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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

『검도』 이소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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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확신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 종일 구겨져 있던 몸과 마음이 쭉 펴지는 순간 나에 대한 확신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시간, 이소 작가가 말하는 검도의 매력이다. 우연히 시작한 검도로 삶의 변화를 경험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22.02.23)

이소 저자

‘딴딴’ 시리즈의 네 번째 책 『검도: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은 대학 때 우연히 시작한 취미로 시작한 검도가 퇴근 후 루틴이 되어버린 20년 차 생활 검도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오래도록 함께한 취미에 대한 애정으로 글과 그림으로 검도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작업해온 이소 작가의 첫 에세이다. 도복을 휘날리며 절제된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 검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래서인지 도장에는 늘 여자보다는 남자의 수가 많아 함께 수련하고 대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는 성별과 나이가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검도의 세계에 푹 빠져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랫동안 검도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검도의 매력이란 무엇인가요?

운동을 시작할 때 나름 꾸준히 운동을 했거든요. 그 노력을 보고 주변에서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선배들이 있었고요. 누군가에게 노력을 인정받는 말을 듣는 게 신이 나서 계속 했어요. 제가 사람을 사귀는 걸 어려워하는 편인데, 검도가 개인적인 운동인 것 같으면서도 대련할 때는 반드시 눈앞에 사람이 있어 줘요. 그 존재감이라고 해야 할지. 눈앞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사람의 존재감이 마냥 좋아 운동을 했던 시절도 있는 듯하고요.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간 다음부터는 성별에 상관없이 대련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남자와 여자의 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련을 단단히 쌓았다면 여자 관원이 남자 관원을 대련으로 제압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내가 됐을 때의 기분도 분명히 좋고. 승단이란 시스템도 매력적이에요. 수련이 매너리즘에 빠질 때 즈음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셈이지요. 그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수련 과정을 겪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사람들에게 오직 비슷한 도전과제를 마주하는 사실 그 자체로 동질감을 느끼거나 승단 심사장 현장에서 도움을 받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합! 아마추어 검도인들을 대상으로 종종 시합이 열리는데요. 시합이 무섭긴 하지만, 제 경우는 시합장이 꼭 저의 무대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사회생활 하면서 자기 자신이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시켜서 일을 하니 남의 일 같고, 혹은 내가 쓴 글이어도 누군가의 쓸모를 위해 써주는 거니까 남의 것 같고요. 근데 시합장에서 상대방과 칼을 주고받는 순간에는 내가 느끼는 두려움, 성취감, 이런 것들이 온전히 다 제 거예요. 제 몸으로 느끼고 승리도 패배도 제 몸으로 얻어내는 결과값이죠. 그런 것들에서 생생한 삶의 실감? 같은 걸 느꼈던 거 같아요.

숙련자가 되어 대련할 때 느끼시겠지만, 타격을 하는 거 자체로 기분 전환돼요. 사람마다 누구나 자기 안에 공격성이 있잖아요. 성격이 드센 사람은 공격성이 눈에 보일 것이고, 하지만 조용하고 말 없는 내성적인 사람들 안에도 공격성이 다 있어요. 그걸 도장이란 공간 안에서 예의와 규칙을 지켜가며 적절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과정이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데 꽤 도움이 돼요. 공격성이 무조건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거든요. 삶의 여러 난관을 돌파하게 만드는 건 공격성, 혹은 호승심이라 불리는 ‘이기고 싶은 마음'인 거죠. 그걸 긍정하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한참 늘다가 정체되는 구간이 있고, 슬럼프가 오기도 하잖아요. 작가님은 그런 적이 있으셨나요? 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슬럼프는 아무리 오래 수련해도 주기적으로 와요. 마음의 문제일 때도 몸의 문제일 때도 있죠. 이제는 꼭 선배들의 역할이 없어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슬럼프를 어느 정도 통과하는 관성이 생긴 거 같아요.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면 “저 이런 게 안 돼요" 하고 고민을 말로 적절히 표현하며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가끔은 검도 자체가 말없이 곁에 있는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마음이 혼란할 때는 온전히 대련에 집중해보는 거죠. 그러면 그 자체로 말 없는 친구가 든든히 마음을 잡아주는 느낌이 든달까요. 그런 부분이 있어요.

검도를 시작해 볼까? 고민하는 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어떤 준비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조언해 주신다면.

