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 혈연과 세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다정하고 느슨한 공동체
『이어달리기』
답장을 바라지 않는 편지가 실어 나르는 용기와 긍지의 마법, 너와 나의 어린 시절을 빛낸 단 한 사람의 이야기 (2022.02.23)
여성, 퀴어, 노동을 소재로 디저트와 차처럼 달콤쌉싸름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조우리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이어달리기』는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와 조카로 칭하는 중년 레즈비언 ‘성희’와 일곱 명의 여성 이야기다. 성희는 그들의 성장 과정에 보탬이 되는 미션 편지를 보내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든든한 삶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의 편지에 담긴 미션을 수행하며,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고 공유하는 정서적 공동체를 이룬다.
소설 일곱 편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좋은 어른’이자 ‘좋은 이모’가 되고 싶은 성희의 따뜻한 입김과 그림자를 느낄 수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희는 ‘살아서 하는’ 자신의 장례식에 조카들을 초대해 장례식 준비와 진행을 맡기며 마지막 미션을 수행한 그들에게 유산을 나눠 준다. 혈연과 세대를 초월해 자신보다 어린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며 세상의 선의와 연대를 몸소 보여준 그는, 그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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