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그 회사의 브랜딩』 황조은 저자 인터뷰
저의 경험담이 창업가에게는 영감을 주고, 실무자에게는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01.28)
브랜딩은 오해가 많은 말이다. 일상어에 가깝게 자주 사용하지만 떠올리는 의미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브랜딩을 회사 안의 무언가를 외부에 알리는 일로 본다면 먼저 그 대상이 회사인지 상품인지 헷갈리고, 외부에 전하는 일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홍보와 마케팅과 구분이 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직무 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모호할수록, 방향키를 스스로 꼭 쥐어야 한다. 『그 회사의 브랜딩』은 이와 같은 고민과 혼란 사이에서 숱한 시행착오 거친 끝에 찾은 해답을 품고 있다. 여러 업계를 거친 뒤 현재 미용·의료 정보플랫폼 강남언니의 커뮤니케이션 리더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회사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기업과 회사를 중심에 놓는 브랜딩 활동을 기업 브랜딩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몇몇 제품이 아닌 기업의 전반을 폭넓게 다룬다. 조직문화부터 채용, 홍보, 위기 대응 등 여러 영역에 관여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임직원, 잠재적 직원, 정부기관 등 고객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하나의 목적 아래 이루어진다. 회사의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들려줌으로써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회사에 투자하고 싶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입사하거나 응원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투자사에서 일하던 당시 만난 창업가와의 일화부터 숱한 편견을 깨고 오늘날 강남언니의 이미지를 만들기까지, 『그 회사의 브랜딩』에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꾸밈 없이 솔직하게 풀어낸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회사’를 새롭게 바꿀 방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강남언니 커뮤니케이션 리더를 맡고 있는 황조은입니다. 우연히 스타트업 세상에 흠뻑 매력을 느끼게 돼 창업가, 조직 성장 등을 관찰하고 브랜딩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강남언니에서는 다양한 대중을 고객으로 한 기업홍보, 규제대응 업무를 하고 있고요. 회사의 철학과 일하는 문화를 알리는 조직문화 브랜딩도 담당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카카오벤처스, 소상공인 솔루션 ‘도도포인트’ 운영사 스포카, 디스플레이 제조업 대우루컴즈 등에서 기업브랜딩 및 홍보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올해로 딱 10년차 사회인입니다!
제조업부터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등 다양한 커리어를 이어오셨어요. 해당 경험들이 브랜딩 업무를 하며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제 커리어의 자산은 ‘정석대로’ 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하는 만큼만, 누군가 가르쳐주는 만큼만 일하면 절대 누구보다 유니크한 일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되려면 나만의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저는 첫 번째 회사에서부터 신생 홍보팀에서 혼자 ‘맨땅에 헤딩’을 하며 업무를 익혔는데요. 힘들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도 다르게, 더 낫게 해보려 노력한 시간들이 결국에는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자주 막막하고 외롭지만, 어떠한 사소한 경험도 가벼이 여기지 않으려 해요. 저에게 주어지는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자산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강남언니를 브랜딩하며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지금의 강남언니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강남언니의 철학과 미래를 깊이 보여준다면, 강남언니 이름에 둘러싸인 막연한 편견은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라는 가설에 대해 확신이 있어요. 처음부터 자신 있었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부터 강남언니라는 이름에 대한 편견이 심한 사람이었거든요. 지금은 우스갯소리지만 몇 년 전 우연히 카페에서 강남언니 로고가 있는 명함을 받았을 때, 저에게 성형수술을 권유하는 브로커인줄 알고 명함을 찢어버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회사가 품고 있는 목표, 철학, 성장 가능성을 알게 되자마자 ‘왜 이런 반전 매력의 회사를 아무도 몰라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반드시 제가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역시나 과거의 저처럼 서비스 이름만으로 편견을 가진 분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직원들 중에도 친구나 부모님에게 떳떳하게 서비스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의 미션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면서 위에서 말한 가설을 더 많이 현실화해내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빠른 속도로요.
강남언니 브랜딩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기억나는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2020년 사회적 화두였던 병원 수술실 CCTV 문제에 주목하며 강남언니 브랜드의 사회적 역할을 찾아냈던 활동을 소개하고 싶어요. 대리의사가 수술을 하는 유령수술 문제는 주로 성형외과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성형수술 정보를 다루는 강남언니 플랫폼에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계속 고민했죠. 모든 강남언니 입점 병원들의 수술실 CCTV 보유 여부를 직접 조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나흘 만에 전국 1천여 개 성형외과 중 3분의 1 규모인 269군데 병원의 수술실 CCTV 보유 정보를 얻게 되었고, 이 결과를 바로 앱에 반영함으로써 유령수술로 불안해하는 고객들에게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시작해 제 손으로 직접 기획과 홍보까지 진행했던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브랜딩이라고 하면 수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한 화려한 모습을 떠올리는데요, 저자분이 생각하는 브랜딩이란 무엇인가요?
다양한 브랜딩의 종류 중에 기업 브랜딩에 한정해보면요. 기업 브랜딩은 회사가 외부에 전하는 메시지와 회사의 실제 모습 간의 괴리를 좁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 말로 투자자, 구직자, 기자들에게 다가간다 한들 얼마나 장기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잔뜩 기대한 채 회사에 입사했는데, 실제 일하는 분위기는 딴판이라면 직원 입장에서 어떨까요?
요즘 같은 시대에 비밀은 없습니다. 좋은 평판도 전파되지만, 부정적인 평판은 더 빨리 퍼지죠. 결국 화려한 수단이 아닌 ‘그 회사’만의 유니크한 메시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홍보 수단을 찾기 전에 스스로 물어봐야 해요. ‘우리 회사는 대중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할까?’, ‘우리 브랜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브랜딩 쪽에 관심이 있는 취준생들도 많을 것 같아요.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신이 살면서 무엇에 가장 열정적이었고, 그것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디까지 몰입해봤는지 떠올려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무엇이 됐든지 간에 누구나 자신만의 몰입했던 크고 작은 경험이 있을 거예요. 사실 회사를 브랜딩한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 회사’를 잘 알리기 위해 누구보다도 깊게 조직과 동료를 관찰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영향력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우리 회사’ 브랜드에 강렬하게 몰입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브랜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의 제목 『그 회사의 브랜딩』에서 ‘그 회사’는 어떻게 보면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속해 있는 저마다의 ‘그 회사’와 ‘그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회사를 브랜딩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반드시 마케터나 브랜딩 실무자가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저녁에 동료와 술잔을 부딪히며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순간까지도 기업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은 회사 브랜드 안팎에 존재하는 철학, 조직문화, 사내소통, 위기관리, 채용 브랜딩 등을 고민하는 수많은 창업가와 실무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저의 경험담이 창업가에게는 영감을 주고, 실무자에게는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자신의 업에 충실한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황조은 현 강남언니 커뮤니케이션 리더. 기업 브랜드 홍보, 조직문화 브랜딩, 대관(對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전에는 카카오벤처스, 스포카, 대우루컴즈에서 기업 홍보를 담당했다. 삼성전자 C랩, 서울대학교 창업지원단을 비롯해 다수의 스타트업 투자·지원기관에서 기업 브랜딩 강연과 스타트업 멘토링을 해왔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딩을 추구하되, 매일 마주치는 익숙하고 사소한 것에서 브랜딩 영감을 찾고자 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각기 다른 색깔의 회사를 다니며 얻은 경험, 투자사에서 수백 명의 창업가를 만나며 배운 통찰을 브랜딩 관점에서 담아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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