꼭 검도를 해라! 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각자가 맞는 운동이 있을 테니까요. 검도의 경우 기본기를 다지는 데 오래 걸리고, 기존 관원분들 중에 워낙 고인 물들이 많아서(10년 이상 한 분들이 꽤 많아요) 대련할 때 바로 즐거움을 못 느끼실 수도 있겠어요. 그래도 다른 맨몸 격투기에 비해 체급 차이에서 오는 역량의 격차가 좁은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싸우는 몸이 됐을 때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몸으로 관철하는 데서 오는 재미가 분명 있어요. 그 과정에서 손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굳은살이 생겨서 몸이 좀 미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몸을 단단하고 멋지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검도 대련도 말은 안 하지만 상대와 나눌 수 있는 일종의 대화이기도 해요. 칼의 스타일이라던가, 타격 부위를 치려는 의도라던가, 서로가 한칼 한칼 나누면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기초와 기본기를 닦을 때 오래 버티게 해줄 좋은 관장님과 동료들을 찾으시길, 성장한 후에는 그런 대련의 즐거움을 흠뻑 느끼면서 하루 동안 쌓였던 무거운 마음을 기합과 땀 속에서 내려놓는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라요.



딴딴 플러스에서 써주신 '검도 용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지표를 삼고 있거나 검도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검도 용어가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늘상 안 되는 것인데 평상심이라는 용어를 제일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요. 어떤 상황이든 평정심을 유지하는 마음인데요. 상대의 공격을 막는 순간이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할 내 몫의 공격을 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거든요. 일상에서도 경쟁 피티를 한다거나, 입사 시험 면접을 본다던가 하는 자기만의 시합장이 있을 거잖아요. 그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을 만큼 해낸다고 해도 결과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요. 마음을 다잡고 하나하나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뭔가를 해낸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해낸 경험들은 분명 자기 어딘가에 남아 다른 시합장에서, 아니 다른 일상의 순간에 어려움을 돌파해줄 힘을 주기도 해요. 수련의 마음을 일상에서 일일이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 검도 수련이 기술 연마 외에 마음을 잡아주는 부분도 고려할 수 있다면 이런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길, 하는 마음도 있어요.

SNS에도 연재 중이고 책에도 실려있는 ‘검도’를 주제로 한 카툰이 흥미로워요. 카툰을 그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수련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런 거 누구한테 말하지?’ 라던가 ‘이런 순간은 좋았어'라고 혼자 생각했던 것들이 있어요. 그런 기억을 남기거나 생각을 말로 하고 싶은데 도장에 또래 사람들이 잘 없다 보니 그걸 어느 정도까지 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끄적끄적 검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불특정 다수가 보는 온라인 공간에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림을 그리기 전 서울 일러스트페어를 친구가 데려가 줬는데, 거기서 요가 만화를 그린 사람들 독립출판 한 걸 보면서 ‘검도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이 들어서 끄적거리게 된 게 그림의 시작이었어요.

검도인, 또 작가로. 먹고사는 일 외에도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이유와 실행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저에게는 자기 자신을 담아내는 뭔가를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먹고 사는 일을 할 때는 나 자신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충분히 물어볼 기회 없이 ‘할 줄 아는 게 이거뿐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일을 했거든요. 그리고 계속 자기 쓸모를 증명해야 하잖아요. 검도를 했던 건 쓸모 있는 자신 외에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 자체로 제가 머물 수 있는 장소를 고르고 싶었던 마음도 강하게 작용했다고 느껴요. 하루 중에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확보하고 싶어서 분투했달까요. 그 동력 덕에 지금은 검도에서 작가로,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면서 자기 자신의 흐름을 지키면서 일하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온 거 같아요. 

검도, 이 책을 한 마디로 설명해 주신다면 뭐라고 말씀해 주고 싶으세요?

검도 수련이라는 몸과 마음의 단련을 통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기 자신과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소

콘텐츠 제작 프리랜서 그리고 생활 검도인. 인터뷰, 카드뉴스 등 온라인 기반의 텍스트와 이미지 콘텐츠 제작을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 개인 생활에서는 검도 수련을 하는 생활 체육인. 수련 일상을 소재로 글과 그림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도장에서 새 사람을 맞는 문지기 역할을 하지만 사실 낯을 좀 가린다.


 


검도
검도
이소 저
인디고(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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