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임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에요”
『그들의 이해관계』 임현 소설가 인터뷰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늘 후회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실수하거나 틀린 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결국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02.16)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단숨에 한국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소설가 임현. 밝고 싱그러운 표지를 입은 두 번째 소설집 『그들의 이해관계』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단행본으로는 3년 만이다.
치열한 문제의식과 특유의 내러티브로 매번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보인 임현 소설에 대해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 말고 ‘끝까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성공적인 소설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째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첫 소설집 이후 발표해오신 단편 9편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누구보다 책을 기다리고 계셨을 것 같기도 한데요, 소회가 어떠신가요?
아무렇지 않고 무심하게 신경쓰고 싶지 않은데, 그게 잘 안 돼요. 요리사가 요리를 하거나, 버스 기사가 버스를 운전하는 것처럼 소설가니까 소설을 써서 책을 내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은데 아직은 여전히 낯설고 신기하고 그렇습니다. 원래는 온전히 내 것이었는데 이제는 나로부터 나름 독립한 것 같기도 하고요. 궁금하기도 하고, 어디서 또 잘 지내겠지, 남의 집에서 너무 홀대받고 그러면 안 되는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표제작 「그들의 이해관계」는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에요.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고, 또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고 그 이후를 살아가는 주인공 ‘나’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따라 읽다 보니 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작품을 쓸 때 어떤 마음가짐이셨나요?
얼마 전에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경험담은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글을 읽으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다” 데이비드 셰프라는 미국 칼럼니스트의 책인데, 약물중독에 빠진 아들을 둔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이해관계」를 쓸 때도 비슷한 마음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장욱 작가님은 제9회 젊은작가상 심사평에서 “임현의 리드미컬한 문장 감각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라고 말하셨습니다. 대화를 건네는 듯한 독특한 입말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문장을 쓰시는 것 같아요. 문장을 쓸 때 특히 공들이는 부분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상황이 중요합니다. 어떤 대화가 오갈 때, 대사만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적인 것. 눈에 띄지 않고, 중요하지 않지만 일종에 분위기 같은 것. 같은 말이 다른 행동이나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는 것. 그런 걸 주로 염두에 둡니다.
「나쁜 사마리안」에는 죽은 전 애인을 잊지 못하는 ‘나’가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이 소설이 그런 ‘나’의 죄의식을 그리고 있다고 느꼈는데, 한편으로는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도경’과 헤어지게 될 거라는 끊임없는 불안 자체가 핵심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은 불안을 어떻게 다스리시나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에요. 나 혼자서는 나의 불안에 대해 쉽게 익숙해지지 않으니까,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좀 피곤하게 만듭니다. 그런 면에서 아내가 가장 많은 고생을 하고 있고요. 늘 고맙고 미안합니다.
“어느 한쪽이 자꾸 좋아진다는 것은 누군가 나쁜 쪽을 떠안게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뒤표지의 문장이 소설의 전체 의미를 잘 전해주는 듯해요. 작가님이 이번 작품집에서 직접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뽑는다면 무엇인가요?
표제작으로 함께 고민했던 소설은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였는데, 거기에 썼던 문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진실의 반대말이 주로 거짓이나 가짜라고 배워왔는데, 살면서 오히려 무지에 더 가까운 개념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았다.”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를 보고 나서 곧바로 든 생각은 ‘말조심하면서 살자’였습니다. (웃음) 해가 갈수록 이런 다짐을 많이 하게 돼요. 결국 모든 악덕은 ‘말’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저를 살린 것들도 결국 ‘말’이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 경우도 비슷해서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늘 후회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실수하거나 틀린 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결국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말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관대함이랄까, 배려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돼요. 안 되니까 자꾸 상냥하게 입다물고 조용하게 있게 되고, 누가 보더라도 틀리지 않은 말만 반복하기도 하고, 그게 좀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벌써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집니다. 『그들의 이해관계』 이후, 작가님은 또 어떻게 변화해나갈까요?
소설을 쓸 때마다 자꾸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 듭니다. 너무 나만 아는 이야기를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담고 싶어요. 그렇다고 아주 많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걸 쓰는 사람도 여전히 나일 테니까.
*임현 1983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그 개와 같은 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7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 중편소설 『당신과 다른 나』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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