한 회사의 창업주 중에 위기가 없었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재벌의 화신이라고 아는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수도 없는 위기를 겪었지요. 『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는 다양한 창업자가 겪은 다양한 위기가 등장합니다. 가령 조그마한 빵집을 운영하는데 바로 길 건너편에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이 개업하면 누구나 절망을 하겠지요.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김영모 과자점」의 김영모 사장은 프랜차이즈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러기보다는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개인 빵집도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증명했잖아요. 지역에 특화된 빵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고 뭔가 수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게 개인 빵집이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창업자는 위기를 극복한 사람이니 이 책 자체가 위기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을 다룬 책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네요.
성공한 창업자는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지혜롭게 사는 인생을 일군 사람들이기도 하다고요. 성공한 창업자들에게는 어떤 공통된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에요.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독서광이었죠. 말년에 모든 재산을 가난한 농노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톨스토이를 읽고 감명을 받아 당시 고향의 자기집에서 부리던 하인 수십 명을 해방해주었을 정도이니까요. 둘째로 가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에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가족 캠핑하러 갔다는 내용이 자주 나오더군요. 마지막으로는 혁신보다는 개선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다이슨의 드라이기나 청소기가 새로 발명한 제품은 아니잖습니까.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죠.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다이슨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더군요.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 중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창업자의 자서전을 깊이 읽고 느낀 바로는 무엇보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야겠더군요. 가정에서 힘을 얻지 못하면 밖에 나가서 성공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창업은 힘들고 고달픈 일이잖아요.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업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유능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기업주가 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력적이고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되는 비결은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라’에서 시작한다고 월마트의 창업주는 말하죠. 마지막으로 내가 이 제품으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사용하고 이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단점을 살펴보는 것이 낫겠어요. 기존 제품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야말로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창업자의 성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넷플릭스, 버거킹, 스타벅스 등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보틀북스와 같은 1인 기업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물론 세계적인 기업이 대부분 1인 기업으로 시작했지요. 그렇다고 소규모로 시작한 회사나 가게가 더 많은 급여로 인재를 빼앗기지 않고 지출과 휴가 규정이 없이 직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경영 철학을 당장은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보틀북스처럼 동네 사업장은 그 나름의 사업전략이 있어요. 가령 보틀북스를 창업한 채도운씨는 손님들의 취향을 기억했다가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샷 추가, 얼음 추가, 얼음 적게, 물 많게 커피를 서빙합니다. 동네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동네 사업전략이 필요하거든요.
이 책은 창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창업자들의 삶의 기술을 엿볼 수 있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반 독자들은 일상에서 삶의 기술을 어떤 식으로 적용해보면 좋을까요?
가령 주변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라는 월마트 창업자의 충고는 내 어머니가 아들이 오십이 넘어도 늘 말씀하시던 이야기입니다.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 중의 하나가 인간관계이지 않을까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인사를 먼저 할까 아니면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갈까라고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은 좋은 사업전략이기도 하지만 좋은 직장 동료가 되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요즘은 자영업을 하기에 어려운 시국인 것 같아요. 이런 시기에 창업을 준비하고 경영에 몸담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백종원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충고인 것 같았습니다. 철학적이고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꿀팁이 많았습니다. 가령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중식 요리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는 요리를 과감하게 없애고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메뉴 중심으로 운영한다거나 대박집 근처에서 살아남는 방법 또한 정말 흥미롭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겠더군요. 동업에 관한 의견은 사업과 상관 없는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저는 이 책을 창업하려는 독자를 위해서 썼지만, 저 또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쓰면서 늘 새로운 생각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본인의 인생이 꼬여만 가고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도 이 책을 권해요. 이 책을 읽다보면 왜 내가 그동안 고전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매력적이고 성공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이 책을 쓰면서 제 인생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긍정적으로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박균호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이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5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독서평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웹진>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청소년을 위한 독서 칼럼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래된 새 책』, 『아주 특별한 독서』,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 『수집의 즐거움』, 『독서만담』,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가 있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9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도 선정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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